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금연 안하실래요?
설 선물, 금연 어떻습니까
"존 웨인, 율 브린너, 스티브 맥퀸, 게리 쿠퍼의 공통점은?" 지독한 흡연자이며, 폐암으로 숨졌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물론 예외일 수 없다. '나는 괜찮겠지' 착각하며 계속 담배를 피워대면 폐암, 식도암, 심혈관질환 등 우리의 목숨을 노리는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곧 설이다. 새해 첫 날 결심한 금연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이번 설을 맞아 자신과 가족들에게 금연을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담배는 3천여 종의 발암물질 등 수천 개의 유해물질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40여 개는 확실하게 발암과 관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으로 인한 대표적인 질병엔 폐암, 식도암, 심혈관질환 등이 있다. 담배를 피우면 왜 이들 질병에 걸릴까.
◆폐암
폐암은 우리나라 남성에게 위암 다음으로 많다. 실제 흡연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 비해 폐암 발생률이 20배나 높다. 문제는 일반적으로 흡연 후 20~25년 정도 지나야 폐암이 발생하기 때문에 10년 내엔 별다른 증상이 없어 금연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것. 흡연이 폐암으로 진행되는 과정은 이렇다. 담배를 피우면 발암물질이 기관지로 들어가 기관지 세포를 반복적으로 자극하고, 자극을 견디지 못한 기관지 세포가 비정상세포로 변하게 되는 것. 또 이 비정상적인 세포가 계속 흡연에 노출되면 결국 암세포로 변하고, 빠른 속도로 자라 작은 혹을 만든다. 그렇지만 폐의 경우 양쪽에 쌍으로 자리 잡고 있어 한쪽 폐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쪽 폐가 역할을 어느 정도 대신하기 때문에 증상을 느끼기 힘들어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하루 흡연량이 많을수록, 흡연 기간이 길수록, 담배 내 타르, 니코틴 등 발암물질 함량이 높을수록, 연기를 깊게 들이마실수록 폐암발생 위험성도 높아진다. 특히 흡연 시작 연령이 낮을수록 폐암 발생 위험이 큰데, 실제 15세 전에 흡연을 시작한 사람은 25세 후 담배를 피운 사람보다 폐암 발생 가능성이 4, 5배나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식도암
식도암은 흔하진 않지만 치명적인 악성 종양이다. 우리나라 경우 연간 1천600명 정도의 식도암 환자가 발생한다. 특히 50대 이상에서 자주 발생하고, 남자의 경우 위암, 간암, 폐암, 대장암 다음으로 많다. 식도암 역시 흡연이 가장 위험한 요인. 식도암의 50%가 흡연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15개비 미만의 경우 2배, 25개비 이상은 6배, 그리고 음주와 함께 할 경우 10~25배나 식도암 발생률이 높아진다. 음주나 고온의 자극적인 음식 역시 식도 점막을 자극, 식도암을 유발한다. 음주의 경우 맥주나 포도주보다 위스키가 더 위험하다.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경우(연하곤란)나 체중 감소가 식도암의 초기 증상으로, 대부분 통증을 동반한다. 역류 증상이나 구토를 호소할 정도까지 증상이 진전되면 완치가 어렵다. 역행성 후두 신경을 침범한 경우엔 쉰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심장혈관질환
심장혈관질환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도 역시 흡연. 주로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말초혈관질환을 일으키는데, 미국의 경우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13% 정도가 흡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담배 내 니코틴의 경우 혈압과 심장박동수를 상승시켜 심장에 큰 부담을 주고, 일산화탄소는 혈액 내 헤모글로빈과 결합, 산소 운반 장애를 일으킨다. 또 흡연 기간이 길어질수록 혈관벽을 손상시켜 동맥경화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심장질환인 관상동맥질환의 경우 심장 돌연사의 주요 원인으로, 흡연의 기간이 길고 흡연량이 많을수록 위험성이 높아진다. 뇌졸중의 경우도 비흡연자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하는데 65세 미만 연령에서 발생하는 뇌졸중의 40%가 흡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뇌졸중은 뇌로 가는 동맥이 막히거나 혈액이 혈관 밖으로 새어 나와 발생한다. 말초혈관질환의 경우 온몸에 분포하는 모든 말초혈관에서 발생할 수 있다. 다리로 가는 혈관이 막히는 경우가 가장 많다. 다리에 혈류 공급이 부족하면 걸을 때 종아리가 당기는 듯한 통증을 느끼는데,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10명 중 9명이 흡연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론은 금연!
뭐니 뭐니 해도 금연이 최선의 예방·치료책이다. 흡연자가 금연할 경우 5년이 지나야 폐암 발생률을 줄일 수 있다. 10년이 지나면 30~50%까지 감소하고, 20년이 지나면 흡연하지 않은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폐암 발생률을 줄일 수 있다. 식도암의 경우는 금연 효과가 더욱 빠른데 5년 이상 금연하면 비흡연자와 식도암 위험이 비슷해진다. 심혈관질환도 금연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는데, 금연하면 1년 뒤 관상동맥질환 위험도가 절반으로 줄고, 15년 지나면 비흡연자와 같게 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영남대병원 호흡기내과 이관호 교수·소화기내과 장병익 교수·순환기내과 박종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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