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몇 년 전만 해도 꼬불꼬불한 골목길에 나지막한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한 집에 두어 가구, 많게는 대여섯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던 정겨운 마을이었다. 저녁을 일찍 먹는 날엔 골목길 모퉁이 희미한 가로등 불빛을 돌아 마실을 가곤 했었고 우리 집 앞 구멍가게에는 언제나 아이들이 모여들어 양지쪽에 놓여있는 작은 오락기엔 꼬마들이 무슨 내용을 알고 게임을 하는지 종일 게임을 한다고 고사리 손이 바삐 움직이는 활기찬 동네였다.
그런 동네에 어느 날, 아파트가 들어온다고 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니 얼마 가지 않아 그 이야기는 현실이 되었고 한 집, 두 집 이사를 가기 시작했고 더 이상 우리 집 앞 구멍가게에서 꼬마들 보기가 힘들어졌다.
저녁이면 오순도순 모여 하루에 일들을 이야기하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누던 이웃들도 마침내 다 이사 가고 아파트 부지에서 빠진 우리 줄에 몇 집만 남아 외딴집 아닌 외딴집이 되고 말았다.
아파트를 짓는다고 높게 쳐올린 펜스, 짧게 남은 골목길엔 사람 보기가 어려웠고 암흑가가 되어버린 동네에서 나는 정말 이웃들이 그리워 못살 지경이다.
요즈음처럼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어느 겨울날, 만둣국을 끓였는데 맛이 있을는지 모르겠다며 한번 먹어보라며 우리 식구 수를 생각해서 많이도 갖다주던 지혜엄마, 비빔밥에 특유의 음식솜씨를 자랑하던 석이엄마, 막걸리를 먹으면 배가 나온다며 항상 소주를 찾던 혁이아버지. 맥주를 좋아하는 나, 막걸리 타입의 박씨…. 세 사람이 모이면 끝내는 짬뻥 술이 되어 취해 버렸던 이웃들. 지금 모두 어디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예전처럼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를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그 이웃들이 너무 그립다. 행복하세요.
정성필(대구시 달서구 유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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