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이요? 평생 같이 할 친구죠"
'비보이(B-boy)'는 알아도'라커(Locker)'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길거리를 지나다가 날렵한 연미복에다 헐렁한 줄무늬 티셔츠, 원색 줄무늬 양말 등 코믹한 의상을 갖춰입고 춤을 추는 댄서들을 만난다면 이들은 틀림없이 라커들이다. 1970년대 유행하던 소울 음악이나 디스코·펑키 등 밝고 흥겨운 음악에 몸을 맡긴 이들은 음악에 맞춰 즉석 안무를 하는 등 가볍고 코믹한 동작을 선보인다.
대구에 '라킹' 분야 세계 5위 안에 드는 팀이 있다. 2002년 창단한 오리지널러티(Originality). 7명으로 꾸려진 오리지널리티 멤버 중 서경호(27)·김동하(26)·강선구(26) 씨는 2002년 창립멤버다. 수많은 댄스팀들이 반짝 뜨고 사라지며 부침을 반복하는 가운데 6년이란 역사는 짧지 않다. 나머지 팀원인 엄성웅(29)·권석진(26), 장현민(26)·문지웅(25) 씨는 서울에서 활동 중이다.
"2002년 당시 가장 큰 대회였던'스트리트 잼'에 출전하기 위해 의기투합했어요. 춤에 미쳐있던 고교생인 우리가 덜컥 우승을 차지한 거예요. 그 때 팀원을 보강해서 7명이 오리지널러티를 결성했습니다."
해외 대회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2005년 프랑스에서 열린'저스트 데붓'이란 대회에서 라킹 파트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 대회는 스탠딩 댄스 분야 세계 최고 대회로 꼽힌다. 2005년 영국'UK 비보이 챔피언십'라킹 파트에서 준우승을, 2007년 영국에서 펼쳐진'베스트 포'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라는 이름을 얻기 까지의 길은 쉽지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부모님의 반대."처음엔 무조건 반대하셨어요. 춤추는 애들은'날라리'라는 거죠.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격려해 주시죠. 춤으로서 우리가 가야할 길을 꾸준히 가고 있으니까요."
비보이나 힙합, 팝핀 등이 대중적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데 반해 아직 라킹은 인기있는 댄스 분야는 아니다. 대구에 라커들은 고작 15명 내외. 상대적 소외감이 들때도 있지만 이들은 라킹을 사랑한다고 했다."다른 춤과 달리 펑키한 느낌이 강하고 신나요. 우리 팀은 10년 이상 호흡을 맞춰오면서 캐릭터를 분명하게 만들어온 것이 장점이죠."
젊음을 전제로 춤을 춰 왔다. 거리에서, 빈 공터에서, 연습실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춤에만 몰두해왔다. 하지만 이젠 2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춤은 '밥'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이들에게 가장 큰 화두다.
이제는 서서히 제 갈 길을 찾아가고 있다. 서씨는 시내에 스트리트 댄스를 가르치는 학원을 차렸다. 아직은 작은 규모이지만 춤을 배우고픈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있어 희망적이다. 강씨는 대학원에서 무용학을 전공한다. "스트리트 댄스에 관한 논문이 아직 하나도 없어요. 스트리트 댄스를 학문적 영역으로 끌어올리고 싶어 대학원을 택했습니다."
무릎관절이 좋지않아 요즘은 춤을 추지 못하는 김씨가 선택한 길은 유학. 다음 달이면 일본으로 떠난다. 일본에서 공부하면서 스트리트 댄스 분야에 파고들고 싶다. 이 정도면 그들에게 춤이 한때의 치기가 아니다. 평생을 걸고 공부하고 연구하고픈 매력적인 꿈인 것이다.
"춤추는 거리의 댄서들을 보시면 박수라도 쳐주세요. 그게 꿈을 찾아가는 우리에겐 큰 힘이 되니까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 스트리트 댄스(Street dance)는 크게 힙합·하우스·라킹·브레이크댄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라킹은 잠근다는 뜻의'Lock'에서 온 말이다. 따라서 춤의 동작들도 주로 무언가를 잠그는 행위를 연상시키는 것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양팔을 빠르게 돌리는 동작이다. 라커들은 코믹한 의상을 입는데, 큰 사과를 연상시키는 빅 애플캡과 줄무늬 스타킹이 대표적이다. 활기차고 밝은 느낌의 동작들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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