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다고요? 마음은 비단결!
최근 시작한 MBC TV 드라마 '천하일색 박정금'에서 '아줌마 형사'가 맹활약 중이다. 범인을 잡으러 가는 와중에도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학원 가!"라고 외치는 억척스러운 모습이 압권. 조금은 과장된 모습이지만 특수한 직업으로 손꼽히는 형사의 세계에 뛰어든 여성의 고민을 잘 버무려냈다는 평이다. 드라마의 시청률이 상승세를 타면서 여형사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대구에서 강력계 형사로 활동 중인 서수진(33·동부경찰서) 경장, 서보경(26·남부경찰서) 경사를 만나 실제 여형사들의 삶과 일에 대해 들어봤다.
◆몸싸움요? 탐문 전문이죠
서수진 형사는 이제 범죄 현장을 누빈 지 만 3년이 됐다. 강력계 내근(송치반) 근무를 하며 범죄 수사의 기본을 익힌 뒤 2005년 첫아이 출산휴가를 다녀온 뒤로 외근 '형사'가 됐다.
그는 "여형사에 대한 편견은 좀 과장된 면이 많다."고 했다. 그 중 하나가 몸싸움을 잘할 것 같다는 생각. "실제로 현장에서는 범인을 잡기 위해 여형사가 격투를 벌여야 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검거과정에서 범죄자와 격투가 벌어지더라도 남자 형사들이 대신 나서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여형사들의 특기는 '마음을 여는 것'이다. 덩치 좋고 인상 험한 남자 형사들보다는 용의자들이 여형사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기 때문.
강력계 2년차인 서보경 형사는 "강력계에 여형사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잠복을 할 때 특히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남자들끼리만 모여 있으면 괜히 이상하게 보잖아요. 거기에 제가 끼면 아무래도 사람들의 이목을 덜 끌게 되죠." 얼마 전 날치기범을 잡을 때는 '미끼'가 되기도 했다. 그는 "날치기범을 유인하기 위해 새벽에 핸드백을 메고 몇 시간씩 거리를 쏘다녔다."고 했다.
◆딸 생각에 눈시울 젖는 엄마
형사는 거친 직업이다. 험상궂은 범죄인들과 맞닥뜨리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밤낮을 교대로 뛰어야 하는데다 사건이 터지면 언제든 뛰어나가야 하는 것도 쉬운 건 아니다. 여느 직장맘 이상의 고충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서수진 형사는 "다섯 살 딸을 보면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아이 이야기가 나오니 어느새 눈시울이 젖었다. "엄마와 함께 노는 걸 아주 좋아하는 아인데 그래도 '엄마 나쁜 아저씨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 알려주고 올게.'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입니다.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형사'가 되겠다고 위안을 삼죠. 앞으로 대구지역의 첫 여성 '강력팀장'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다 보니 청소년 범죄를 다룰 때 가장 가슴이 아리다고 했다. "청소년 범죄를 대할 때마다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어린 나이에 전과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도 마음에 걸리죠."
서보경 형사에게는 여자라는 것 외에 나이가 어리다는 핸디캡도 있다. "아가씨는 누구요?"라며 시비조로 말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서 형사는 "강력계에 여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다 보니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생기죠. 그래도 '형사'라는 신분을 분명히 밝히고 공적인 태도로 대합니다. 여형사로서의 위치는 제가 지켜야 하는 것이니까요."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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