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뇌리 속에 남아 있는 이웃사촌이 있다. 결혼을 하고 빠른 내 집 마련을 위해 맞벌이를 한답시고 내 아이를 업고 손님을 맞이하기를 몇 년째, 문만 열면 마주볼 수 있는 앞집 아주머니께서는 안쓰럽다면서 수시로 먹을거리를 챙겨 주시고 아이도 한 번씩 봐주셨다.
어떤 때는 손수 만드신 엿부터 손만두에 소나무껍질로 만든 솔떡도 해주시고 고향이 청도라서 그런지 연밥도 맛보라고 해주셨다. 아주머니는 우리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먹을거리를 잘도 만들었다. 몇 년의 시간이 더 흐른 탓으로 내 집 마련으로 헤어지게 되었다.
자주 만날 것을 약속했지만 나름대로의 생활패턴에 만나기란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전화로만 한 번씩 소식을 전할 뿐이었는데 어느 날 막내딸 결혼을 한다고 초대장을 보내주셨다. 반가움에 거울을 몇 번씩 쳐다보면서 설레는 맘으로 식장으로 향했다.
아주머니 옆에 함께해야 할 아저씨가 안 보였지만 화장실 갔으리란 생각에 아주머니께 인사를 하고 그동안 안부를 여쭙는데 "아저씨는요." 란 말에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하늘나라로 갔다고 한다.
동네 분들이 부러워할 만큼 부부애가 돈독하니 행복했는데 순간적으로 그때 활짝 웃으시면서 인사를 받아주시던 아저씨의 모습이 떠올라 울컥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져 더 이상 마주하지 못하고 식장 안으로 들어가 맘을 다스려야 했다.
새색시보다 고운 한복을 입고 나오시는 아주머니 너무 아름다워 박수를 힘차게 보내 주었다.
우린 또 이렇게 헤어져 기억 속에만 맴돌고 있었는데 독자카페 글 주제에 젤 먼저 떠올려지는 아주머니, 이제야 전화번호부 책을 꺼내들고 버튼을 눌러본다.
전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듬직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큰아드님이었다. 칠순이 다 되어가지만 음식 솜씨 좋으신 아주머니는 수성구 한 음식점에서 요리를 하고 계신다 했다.
"건강하시다."는 답변에 수화기를 놓았지만 그때 그 목소리가 생생하게 귓전을 파고드는 것 같다. "배고플 텐데 맛이나 봐." 하면서 문을 드르륵 열 것만 같은 아주머니, 당신을 존경합니다.
이선자(대구시 달서구 상인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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