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발달은 인간이 자연을 보는 방식과 인식의 변화를 초래했다. 미디어를 통해 한차례 걸러진 자연이 무차별적으로 살포되면서 현대인들은 실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를 재현한 이미지를 통해서 실제를 보는 것에 더 익숙해져 버렸다. 현대인의 감각코드는 카메라 렌즈, 컴퓨터 모니터 등 인공적인 프리즘을 거치면서 재생산된 자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와 기계적인 메커니즘이 인간의 의식과 감각체계를 지배하는 시대, 자연의 존재방식에 주목한 대표적인 예술가가 고 백남준이다. 그는 첨단 전자매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연은 어떻게 어필되고,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작가였다.
지역에서 활동중인 서양화가 문형철 씨의 자연 인식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15일부터 3월 2일까지 청도군 화양읍 아트갤러리 청담(유등연지 안)에서 열리는 문형철 초대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미디어 속으로 들어온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군락을 이룬 풀들을 곧장 캔버스 안으로 불러들이지 않고 기계적 과정을 통해 변형시킨다. 대상을 클로즈업한 사진을 찍은 뒤 포토샵을 이용한 컴퓨터 작업을 통해 재생시킨 이미지를 화폭에 담았다. 그림 속 자연은 실제를 닮았지만 결코 실제의 속살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포토샵에 의해 변형된 자연은 실제 자연의 껍질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보다는 이미지에 길들고 이미지를 더 친근하게 느끼는 현대인의 지각체계가 반영된 것이다.
자연을 소재로 한 문형철 작가의 최근 작품은 전자시대 이미지가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논평인 동시에 문제의식에 대한 반응이다. 054)371-2111.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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