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1돈 13만원…돌반지가 사라진다

입력 2008-02-22 09:04:44

천정부지로 치솟는 금값으로 인해 울고 웃는 세태가 펼쳐지고 있다. 최근 금값이 '금값'이 되면서 돌반지를 대체하는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고 금 성분이 포함된 상품들은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반면 금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금은방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에 따르면 2004년 말 3.75g(1돈쭝)에 7만4천원선이던 금값이 18일 현재 13만4천원(부가세포함 소매가 기준)에 육박, 3년여 만에 2배 가까이 뛰었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영향으로 주식시장이 불안한데다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대국들이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고 남아프리카의 대형 금 채광 회사가 채굴을 중단하면서 공급은 줄었기 때문.

◆금 대체 상품 인기=대구 중구의 한 한방화장품 매장에는 이달 초부터 손님이 부쩍 늘었다. 금값이 비싸지면서 금가루가 포함된 화장품도 덩달아 귀하신 몸이 됐다. 김윤영(28·여) 매장 담당은 "'이 기회에 금가루 화장품 한번 발라 볼까?'라며 찾는 소비자가 많다"며 "금가루 화장품 값은 고정돼 있는데 비해 금값은 계속 오르니까 상대적으로 싸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 입자가 포함된 술도 인기 상품이 됐다. 달서구에서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박옥선(44·여)씨는 "이번 설명절에는 지난해보다 금가루가 들어간 와인 세트가 훨씬 많이 팔렸다"고 했다. 금가루를 입힌 금가루 삼겹살도 잘 팔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장품, 술 등에 포함된 식용·치장용 금은 실제 금과는 다른 성분이라고 조언하지만 소비자들에겐 들리지 않는다.

'금 테크'도 뜨고 있다. 신한은행 대구PB센터 김명희(45·여) 팀장은 "금값이 오르면서 실물 금괴는 물론이고 금관련 예금상품을 구입하려는 분들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돌선물 업체들은 높아진 금값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수성구 한 유아용품점 업주는 "지난해 월평균 50개가량 팔리던 유아용 식기세트가 이달 들어서만 100개 넘게 팔렸다"고 했다.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는 김준범(41)씨도 "손님들이 7만원대 유아용품을 많이 찾고 있다. 돌반지가 7만원하던 2년 전과 비슷한 가격대를 고려해 선물을 고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은방은 고전=금은방 업계는 금값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달서구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유윤말(56)씨는 "30년 동안 금은방을 운영했지만 요즘처럼 돌반지조차 팔리지 않고 손님이 뜸한 적은 없었다"고 허탈해 했다. 황무웅(69) 한국귀금속판매중앙회 대구지회 사무장은 "1천여개에 달하던 대구지역 금은방이 최근 3년 새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해 현재는 800여개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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