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joy! English…'영어 고수' 그들의 노하우

입력 2008-02-26 07:46:15

▲ (왼쪽부터) 이가인 양, 김은집 군.
▲ (왼쪽부터) 이가인 양, 김은집 군.

어디를 가나 영어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마치 영어를 못 하고는 제대로 사회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사회 분위기다. 한편에선 '온 나라가 영어의 바다에 빠졌다'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영어능력이 글로벌시대에 '경쟁력 있는 무기'임에는 분명하다. 논란을 뒤로 하고서라도 많은 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에 관심이 쏠려 있다. 영어 고수들을 만났다. 언제부터 영어를 공부했고, 어떻게 영어를 잘할 수 있게 됐을까?

글·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정우용기자 vin@msnet.co.kr

김은집(18·경신고 3년)군은 7세 때 영어를 처음 접했다. 친구들과 동네 영어학원을 찾아가기 시작하면서다. 영어에 대한 첫 인상은 '재미있으면서도 신기했다'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라이온 킹' 등 영어로 된 만화비디오나 동화책을 자주 접했다. 은집군은 "초등학교 때는 원어민 교사가 있어 게임도 하는 등 영어를 즐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시험을 위한 영어 공부로 바꿨다. 은집군은 "영어전문학원을 다녔는데 숙제가 너무 많아 힘들어서 한달만 다니고 그만두었다"고 했다. 집에서 혼자 문법과 독해 공부를 하루에 두시간 정도 했다는 것. 그렇지만 영어를 즐기려고 노력했다. 외국영화를 짬짬이 보면서 자막을 가리고 듣기에 신경쓰기도 하고 영문잡지 '타임'을 보기도 했다. 은집군은 "처음엔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는데 집중해서 해석하려고 애를 쓰니까 차츰 들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또 호기심에 텝스(TEPS)도 한 번 쳐봤다. 이 때 점수는 760점으로 토익으로 치면 800점 가까운 성적이다.

고1 때부터 본격적인 토플(TOEFL) 공부를 했다. 영어공부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미처 몰랐던 내용도 많이 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주일에 3일 정도, 2시간씩 토플 문제집과 책을 팠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지난 12월 토플 120점 만점에 108점이라는 고득점을 받았다. 틈틈이 쳤던 텝스도 929점을 받았다.

하지만 그에게도 고민이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민하는 부분인 말하기다. 꽉 짜여진 학교생활로 대화 상대를 찾기 힘들어 배운 영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 할 수 없어 고육지책을 썼다. 자신이 영어로 말하는 것을 녹음해서 듣고 발음과 억양을 고쳐나가는 것을 반복했다. 아직까지 말하기에는 자신이 없다는 은집군이지만 그런 노력을 했기에 지금은 웬만한 생활영어는 가능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앞으로 서울대 경영이나 경제 분야에 입학해 금융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은집군은 "다른 것보다 듣기는 초등학교 때부터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올해 대구외국어고를 졸업한 이가인(19·여)양은 7세 때 영어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졌다. 언니가 영어 학습지를 잡고 있는 걸 보고 마냥 호기심이 났다. 그 전에 보던 한글과는 딴판이었기 때문. 그러면서 가인양은 영어를 조금씩 알아가고 흥미를 갖게 됐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토익책을 잡고 끙끙거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봤다. 가인양은 "궁금해서 아버지 몰래 토익 테이프를 들어봤는데 듣도 보도 못한 말이 너무 빨리 나와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후로 틈틈이 토익을 들으면서 받아쓰기도 해봤다.

가인양은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영어전문학원을 2년 정도 꾸준히 다닌 것. 그는 "학원에서 일기를 써라, 책 내용을 해석해 오라는 등 숙제가 많았지만 영어가 좋아 충실히 따른 것 같다"고 회상했다. 영어에 빠지면서 영어 실력도 부쩍 늘었다. 부모와 지인들로부터 '잘한다'는 칭찬도 곧잘 들었다. 용기를 얻어 자신의 실력을 한 번 시험해보려고 중 2학년 때 토익시험을 쳐봤다. 대학생이나 일반인 언니, 오빠들 틈에 끼어서 시험을 치른 것이다. 700점이 좀 넘는 성적. 중학생치곤 괜찮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만족을 하지 않고 1년에 4, 5차례 정도 토익을 쳤다. 가인양은 "꼭 성적을 올린다는 부담감보다 내 실력을 꾸준히 점검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대구외고에 들어가면서 영어실력은 빛을 냈다. 원어민 교사와 마음놓고 대화도 하고 1년에 3, 4차례 정도는 각종 말하기나 쓰기 대회, 학교 내 영어연극, 스피드퀴즈 등에 참가했다. 이렇게 대회를 준비하면서 영어 실력이 쑥쑥 올랐다. 가인양은 "친구와 함께 주제를 잡아 스크랩도 하고 선생님들에게 도움도 받으면서 실전력을 많이 키웠다"고 했다. 특히 2006년 남부교육청 주최 '영어에세이대회'에서 동상을 받으면서 자신감도 배가 됐다. 평소 쓰기가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상을 받으면서 더욱 의욕이 생겼다. 그러면서 매달 토익시험에 응시했고 2006년 5월 975점을 받았다.

경북대 인문자율전공에 합격한 가인양은 최근 자투리시간을 이용해 평소 즐기던 팝송이나 '미드'(미국 드라마)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 "앞으로 대학에서 경영을 전공해 미국이나 싱가포르에서 MBA를 딴 후 미국이나 홍콩 금융가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독해를 할 때 무조건 큰소리로 읽는다. 나중에 영어로 말할 때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외국사이트를 통해 외국인 펜팔을 찾아라. 주기적으로 이메일을 하면서 한 문장을 쓰더라도 정성스럽게 쓴다.

▷노래를 듣더라도 팝송으로, 드라마를 보더라도 '미드'를 본다. 팝송을 들으면서 무슨 말인지 끊임없이 고민해보고 드라마 볼 때는 자막을 가리고 듣는 습관을 기른다.

▷영어 테이프를 듣되 문장을 반복적으로 따라해본다. 한번씩 녹음을 해서 자신의 발음을 체크해보기도 한다.

▷영어와 관련된 대회를 많이 참가해본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영어 실력이 는다.

▷독해를 할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고 곧바로 사전을 찾지 않는다. 표시만 해두었다 추측을 해보고 지문을 다 읽은 뒤 사전으로 확인한다.

▷쓰기를 곧바로 연습하기보다 문법과 듣기의 기초가 어느 정도 되었다고 판단했을 때 조금씩 연습한다.

▷영어로 된 만화를 즐긴다. 만화책이든, 애니메이션이든, 만화를 통해 재미있게 영어를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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