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싱글들이여, 설연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싱글들의 최대 적, 설이 눈앞이다. 친지들을 만나 한 해의 덕담을 나누고 조상을 기리는 날이지만 싱글들에겐 녹록지 않은 연휴이기도 하다. '싱글들의 명절 나기'를 유형별로 살펴봤다. 해외여행과 각종 문화 행사를 찾아다니며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되찾는 '떠나자형'부터 친지들과 연휴를 함께 보내는 정면돌파형까지. 다양한 명절 나기 유형만큼이나 명절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달랐다.
◆떠나자형
"답답하잖아요. 1년에 두세 번 보는 친지들이 결혼에 가타부타하는 것도 부담스럽고요."
성명순(32·여·영남대병원 소아과 전공의) 씨는 연휴와 방학 때마다 배낭 하나 달랑 짊어지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 6년간 배낭 여행만 열네 번을 다녀왔다.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 발길이 닿는 대륙마다 발자국을 찍고 인연을 만들었다. "역마살이 있나 봐요. 여행 다녀오면 고생했던 기억보다 즐거웠던 기억이 훨씬 많이 남아요." 여행예찬론자로서 여행의 이점을 이야기하던 성 씨는 결혼 문제로 화제가 바뀌자 얼굴빛이 달라졌다.
그녀는 여의사라는 직업이 친지들의 기대심리를 높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른이 넘으면서 결혼에 대한 암묵적인 압력이 거세졌다. 특히 상대방의 나이와 직업, 집안에 관심을 갖는 친지들의 태도가 무척 부담스러웠다. "결혼은 인생의 동반자를 찾아 기대며 사는 것이지 조건 맞춰 결혼해 달라진 인생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녀의 결혼관은 거침이 없었다. 그녀는 그래서 떠났다고 했다. 여성과 의사라는 조건을 보지 않고 헐벗은 자연 상태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장소. 미지의 대륙에서 국적을 떠나 사람과 부대끼며 인생을 즐겼다. "일상의 활력을 위해 떠난 여행이 친지들의 결혼 압력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일석이조 대안이었네요." 여행과 관련시키면 좋은 일만 생긴다는 그녀는 여행을 통해 결혼의 기존 통념에서마저 벗어나고 있었다.
◆정면돌파형
"결혼에 관한 친척들의 농담이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아요. 강한 소신 때문인지 친척들의 말에 상처를 받은 적도 없어요."
싱글로서 명절을 맞이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윤혜영(33·여) 씨는 대수롭지않게 편안히 대답했다. 뚜렷한 주관이 있는 한 그녀에게 싱글을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은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승무원 양성 학원인 코세아(COSEA)의 상담 전문 강사인 그녀는 친척들의 부담스러운 시선도 기세 좋게 웃어넘긴다. "신경질적으로 반응할 필요 없잖아요. 웃으며 넘기면 되죠." 그녀가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싱글을 고집하는 이유는 단 하나. 함께 살고 싶은 동반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 "물 흐르듯 살고 싶어요. 틀에 박혀 적령기 찾고 조건 따지며 사랑하고 싶지는 않아요."
두 번째 이유는 결혼 후 주어지는 역할이 부담스럽다는 것. 그녀는 상대방을 챙겨주고 맞춰주는 것에 서툴다. 그래서 더욱 결혼을 미루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 또 그녀에겐 싱글 언니(?)들이란 우군이 항상 곁에 있다. "40대 싱글인 언니들이 주변에 많아요. 자유롭게 어울리고 모여 시간을 보내면 너무나 편해요." 일에 대한 열정과 자유분방함, 그리고 결혼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진 그녀에게 친척들의 조언과 압박은 무용지물이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 결혼 압력 대처 '싱글들의 대화법'
해외여행을 떠나든, 친구들과 공연장을 찾든 설 연휴라면 가족과 친지들을 피할 수만은 없는 법. 나만의 대처 능력이 필요하다. 결혼 압력에 대처할 수 있는 '싱글들의 대화법'을 알아보자. 정일경 서대구대동병원 원장이 말하는 '싱글들의 대화법'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스스로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해라.
결혼을 하지 않거나 이혼을 선택하게 된 명확한 소신이 있어야 한다. 원하는 배우자를 찾지 못할 경우 친지와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결혼을 원치 않을 경우 혼자 사는 삶의 이점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통념에 사로잡힌 비난이 쏟아질 때 또렷한 소신이 있어야 상황 대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가족과 친지의 성향을 파악, 상황별로 대응하라
부모의 힘으로 싱글을 고집하는 딸의 의지를 꺾지 못할 때 흔히 집안의 어른을 이용,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럴 경우 강한 거부는 금물. 되도록 빨리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인사치레로 결혼을 권유하는 경우에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은근슬쩍 넘어가는 센스를 발휘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가족과 친지들의 걱정과 우려를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좋지 않다.
▶감정 조절 능력이 필요하다.
혼자 사는 여성의 경우 피해의식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 '혼자 사는 여자라 얕잡아 봐서 그래.'라는 의식이 자신도 모르는 채 의식 저변에 깔려 있는 것. 이럴 경우 느닷없이 감정이 분출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가족과 친지의 우려와 걱정을 역으로 이용, 우군을 만들 필요가 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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