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터미널이 대구의 관문? "남세스러워…"

입력 2008-02-04 09:56:01

난방되지않는 대합실…화장실은 오물 덕지덕지

▲ 대구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대구의 관문으로 통하는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이 외지인에게 \
▲ 대구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대구의 관문으로 통하는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이 외지인에게 \'어글리 대구\' 인상을 심어주는 대표적인 곳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도대체 외지사람들이 대구를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한 50대 승객은 "아직도 이런 곳이 있느냐?"며 기가 찬다는 표정이었다. 영하의 날씨에도 대합실은 난방이 되지 않아 승객들이 추위에 떨고 있었고, 화장실은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대구는 대표적인 교통관문을 이렇게 방치해두고 국제도시를 지향할 수 있을까.

◆대구 체면 구기는 교통 관문=마산에서 건축 사무소를 운영하는 김주한(37) 씨. 평소 타지 출장이 잦다는 그는 전국에서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만큼 편의시설이 형편없는 곳은 없다고 했다.

터미널 화장실에는 7개의 자동 소변기가 설치돼 있지만 자동센서가 모두 고장나 물이 내려 오지 않았다. 변기 안에는 전날 취객이 토한 이물질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두루마리 휴지걸이는 텅 비어 있었다. 악취도 심했다.

밤이 가까워지자 대합실은 마치 거대한 냉장고를 연상케했다. 두 대의 대형 온풍기는 작동되지 않아 몸을 웅크린 승객들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올 정도였다. 대학원생 김인진(28·여) 씨는 "너무 추워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두 시간이나 기다리다 왔다."며 "운임이 싸 고속버스를 자주 타는데 타지역 사람들이 '대구 같은 대도시의 고속버스터미널이 난방조차 안되냐?'며 수근거릴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했다. 터미널 부근에서 가게를 하는 이모(41·여) 씨는 "영하 10℃ 정도 떨어져야 한두 시간씩 온풍기를 틀었다 끈다. 손님들이 KTX역사는 저렇게 잘 지어놓고 터미널은 왜 이러냐고 불평이 많다."고 했다.

◆승객 편의는 외면=대구를 처음 찾는 사람은 터미널 앞에서 헤매기 일쑤다. 터미널이 회사 및 행선지에 따라 도로 양쪽에 3개로 나어져 있지만 안내표시는 제대로 눈에 띄지 않았다. 특히 KTX 승객들이 고속버스터미널로 이동하는 일이 이만저만 불편하지 않았다. 김모(34) 씨는 "터미널이 지저분한 것은 둘째치고 터미널이 어디인지 몰라 무거운 짐을 들고 한참 헤맸다."따졌다.

대합실에 있는 버스 시간표는 전광판이 아니라 종이에 쓰여져 있어 보기 불편했다. 한 관계자는 1970년대 초반 이곳으로 옮겨온 이후 시설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한 50대 승객은 "출구가 어디인지 몰라 왔다갔다했는데 찌그러진 드럼통 몇 개로 구분해 놓은 인도에 서있다 고속버스 경적소리 때문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도 KTX 연계효과로 인해 고속버스 이용자 수는 조금씩 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서울-대구 구간의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 연간 이용객은 지난해 67만명으로 2006년 61만 6천 명 대비 8%, 2005년 57만 3천 명 대비 15%가 늘어났다. 이번 설 연휴 동안에는 지난해 설 연휴 5만 6천 명보다 1만1천여 명이 늘어난 6만 7천여 명이 고속버스를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KTX를 타고 대구에 왔다가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고속버스 승객들이 늘어나는 'KTX 연계 효과' 덕분이다. 터미널 측이 수익은 느는데도 승객 편의시설 투자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고속터미널 측은 "시의 재정지원이 없는 상황이어서 시설 투자에 나서기는 힘들다."며 "승객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전체적으론 영업이 어렵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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