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띤 대출·징그린 수출…금리 하락 '빛과 그늘'

입력 2008-02-01 09:13:14

#아파트를 살 때 은행에서 1억 원을 빌린 A씨(45)는 요즘 기분이 좋다. 금리 떨어지는 소리가 '뚝뚝' 들릴만큼 금리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는 지난달 31일을 기준으로 불과 보름전에 비해 0.35%포인트나 떨어졌다. 1억 원을 빌린 A씨 입장에서는 아무일도 안했는데 연간 이자가 35만 원 가량 줄어드는 것이다. 이달초까지만해도 오르는 금리 탓에 걱정이 컸는데 횡재한 기분이라고 했다.

#직물 수출을 하는 B씨는 요즘 불안하다. 지난달 31일을 기준으로 환율이 사흘 연속 내리면서 950원 대까지 올라갔던 원/달러 환율이 940원 대까지 다시 내려온 것이다. 그는 미국이 연일 금리를 내리면서 우리나라와의 금리차가 확대되고, 이렇게되면 우리나라 채권 매입을 위한 외화자금 유입이 늘어나 결국 원/달러 환율이 더욱 떨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국제 금리가 본격적인 내림세로 방향을 잡은 가운데 우리나라의 돈값도 싸지고 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린 가계는 함박웃음을 짓고 빚을 낸 기업인들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지만 금리 하락은 환율불안을 낳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물가불안까지 초래할 수 있어 가계와 기업 모두 불안한 모습이다.

변동 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 금리가 되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는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급락중이다. 31일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91일물 CD 금리는 전날보다 0.10%포인트 떨어진 연 5.50%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22일 5.49% 이후 두 달여 만에 최저 수준. 6년 8개월만에 최고치였던 지난 15일의 5.89%에 비해서는 0.39%포인트 급락했다. 전날에 비해 하락 폭은 2004년 11월11일 0.17%포인트 급락한 이후 3년 2개월여만에 최대치다. 지난해 11월9일 5.35%였던 CD 금리는 두 달간 0.54%포인트나 급등했지만 최근 증시 불안의 영향으로 은행권으로 자금이 유입, 은행들의 CD 발행 압력이 줄어들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0일(현지시간) 연방기금 금리를 0.50%포인트 추가 인하한 점도 이날 CD 금리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은 금리인하분을 반영, 이달초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을 내릴 예정인데 대구은행의 경우 최저 6.94%~8.44%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금리가 6.59%~8.09%로 내려갈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 확대에 따른 콜금리 인하 전망 등으로 당분간 CD금리가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 중앙은행이 30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해 연 3.00%로 낮춤으로써 우리나라 콜금리(연 5.00%)와의 격차가 2%포인트로 벌어졌다.

이와 관련, 미국이 저금리 기조를 고착화하면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유지하면 우리나라 채권을 사기 위한 달러화 유입이 촉진,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것이 우려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리 인하 효과를 누리는 쪽도 있지만 곡물가 폭등 등 물가 인상 요인이 많은 상황에서의 금리 하락은 물가를 크게 올릴 수 있다."며 "더욱이 현재처럼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차가 커지면 환율 하락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어 수출 경쟁력 악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