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다] 도발적인 '마더 테레사 비판'

입력 2008-02-16 07:16:56

'자비를 팔다'/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정환 옮김/ 모멘토 펴냄

몇 년 전 인도를 여행하면서 마더 테레사 수녀의 집에서 보름 남짓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위로가 더 큰 탓이었을까? 누구나 그랬겠지만 그 열악했던 환경에 대한 약간의 의문은 있었지만 비판보다는 오히려 세상의 무관심을 더 아파했었다.

'자비를 팔다'의 저자 히친스는 이런 사람들에게'두려움과 존경을 잠깐만이라도 벗어버리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마더 테레사 현상은 정치적인 면모를 드러내게 된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마더 테레사가 아이티의 일인 독재를 세습한 탐욕스러운 장-클로드의 부인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바치는 헌사와 미국 역사상 최대 사기꾼(그 피해자들은 대부분 소액투자자들이었다)에게 125만 달러를 기부 받고 그의 재판 과정에 관용을 베풀어 달라는 편지를 미국 법정에 보낸 사실로 의문을 제기한다. 설령 이런 일들이 세상을 모르는 나이든 수녀의 무지였다 하더라도 세계 각국에서 보낸 온 기금이 진실로 가난한 자를 위해 쓰였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 성녀가 빠져 나갈 길은 별로 없어 보인다.

'우상파괴자 히친스의 마더 테레사 비판'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어쩌면 도발에 가깝다. 하지만 그는 "가난한 자와 버림받은 자를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을 헐뜯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해 가난한 자들을 강제하는 동시에 치켜세우는 위압적인 사원이 신성불가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의 의견이나 주장에 전적으로 동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세상은 이미 신성불가침으로 넘쳐나고 있다. 소위 민주주의를 발현한다는 세상의 대부분의 선거에서 종교에 대한 비판은 금물이 된지 오래며 오히려 업어야할 세력이 된지 오래다. 깊은 밤이면 붉은 십자가는 온통 빛을 발하지만 장발장이 숨어 들어갈 예배당의 문이 굳게 잠겨져 있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그의 마더 테레사에 대한 비판은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꾼의 소굴로 만들지 말라.(요한복음 2장,13-25)"는 예수의 말씀과 맞닿아 있다. 평생을 낙태반대와 동성애를 반대한 마더 테레사 수녀에게 그들도 하느님의 뜻이 아니냐는 저자의 되물음은 고약하긴 하지만 신랄하다. 뉴욕프레스의 평가처럼 이 책을 쓴 이유로 히친스가 지옥에 가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의 작업이 단순한 폭로나 야유가 아니라 건전한 비판에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생의 마지막에 하늘을 우러러 "아버지여 내 영혼을 받으소서"라는 예수의 말씀이 슬프게 와 닿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전태흥(여행작가·(주)미래데이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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