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방 미숙이 서울 도전기] ①대학로와 현수막 추첨

입력 2008-02-19 07:00:00

공연들의 전쟁터…홍보조차 운에 맡겨야

대구경북에서 2만5천 관객을 동원한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가 서울로 간다. 대구 뮤지컬이 서울에서도 통할까? 대구에서는 호평 받았는데, 서울서도 통할지는 모르겠다. 서울이 얼마나 센지 모른다. 생각보다 훨씬 센 곳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면 공연히 지레 겁을 먹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부딪혀 보기로 했다. 깨지면 좀 더 갈고 닦는 계기로 삼고, 잘 되면 앞으로도 종종 서울로 나가 볼 생각이다.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라는 보따리 하나 지고 무작정 상경한 '촌놈' 이동수(뉴컴퍼니 기획실장)의 좌충우돌 서울 도전기를 연재한다.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는 3월 13일부터 4월 27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나무와 물'에서 공연된다.

'100년 만에 외출' '위험한 역주행'.

우리는 '만화방 미숙이' 서울공연을 그렇게 부른다.

지난해 여름, 이상원 대표가 '우리 서울 공연 한번 해보자'고 말했을 때 별 생각 없이 '그러죠 뭐!'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잊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서울 바닥을 헤매고 있다. 1월 내내 공연할 극장도 알아보고, 계약도 하고, 여러 사람을 만났다. 갈수록 자신감보다 두려움에 휩싸인다. 왜일까.

대학로는 그야말로 배우들에겐 기회의 땅이다. 더불어 나 같은 기획자들에게는 전쟁터다. 하루에도 80편이 넘는 공연들이 쏟아진다. 저마다 갖가지 홍보전략을 가지고 관객들을 유혹한다. 낯선 땅에서 나는 무엇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2월11일.

1차 인쇄물이 예정보다 늦어 오후 늦게 나왔다. 그래서 다음날 출발할까 하다가 조바심에 서울행을 결심했다. 내 차에는 포스터 3천장과 리플렛 3만장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뿌듯함과 두려움도 함께.

밤10시. 대학로 공연장에 도착했다. 인쇄물을 내리고 대학로 한 가운데 서서 내일 작업 할 곳을 물색했다

너무 춥다. 서울은 대구보다 추운 곳인데, 하필 지난주는 올 겨울 중 가장 추운 날들이 이어졌다. 마땅한 숙소가 없어 대학로 찜질방을 찾았다. 내일 할 일을 머리 속으로 점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워낙 공연이 많은 곳이기 때문일까. 포스터를 붙이거나 리플릿을 돌려도 야릇하게 쳐다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돈이 많이 든다.

대학로는 모든 게 돈이다. 길거리에 아무데다 포스터를 붙이면 바로 즉심에 회부된다. 대신 대학로에는 비치대가 많다. 그리고 비용이 든다. 한 장소에 4만∼8만원이 든다. 비용을 낸다고 다 부칠 수도 없다.

대학로 현수막 거치대는 모두 4군데. 한 곳에 5장씩 모두 20장이 걸린다. 한 주 동안 대학로에 나오는 공연은 보통 80편, 현수막을 내걸 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위치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추첨을 통해서 자리가 정해진다. 현수막 한 개를 15일 동안 설치하는데 4만 1천원의 비용이 든다.

공연도 많고 현수막을 내걸고 싶어하는 식당도 많다. 그래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기적이 벌어졌다. 종로구청에서 추첨을 했는데 3곳에 당첨됐다. '만화방 미숙이' 공연을 할 극장 '나무와 물' 식구들도 놀란 표정이었다. 출발이 좋다. 이제 2주 동안 좋은 위치에 '만화방 미숙이' 현수막이 걸릴 것이다.

대학로 현수막은 1회를 걸고 나면 다음 차례는 추첨기회가 배제된다. 운이 좋아 당첨돼도 월 15일만 걸 수 있다.

대학로에서는 호객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홍보물 게시대 추첨에 응모하기 위해서는 '호객행위'를 않겠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 홍보물 게시대 추첨을 포기하고 호객행위에 집중하는 팀도 2팀 있었다. 추첨과 추첨 제한, 호객행위 제한, 비용 등은 대학로를 지탱하는 질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리플렛을 나눠주는데 '만화방 미숙이'를 안다는 사람이 있었다. 반가웠다. 또 '좋은 공연 안내소'에 일하시는 분은 '만화방 미숙이'를 잘 안다고 무척 반가워했다. 피로와 추위가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오후에 배우들 숙소를 물색했다. 공연장 근처에 모텔이 몇 개 있긴 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두 달 남짓한 공연기간, 우리 만화방 식구들에게 드는 비용이 대충 800만원이 좀 넘을 듯하다. 식사문제도 만만치 않다. 리플렛 작업은 이번 주면 끝날 것이다. 다음 주부터는 지하철 입구를 중심으로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이동수(뉴컴퍼니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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