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에게 편견의 눈물을 그치게 하자
올해 고희를 맞는 이화수(70) 할아버지는 30년 전 미국의 한 시골마을 교회에서 열린 한인 행사장 풍경을 생생히 떠올렸다. "교회안은 온통 눈물바다였어. '모두들 잘살거야'를 외치며 눈물을 흘렸지…. 나도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 할아버지는 잠시 감회에 젖었다. 요즘 농촌에서는 이 할아버지의 기억과 비슷한 장면이 곧잘 재연되곤 한다.
지난해말 문경시 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2007년 다문화가정 행복키우기 행사장. 160여㎡의 행사장엔 피부색이 저마다 다른 결혼이주여성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무대 중앙을 응시하고 있었다.
서툰 한국어로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에서 결혼생활을 하면서 겪은 사례 발표가 시작됐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저마다 공감을 표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4년 전 베트남에서 시집온 도안튀푸옹디엠(25) 씨가 '잘살거야, 우린 잘살거야'란 노래를 부르자 약속이나 한 듯 아기를 등쳐 업은 20대 여성들이 일제히 눈물을 흘렸고 행사장안은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한참동안 그들의 눈에서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한 베트남 여성은 "부모님이 너무 보고 싶어요. 임신중에 베트남 음식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베트남 향신료를 구할 곳이 없어요."라고 눈물을 글썽였고 베트남 전통 춤 발표를 앞둔 후인티락 윈티안 씨의 눈가도 젖어들었다.
결혼이주여성 낙품셤시(28·태국) 씨는 "처음에는 한국말을 못해 답답해서 많이 울었고 외국인이라고 차별도 많이 당했다."면서 "지금도 한국말을 잘 못하지만 열심히 배워 일자리도 구해 잘 살겠다. 한국에 시집온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혼이주여성들과 다문화 가정 2세들이 한국말을 잘 배우고 취직도 하고 더이상 '이방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살아가길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사회적 냉대, 차별대우 등으로 생활이 녹록지만 않아 보였다.
필리핀에서 시집왔다는 A씨는 "딸아이의 피부가 검지 않아 다행"이라면서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이름이 특이한 나 때문에 놀림 받을까봐 개명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결혼이주여성 후찌안(31) 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부끄러워 할까봐 일부러 학교 행사에 나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오성배(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다문화가정 아동이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엄마가 외국인이기 때문(34.1%) 이라는 것이 1위를 차지했다. 그들은 언제쯤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을까.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