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면 처음으로 돌아가라." 슬럼프에 빠졌을 때 야구 코치들의 단골 조언인데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대구 홈경기에서 5천 원을 내고 일반 입장권을 구입하면 삼성 라이온즈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관람료(750원)와 부가세(450원)를 제외하고 원정구단에 28%(1천400원)를 지급, 남는 수입은 2천400원이다. 지난해 삼성의 홈경기 입장 순수입은 약 5억 원. 원정경기 수입도 비슷했다. 역시 5억 원 가까운 마케팅 수입을 합해도 구단의 총수입은 15억 원이 전부다. 이는 200억 원이 넘는 연간 예산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큰 적자임에도 프로야구 산업은 앞으로 계속될 수 있을까? 나날이 늘어가는 재원과 적자의 폭을 과연 감당할 수는 있는 것일까? 시장 가치가 형편없이 추락한 현대 유니콘스의 현실을 감안해보면 강 건너 불구경할 시점이 아니다.
국내 프로야구는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돼 대기업들의 출자로 이루어졌다. 시작부터 이익을 내기 위해 만들어진 사업이 아니라 이미 얻은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형태로 시작된 것이니 수익 개념도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룹의 쌈짓돈을 쓰면서 '기업홍보'라는 틀 속에 갖혀 슬럼프를 자초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를 돌아보자.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처럼 프로 야구단의 이름에는 항상 지명이 우선이다. 스포츠를 지역간 대결 구도로 만들고 명예와 자존심을 결부시켜 관심을 극대화했다. 연고지 팬들이 비싼 관람료나 비싼 구단의 마케팅 용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그들이 지불한 돈이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적자에 허덕이면 그 구단은 팔릴 것이고 그 지역에서 야구단은 언제 떠날지 모르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모양새는 다르지만 본질은 미국과 비슷하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나 주니치 드래곤즈처럼 기업의 이름을 우선 사용하지만 전국민적인 관심을 얻는 이유는 미국처럼 철저한 연고 중심의 운영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프로 구단 성공의 열쇠는 연고지의 정서와 사랑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역 사회와 철저히 밀착되어 세심하게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돈을 대는 기업의 목표가 우승이라면 자칫 기업간의 대결구도로 이어지고 연고의 개념은 희석된다. 그러면 팬들이 원하는 야구가 아니라 구단주가 원하는 야구가 되는 것이다. 대구 라이온즈도 좋지만 이미 익숙한 삼성 라이온즈면 어떠랴. 중요한 것은 손님이 왕이듯이 팬들이 주인이며 친구인 야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삼성이 우승을 했던 지난 겨울, 한 외국인이 야구장 주변을 지나는 내게 물었다. 삼성의 겨울 자켓을 사고 싶은데 어디에 가면 되느냐고. "그런 건 팔지 않아요. 선수들만 입는 걸요." 대답을 하고 자세히 바라보니 그는 뉴욕 양키스 점퍼를 입고 있었다. 시즌이 끝나면 야구장에 임시로 설치된 삼성의 용픔점도 문을 닫는다.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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