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파고 넘는 '부자 마케팅'

입력 2008-02-27 08:59:29

경기 안좋을 땐~ '특별한 당신'이 더욱 소중합니다

▲ 백화점들이 올해 부자손님 잡기에 더 열심이다. 이들이 경기상황에 가장 덜 민감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대백프라자 최우수 고객이 VIP룸에서 맨투맨 서비스를 받는 모습(위)과 백화점 폐점 후 최우수 고객들만 초청해 여는
▲ 백화점들이 올해 부자손님 잡기에 더 열심이다. 이들이 경기상황에 가장 덜 민감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대백프라자 최우수 고객이 VIP룸에서 맨투맨 서비스를 받는 모습(위)과 백화점 폐점 후 최우수 고객들만 초청해 여는 '문 라이팅(Moon Lighting) 행사' 장면.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면서 '지갑 열기'가 무서워지고 있다. 주식시장도 나빠지면서 심리적 위축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올초 경기 상황이 이런 식으로 흐르자 '물건 파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경기 흐름에 덜 민감한 '부자 잡기'에 더욱 열심이다. 부자 고객 1명이 어정쩡한 손님 100명보다 낫다는 것이다.

◆명품 손님, 사랑합니다

대구 중구 대백프라자 지하주차장에 들어서면 꾸불꾸불한 주차장 통로로 내려서지 않고 곧장 운전대를 꺾어 우회전, 바로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 백화점의 최우수 고객인 VVIP등급 '프라임 애플클럽(PAC)' 회원 및 VIP회원인 Apple클럽 소속 고객들. 이 사람들은 주차선에 차를 대지 않는다. 발레파킹, 즉 백화점 직원이 차를 대주는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매장을 돌아다닐 필요도 없다. 전용 휴게공간에 앉아 상품 매니저로부터 맨투맨 구매 대행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뭘 사고 싶다"고 얘기하면 상품 매니저가 '사사건건' 응대하며 물건 사는 것을 돕는다.

대구백화점·대백프라자는 올해부터 최우수 고객들에게 부여되는 회원 자격 유효기간을 종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렸다. '6개월마다 심사한다'는 이유로 자칫 최우수 고객들의 심기를 건드릴 우려 때문.

대구백화점·대백프라자 경우, VVIP 고객인 PAC회원을 비롯해 VIP급인 Apple, 그 다음단계인 DMC급 등의 구분을 통해 '우수 고객'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들 우수고객은 전체 매출의 26%를 올려준다. 3천여 명의 '부자 손님들'이 백화점 장사의 4분의 1을 책임져주고 있는 것이다.

롯데백화점도 대구점에서 1천명, 상인점에서는 500명의 고객들을 최우수 등급으로 분류, '특별히 모시고' 있다.

2천여명의 VIP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동아백화점도 동아쇼핑 최상층 전망좋은 방에다 곧 VIP라운지를 만들 계획이다. VIP를 잡아야 백화점이 산다는 것이다.

◆PB손님, 존경합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본점 3층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PB센터를 갖추고 최고급 레스토랑에다 휘트니스클럽, 골프연습장까지 넣어두는 방법으로 '부자 손님'을 붙들었다. 대구은행은 본점 PB센터내에는 산소 발생기까지 비치, '최고급 이미지'를 심었고 대구은행은 일단 이 곳이 '부자들의 쉼터'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대구은행의 초우량 고객들인 PB센터 손님들은 모두 250여 명. 이들은 평균 10억원 안팎을 은행에 예치하고 있어 소수의 고객들이지만 이들이 수천억원의 자산을 대구은행에 몰아주는 셈이다.

부자와는 거리가 먼 것 같았던 농협까지 올해부터 '부자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있다. 농협 대구본부는 올해 달성군을 비롯해 내당동·중동·칠성동·침산동·효목·효목시장지점 등 7곳에 PB룸을 만들기로 했다. 농협 대구본부는 PB센터 신설도 계획중이다.

이런 가운데 카드업계는 초우량고객들을 더 늘리기 위해 종전 연회비 100만원짜리 카드에 주어지던 혜택을 '연회비 30만원급' 카드에도 부여하는 방법으로 VVIP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부자 마케팅, 업종구분 없다

'서민들의 술'로 알려져있는 소주업계도 '고급술'을 만들어 부자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금복주의 경우, 최근 '오크젠'을 출시해 한정판매를 통해 '고급 이미지'를 심고 있다.

김석 금복주 홍보담당 상무는 "결국 주류업계의 미래를 볼 때 구매력이 큰 계층을 겨냥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심지어 속옷 업체들도 VVIP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비비안은 지난해말 프리미엄 란제리를 출시하기도 했다. 비비안 제품은 기존 란제리보다 50%가량 비싸다.

분양이 안돼 힘들어하는 건설업체들도 '역발상'으로 고가의 펜트하우스를 분양, 수익을 노리고 있다. 두산건설은 대구 수성구 범어동 주상복합 아파트인 위브 더 제니스 펜트하우스 분양 가격을 3.3㎡(1평)당 2천600만원에 승인을 받고 분양에 나섰다. 위브 더 제니스 단지 내 펜트하우스는 꼭대기층에 12가구가 있으며 분양 면적이 264~336㎡로 분양 가격은 역대 지역 최고가인 20억원부터 26억원에 이르지만 '살려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는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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