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곳!]청도, 왜 이지경까지

입력 2008-01-31 16:15:04

"물 맑고 깨끗한 청도 이미지 되찾자"

"선거 전만 해도 하루 매출 10만 원은 거뜬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죽고, 군수가 구속되고 부터는 하루 3만 원도 벌기 힘든 지경입니다. 이러다가 청도 전체가 망하게 되지는 않을 지 걱정이 태산입니다."(청도읍 한 식당 주인)

"어느 순간부터 함께 모이지를 않습니다. 괜히 선거 얘기가 나와 서로 불편해지면 큰 일이니까요. 집안 식구처럼 어울리던 주민들인데 왜 이렇게 됐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화양읍 한 농민)

"공무원들도 술자리를 피합니다. 어쩌다 마시더라도 대구까지 나가는 일이 많죠. 군민들이 선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우리만 편할 수는 없으니까요."(청도군 한 공무원)

28일 찾은 청도군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할 지경이었다. 거리마다 도무지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고, 어쩌다 만난 사람들마저 '선거'에 '선'자만 들어도 손사래를 쳤다. 군민들은 "더 이상 선거 얘기는 말아달라."며 "대신 어떻게 청도를 살릴지 고민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 속에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적어도 다음 재선거 때는 '돈 선거'가 사라지지 않겠느냐는 것. 화양읍에서 만난 한 30대 농민은 "돈을 준 사람도, 돈을 받은 사람도 모두 잘못이지만 진짜 나쁜 마음을 먹었다기보다는 아무것도 모르고 '실수한' 군민들이 많다."며 "다음 선거는 정말 깨끗하게 치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청도읍 한 공무원도 "리더십과 능력을 갖춘 진정한 군수를 뽑기 위해 겪는 홍역이었으면 한다."며 "다음달 21일 모두 1만여 명이 모여 함께 여는 정월 대보름 달집 짓기 및 태우기 행사를 통해 군민 화합의 장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찰의 금품수수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청도 운문면 주민 13명과 금천면 주민 25명, 청도읍 주민 2명 등 42명이 지난 28일 오후 1시쯤 전세버스를 타고 청도경찰서에 도착한 것. 경찰에 금품수수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에 따르면 자수 의사를 밝혀 오는 다른 군민들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수자 특례규정에 의해 처벌 수위가 낮아질 전망.

청도군민들은 "금품수수 혐의를 받던 군민들이 앞다퉈 자진 출석하는 이유는 하루 빨리 수사가 마무리돼 청도 군민들이 다시 일어섰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라며 "청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돈선거에 연루된 것처럼 의혹의 눈길만 보내기보다는 청도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이상준 all4you@msnet.co.kr

※청도 돈 선거 파문 일지

▷2007년 12월 17일-정한태 청도 군수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받은 K씨(52) 음독 자살.

▷2008년 1월 2일-경찰, 정 군수 사조직 추정 명단 확보, 군민 수백 명 조사.

▷2008년 1월 6일-정 군수 선거운동원이었던 Y씨(57) 음독 자살

▷2008년 1월 11일-경찰, 정 군수 집무실·자택 압수 수색

▷2008년 1월 17일-경찰, 정 군수 소환

▷2008년 1월 21일-경찰, 정 군수 사전 구속영장 신청

▷2008년 1월 24일-경찰, 정 군수 구속

▷2008년 1월 28일-금품수수 혐의 청도군민 40명 자진 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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