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總選(총선) 시즌이다. '메뚜기도 한철'이던가, 무심히 지내던 知人(지인)들로부터 전화가 빗발친다. 몇 마디 안부를 주고받고 나면 으레 예비 후보로 등록했으며 모 정당의 공천을 기다리는 중이라는 소식을 전한다. 변호사거나 전직 고위 공직자, 혹은 대학교수 출신이다. 허물없는 사이면 '부추긴 사람이 누구냐'며 짐짓 만류도 해보지만 '꼬임에 넘어간 사람이 더 나쁜 ×이 아니겠느냐'며 일축한다.
'국회의원 病(병)'은 한 번 깊이 들면 百藥(백약)이 소용없다. 불치병이다. 패가망신의 사례도 적지 않으나 '선거철 불나방'들은 좀체 줄지 않는다. 한 번 금배지를 단 사람들도 스스로 물러나는 경우가 드물다. 대개 사망에 이를 때까지 의원직을 고수하려고 한다. 도대체 국회의원 자리가 얼마나 좋으면 전문 직업군인 변호사와 교수들이 정당에 줄을 대려고 기를 쓸까?
노무현 대통령이 3당 합당에 가담하지 않아 총선에서 고배를 마시고 '정치 낭인'으로 떠돌던 시절로 기억한다. 당시 '노 전 의원'에게 금배지 부착 유무의 차이점을 물은 적이 있다. 면책특권을 비롯해 우선 큰 것만 100가지가 넘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소소한 차이로 서울-부산을 오가는 항공기 탑승 때 신분증부터 챙겨야 하는 등 수백 가지나 된다고 했다.
공천을 놓고 新'舊(신'구) 여권이 모두 극렬한 충돌을 빚고 있다. '分黨(분당) 불사'까지 외치며 다투는 모습이 점입가경이다. 과거에도 공천은 '경쟁'이 아니라 '전쟁'이었다. 정치 생명을 좌우하는 만큼 양보와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부자간, 형제간, 심지어 부부간에도 당 공천을 놓고 다툰 전례가 있다.
최근 공천을 둘러싼 여야 정당 내부의 이전투구는 우리 정당이 '公黨(공당)'이 아니라 '私黨(사당)'임을 방증한다. 원칙과 기준은 없고, 패거리 이익만 앞세운다면 '조폭'보다 나을 게 무엇인가. 여기에 '특정 정당 공천=당선'인 극심한 지역주의 투표 성향이 정당 민주화를 가로막고 있다. 이러니 자천타천 후보들이 금배지만 달면 국민 위에 군림하려 드는 게다.
그러나 이제 정당들도 공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무자격, 무능력 '작대기 후보'를 지지하라는 건 '公薦(공천)'이 아니라 '私薦(사천)이고, 유권자 모독이다.
조영창 북부본부장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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