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롭고도 시의적절한 글로벌 이슈와 아젠더를 정하고 현안을 토의하는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지 벌써 6년째이다. 특별히 올해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세계 경제 불안과 불확실성 때문인지 다른 해와는 달리 진지하고 차분한 가운데 2천500여명의 세계 지도자들이 '협력을 통한 혁신의 힘(Power of Collaborative Innovation)'이라는 주제로 고유가와 기후변화, 그리고 수자원고갈 등 당면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포럼에도 세계 각국에서 오피니언 리더들이 대거 참가했는데 그 중에서도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반기문 UN 사무총장, 콘돌리자 라이스 美 국무장관 등이 눈에 띄었다. 기업 간 긴밀한 협력 속에서의 경쟁, 금융의 경제적 불안 요소, 미래 변화의 이해 등 5개 이슈로 글로벌 현안에 대한 해법 마련을 위해 심도 있는 노력을 기울였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국제정치와 경제 등 딱딱한 주제들이 주관심사였지만 남녀간의 사랑의 감정이 인간의 행동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인 '사랑의 과학' 세션과 최근 수년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인종과 국적이 다른 커플들이 문화통합을 이뤄내는 요소들이 무엇인지를 탐색한 '다문화 커플의 급증'세션 같은 다소 소프트하면서도 시사점이 많은 주제에도 관심이 몰렸다. 주최측은 대회 홈페이지에서도 이들 세션들을 비중 있게 다뤘다.
올해 대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또 하나의 현상은 국제사회에서 신흥 아시아 강국들의 커지는 입지와 파워 그리고 새로운 힘의 이동을 실감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중국, 일본, 인도, 그리고 파키스탄 같은 아시아의 신흥 강국의 정치 수반들이 직접 다보스를 방문해 자국의 이익과 국가 홍보를 위해 앞장섰으며 인도나 중국의 경우 자국 관련 세션을 무려 50여개나 열며 자국의 이익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이 중 일본은 '일본 초밥의 날(Japan Sushi Day)' 등의 세션을 만들어 다보스포럼에 참가한 리더들을 초청해 자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초밥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국의 문화와 경제를 부각시켰으며, 인도는 '인도의 날(Indian Day)' 을 만들어 인도 음악이나 문화를 선보이며 다보스포럼을 통해 '인도 제대로 알리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두 나라의 이러한 외교적인 노력은 단순히 국가를 알리려는 정치적인 노력을 넘어 자국의 경영인들이 다보스에 참석한 전 세계의 비즈니스 리더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실질적인 이익을 끌어내겠다는 속셈도 있다.
또한 최근 복잡한 국내 정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도 무샤라프 대통령이 직접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세션 기조 연설과 각종 외교 행사 참석 등 바쁜 일정을 보내며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참석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존재감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그리 크게 느껴지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세계무대에서 선진국들과 추격의 고삐를 죄는 개발도상국의 틈바구니에서 샌드위치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코리아 패싱'의 단계에 들어섰다는 언론들의 걱정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글로벌 이슈가 만들어지는 이런 무대에서 한국이 배제되고 우리 기업들과 기업인들의 위치가 다른 아시아 국에 밀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세계 정치 지도자와 글로벌 기업 대표들이 격의 없이 만나 실질적인 문제들을 논의하는 네트워킹의 현주소인 세계경제포럼과 같은 행사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외교적인 노력에 힘을 쏟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경제, 경영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열매가 있는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접하길 소망한다. 내년 다보스에서는 정부와 기업인들이 힘을 모아 'Korea Day'(한국의 날)나 'Korea Kimchi Day'(한국 김치의 날)와 같은 외교적 행사를 기획해 많은 세계의 리더들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대성그룹 회장 김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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