성(姓)·본(本) 변경 신청 몰린다

입력 2008-02-27 09:40:40

대구 두달새 445건…재혼·입양 후 새아버지 성 많아

A(8)양의 어머니 K씨(36)는 지난 22일 대구가정법원으로부터 '친양자 입양허가'를 받아 마침내 딸의 성(姓)을 새아버지의 성으로 바꿀 수 있었다. 법원은 A양의 친아버지가 친권 포기에 합의한데다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도 성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 변경을 허가했다. K씨는 "그동안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남동생과 성이 달라 놀림받는 딸을 보며 가슴이 아팠는데 이제 완전한 한가족이 된 것 같다"며 가슴 벅차했다.

올 1월부터 호적제가 폐지되고 '가족관계등록제'가 시행되면서 자녀의 성(姓)과 본(本)을 바꾸겠다는 신청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대구가정법원은 지난달부터 25일까지 모두 445건의 성·본 변경 신청이 접수됐고 이중 64건이 지난 22일 열린 첫 심의에서 1건의 기각 없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나머지 381건은 3월 초에 심의된다.

심의에 통과된 64건 중 60건은 재혼가정 자녀가 새아버지와 성이 달라 생활에 불편하다며 새아버지의 성과 본으로 변경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법원 측은 "신청된 445건 중 90%가 성·본 변경 신청이었는데 입학 등으로 자녀의 성 변경이 시급하다고 판단된 64건을 먼저 심의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4건은 '친양자 입양청구'인데 친부의 동의를 얻어 아예 법적으로 자신의 자식으로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법원 측은 "성·본 변경은 친부의 동의가 없어도 돼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며 "친자관계까지 맺고 싶을 때는 친양자 입양청구를 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탤런트 최진실이 자녀의 성을 자신의 성으로 바꾸고 싶다는 신청에 대해서는 얼마 전 기각된 사례가 있다. 대구가정법원에서도 지난달 L씨가 이혼 후 10여년간 혼자 키운 아들(19)의 성을 바꿔달라고 신청했다가 '자녀의 나이가 많고 성을 바꿔 초래될 불편 등이 더 많다'는 설명을 듣고 스스로 취하했다.

대구가정법원 차경환 판사는 "새 제도가 재혼 가정의 남모를 아픔을 해소해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성 변경으로 친아버지와의 유대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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