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베트남 며느리 4명 '한지붕 한가족'

입력 2008-02-05 10:03:52

"쭉 멍 남 머이(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문경시 농암면 연천리 상용 씨 집에는 베트남에서 시집온 며느리들과 그 가족들이 설맞이에 한창이다. 왼쪽부터 은공린, 팜티욱배, 윈하이딕스. 이상용·윈티자민 부부는 마을 총각 결혼을 위해 베트남에 가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문경시 농암면 연천리 상용 씨 집에는 베트남에서 시집온 며느리들과 그 가족들이 설맞이에 한창이다. 왼쪽부터 은공린, 팜티욱배, 윈하이딕스. 이상용·윈티자민 부부는 마을 총각 결혼을 위해 베트남에 가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도련님 좀 깨끗이 닦으세요." "형수님 너무 면박주시는 거 아니에요?"

엄수용(45) 씨는 오늘도 형수 윈하이딕스(22·베트남) 씨의 핀잔을 듣는다. 남편 이상수(48) 씨가 "수용아, 형수한테 잘 좀 해라. 그게 뭐꼬."라며 웃으면서 아내의 편을 들고 나서자, 마당에서 멍석을 깔아놓고 제기(祭器)를 닦으며 설 준비를 하던 가족들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다. 상수 씨의 아내 편들기는 쉬이 그치지 않는다. "스무 살 차이가 나도 형수님은 형수님이지."

경북 문경시 농암면 연천리의 이상용(52) 씨 집은 이 마을에서도 유명한 집이다. 베트남 며느리가 4명이나 있기 때문이다. 이 씨와 그의 아내 윈티자민(25) 씨 부부를 비롯해 동생 상수(48)·윈하이딕스(22) 씨 부부, 오촌당숙 이준우(49)·은공린(26) 씨 부부, 외사촌인 엄수용(45)·팜티욱베(26) 씨 부부 등이 한 지붕 아래에서 오순도순 살고 있다.

관계기사 18면

상용 씨네가 4명의 '월남댁'들을 맞아들이게 된 사연은 뭘까. 2003년 맏이인 상용 씨가 국제결혼으로 아내 윈티자민 씨를 만나 금실 좋게 사는 모습을 보고 노총각이었던 상수, 수용, 준우 씨도 '참한 베트남 색시를 소개해 달라.'고 애원(?)했다. 상용 씨는 "베트남도 한국처럼 유교적인 전통이 강해 부모님을 잘 모시고 생활력이 강하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실제로 살아보니 기대 이상"이라며 "동생들을 데리고 베트남에 가서 일일이 제수씨 들을 소개시켜줬다."고 말했다.

상용 씨네는 베트남 아내들을 맞이하면서 좋은 일만 이어졌다. 형제들은 결혼직후부터 술, 담배를 끊었다. 우리말이 낯선 아내들을 위해 문경시내에 있는 한글교실에도 꼬박꼬박 함께 나갔다.

베트남 며느리들은 마을에서도 둘도 없는 복덩이였다. 주 수입원인 담배 농사가 연이어 풍작을 했고 10년동안 뚝 끊겼던 아이 울음소리가 마을에 울려 퍼졌다. 백경희(49·여) 씨는 "베트남 동서가 들어와 떡두꺼비같은 손자를 낳고 나니 시어머니께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셨다."고 했다. 맏며느리인 윈티자민 씨는 서툰 한국말로 "베트남 동서들이 있어 외롭지 않고 남편, 시부모님이 아주 많이 위해주신다."고 수줍게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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