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재기이

입력 2008-02-16 07:15:41

추재기이/조수삼 지음/허경진 옮김/서해문집 펴냄

18세기 조선은 역동적인 시대였다. 영·정조의 주도로 개혁 물결이 넘실 거렸으며 실학사상은 성리학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며 힘을 키워 나갔다. 청나라 사신으로 간 선비들이 북경에서 견문을 넓히고, 학문을 좋아한 왕이 신분을 따지지 않고 인재를 키웠으며 풍속화가들이 왕성하게 활동한 것이 모두 18세기 조선의 풍경이다. 여전히 신분 차별에 대한 장벽이 높았지만 글이든 그림이든 한가지 재주만 있으면 사람대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던 시기였다.

이 책은 바로 18세기 조선에 살았던 저자가 틀을 벗어나서 살아간 당시 기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등장하는 인물은 중인 이하 계층이다. '대구 성밖에서 수박 파는 늙은이는 해마다 맛있는 수박씨를 심었다. 수박이 익으면 따다 길가에 자리잡고 앉아서 사람을 만나는 대로 팔았다. 수박을 팔면서도 값을 말하지 않아 주면 받고 안 주면 안 받았다'는 한 늙은이를 비롯, 안경알 가는 절름발이, 원숭이를 구경시켜 빌어먹는 거지, 고소설 낭독꾼 전기수, 성대모사에 뛰어난 박뱁새, 차고 다니지 않는 것이 없는 박생원 등 독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뒷골목 사람들 71명이 등장한다. 200쪽, 9천500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