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광장] 평생직업에서 행복 찾기

입력 2008-02-26 10:16:50

현대사회에서 직업의 종류는 수만 가지며, 지식·정보화 사회로 진전하면서 새로운 직업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늘어나는 직업도 따지고 보면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기능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능을 직업으로 가지고 사는 사람이 가장 많다.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조리 기능을 가진 조리사뿐만 아니라 미용 기능을 가져야만 미용실을 개업할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다. 그 외에 용접, 제조업에서의 조립 업무, 선반을 조작해서 제조 공정에 필요한 물품을 만들어 내는 것 등 매우 다양한 기능이 있다.

둘째, 기술이다. 흔히 엔지니어라고 불리는 기술 인력이다. 기능보다는 전문적인 지식과 테크놀로지가 포함된 직업이다. 흔히 공과대학에서 전공을 하면 이런 자격을 가질 수 있다. 토목엔지니어, 건축가, 설계사 등 다양한 엔지니어를 꼽을 수 있다.

셋째, 지식·정보다. 공무원은 해당 법률을 알아야만 업무를 볼 수 있다. 기자, 변호사, 판·검사, 교사 등이 그 예다. 경리직도 회계에 관한 지식을 알아야 일을 할 수 있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정보에 관한 직업이 크게 늘고 있다.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고 있듯이 이 같은 많은 종류의 직업에 대해서도 우리는 소중함을 실감하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직업의 의미는 무엇일까? 따져보면 가치있는 삶을 위해서도 직업은 매우 중요하다.

삶의 최대 가치는 행복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고, 일을 즐기며 하루를 마감하고 퇴근을 한다. 이렇게 일한 대가로 받는 임금은 내가 일한 소중한 값어치이며 나의 땀이 배어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 이 돈으로 가족까지 부양할 수 있다고 보면 이게 바로 행복한 삶인 것이다. 갑작스런 큰 병으로 앓아누워 있으면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모습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없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쉽게 이해된다.

그런데 당장 나에게 일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직장을 다니다가 중도에 그만둬 본 사람은 일의 소중함과 직업의 가치를 충분히 느끼고 그 위력(?)을 실감한다. 직업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10년 전 역사를 통해 훌륭한 교훈을 가진 바 있다. IMF로 인한 갑작스런 실업대란.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이다. 신문, TV뉴스에선 연일 몇 백명, 몇 천명을 정리해고했다는 기사가 나오더니 직업을 잃은 개개인들의 아린 소식도 거의 매일 쏟아졌다.

▷가족들에게 해고 사실을 알리지 못해 양복 입고 산으로 출근하는 모습 ▷회사에서 쫓겨난 후 생활비가 부족해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는 사례 ▷결국 희망을 찾지 못해 가족 동반자살이란 극단적인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슬픈 소식까지도 소개되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아픈 사례를 다시 되씹어보는 이유는, 일자리와 직업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는 의미다.

과거 한때 한국의 고용문화는 '평생직장시대'라 했다. 정년 때까지 고용을 보장해왔고, 근로자도 정년 때까지 근무할 마음가짐을 가지고 일해왔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평생직장이란 개념은 사라지고 '평생직업시대'가 열렸다. 경영상의 이유로 인해 근로자를 집단적으로 해고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만들어지고 IMF로 인한 실업대란 이후 고용불안 시대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생직업시대란 자기의 직업(Job)에서 탁월한 실력을 갖추어야만 평생 동안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이다. 제대로 실력이 없으면 언제라도 직업을 잃을 수밖에 없는 고용환경을 말한다. 이런 고용환경은 일하는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피곤하고 힘든 일이지만, 이미 선진국에서 겪고 있는 상황이며 우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종업원에 대해서 자기가 일하는 업무에 대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를 요구하고 있다. 프로가 되라는 말이다. 회사가 어려워져 명예퇴직을 요구할 때나 정리해고를 할 경우 개개 종업원의 실력을 총체적으로 파악한 후 그 대상을 정하는 건 자명한 일이다.

일자리를 유지하며 이를 통해 행복을 찾으려는 의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인재가 된다는 것은 학력이 높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는 것이다. 최고가 어려우면 최소한 뒤떨어지는 사람은 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그래야만 내가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 있다. '직업에서의 행복이 최대 행복'임을 마음에 새겨 두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완영(대구지방노동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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