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중심 타선 양준혁, 심정수, 제이콥 크루즈에게 부상 후유증은 남의 말이다. 크루즈를 새로 영입해 막강한 클린업 트리오를 구성하게 됐지만 모두 지난해 부상을 당한 적이 있는 탓에 몸 상태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 그러나 셋 모두 전지훈련지인 오키나와 온나손에서 순조롭게 훈련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이맘때즘 오키나와에서 만났을 때 심정수의 얼굴에 드리워졌던 그늘을 이젠 찾기 어렵다. 어깨와 오른쪽 무릎 수술, 라섹 수술을 받은 뒤 후유증에 시달렸던 심정수는 지난 시즌 왼쪽 무릎 통증을 딛고 홈런왕(31개)에 오르며 잃었던 자존심을 되찾았기 때문. 게다가 시즌 후 독일에서 왼쪽 무릎에 칼을 댄 뒤 회복이 빨라 훈련에 큰 무리도 없다.
"따져 보니 이번이 7번째 수술이었네요. 몸 곳곳에 부상을 입었던 탓이죠. 가족들도 이골이 났는지 독일에 갈 때 며칠 여행가는 사람 배웅하듯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잘 갔다 오라고만 하더군요(웃음). 현재 상태는 만족스럽습니다. 수술 경과도 좋고 몸도 가벼워요." 아직 몸조심을 해야 할 시기지만 타격 훈련 뿐 아니라 수비 훈련도 소화하고 있다.
심정수가 자신처럼 7번 수술을 경험했다고 귀띔한 크루즈도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크루즈는 지난 시즌 맹타를 휘두르다 후반 들어 아킬레스 건 부상으로 다소 고전했다. 아직 타구에 제대로 힘이 실리지는 않는 상태. 하지만 이는 그동안 재활과 웨이트 트레이닝에 중점을 뒀기 때문일 뿐, 정규 시즌에 들어가면 제 모습을 찾을 전망이다.
"미국에서 야구를 한 외국인 선수들은 국내 선수들보다 천천히 몸 상태를 만드는 경향이 있다. 크루즈 역시 마찬가지다. 타격 매커니즘이 좋은 선수여서 코칭스태프도 그리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구단 관계자의 말. 크루즈는 연습경기에 꾸준히 출장, 공·수에서 실전 감각을 가다듬는 중이다.
24일 양준혁은 타격 연습에서 수차례 외야 담장 너머로 타구를 날려 보냈다. 때마침 삼성에 아카마 구장을 빌려준 온나손의 촌장이 들렀다가 이 광경을 보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를 맞이한 김재하 삼성 단장이 양준혁임을 알려주자 "역시 강타자답다. 힘이 대단하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양준혁은 지난해 8월 경기 도중 왼쪽 발목을 접질린 뒤에도 충분히 쉬지 않고 출전을 강행, 결국 전지훈련 시작 전에 탈이 났다. 그러나 현재 그의 모습은 부상 때문에 오키나와 캠프에 지각 합류한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 베테랑답게 빠른 속도로 타격감을 회복하는 모습에 훈련을 지켜보던 한대화 수석코치도, 이종두 타격코치도 만족스러운 표정.
부상을 치료 중인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괜찮다'거나 '좋아졌다'며 충분히 뛸 수 있다고 대답한다. 다른 선수와의 경쟁에서 뒤쳐지고 싶지 않기 때문. 그러나 삼성 클린업 트리오의 상태를 보면 굳이 묻지 않아도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올 시즌 삼성 타선이 보여줄 파괴력이 기대되는 이유다.
오키나와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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