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군부대 철조망까지…고철 노린 '밤손님' 활개

입력 2008-02-12 09:46:32

이기성 대구중부소방서 삼덕 119안전센터 소장은 최근 중구 태평로 인근 상가로 소방점검을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상가 건물 12개 층에 있던 소화전 연결 호스 20개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 청동 노즐이 포함된 50cm가량이 예리한 물체에 잘려나간 채였다. 이 소장은 "청동 부속이 돈이 된다고 생각해 훔쳐간 것 같은데, 화재가 나기 전에 발견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철제류, 고철이 '밤손님'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소방호스 노즐, 맨홀 뚜껑, 전선, 건축 자재 등 돈 될만한 철제품들이라면 가리지 않고 도난을 당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군부대 철조망까지 훔쳐가는 간큰 도둑들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대구달서경찰서는 12일 아파트 소화전의 소방용 호스 관창(물 분사부분)만 상습적으로 잘라 훔친 혐의로 박모(35)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박 씨에게 관창을 사들인 고물업자 3명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해 12월 10일 달서구 월성동의 한 15층 아파트 각 층을 돌면서 소화전 내 관창과 호스를 가위로 잘라 쇼핑백에 담아 가는 수법으로 달서구 3개 아파트에서 모두 15회에 걸쳐 1천350만 원 상당의 관창을 훔친 혐의다.

대구남부경찰서는 지난 3일 공사현장에서 전선을 훔친 혐의로 진모(49·경북 포항) 씨를 붙잡았다. 일용노동자인 진 씨는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이 일했던 경북 성주 벽진면의 한 축사 전기공사현장에 몰래 들어가 110만 원 상당의 전선 1천여m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심야에 경비원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공사현장에서 건축자재를 훔친 혐의로 구모(30), 윤모(31) 씨 등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오전 2시30분쯤 달서구 이곡동의 한 공사장에 침입, 미리 준비한 화물차량에 철판 409개, 볼트 20마대 등 330만 원 상당을 미리 준비한 차량에 싣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5일에는 경기도 파주시 육군 모 부대 창고에 보관 중이던 시가 200만~300만 원 상당의 철조망을 도둑맞아 군 헌병대가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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