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발전 걸림돌" 목청 높지만 발걸음은 무겁다"
지난해 5월 30일. 대구시는 K-2, 미군기지 등 대구 발전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도심 속 군부대 이전'을 천명했다. 그러나 7개월이 지나 새해를 맞았지만 아직도 논의는 진행 중이다. 북·동구 주민들에게 K-2 전투기 소음 피해는 뿌리 깊은 고통이며 남구에 집중돼 있는 미군부대도 남구의 노른자위를 차지하며 대구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과연 올해 이전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까.
◆K-2, 이전 논의 활발=지난해 5월 대구시가 K-2 이전 등을 천명하자 공군 군수사령부는 곧바로 '대구 공군기지의 효과는 연간 2천180억 원 규모로,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에 따른 생산유발효과보다 크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K-2 기지 이전은 각종 규제에 묶여 차질을 빚고 있는 '이시아폴리스', '신서혁신도시', '동대구역세권 개발' 등 3개 대형사업의 시너지 효과로 이어진다. 또 전투기소음피해 소송에 따른 피해배상금, '미군공여구역 주변지역 지원법'에 따른 지원사업비용 2조 원, '군공항 소음특별법' 시행에 따른 9조 원의 기금 소요를 줄일 수 있다.
특히 대구·경북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이전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개발제한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비행안전고도구역으로 묶인 K-2 인근의 개발은 대구 전체에 각종 개발 호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통계와 수치에서도 K-2 이전의 당위성이 나타난다. 환경부 자료(2006년 기준)에 따르면 대구공항이 전국 공항별 평균 소음도에서 최고 수준인 87웨클(WECPNL)이었다. 또 지난해 대구시교육청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는 K-2 주변 북·동구 32개 학교 중 16개교가 항공소음피해 기준치를 초과한 곳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중단 등 학습권 침해는 물론 학생들의 주의력·자제력 결핍, 성적 저하 등을 불러일으키고, 소음과 고도제한 등으로 주변 집값은 계속 떨어지는 등 재산권 피해도 심각하다.
K-2측이 내세웠던 미군 치누크 헬기부대(2006년 본국 이전), 항공교통관제소(현 항공교통센터·2001년 인천 이전) 등의 문제가 해결됐고, 과학·군사 목적의 인공위성이 활용되면서 군사요충지의 의미도 퇴색했다. 특히 지난해 1월 '국방·군사시설이전 특별회계법'이 시행돼 부대이전 비용도 현 부지 매각대금으로 충당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에서도 이전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해 10월 'K-2 이전 주민비상대책위원회'가 발족했으며 100만 명 서명운동에도 들어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재만 대구 동구청장은 "현재 동·북구민 39만 명이 서명에 참여했고, 이는 대구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여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한성주 공군군수사령부 사령관은 "대구시민의 염원인 K-2 이전의 당위성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군은 정부의 지시로 움직이며 정부에서 의지가 있다면 행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미군부대 반환, 제자리?=대구 남구 봉덕3동, 대명5·9동 캠프워커에는 H-805헬기장, 골프장, 군인가족숙소, 장교·사병클럽 등이 있다. 남구 이천동 캠프헨리에는 후방기지사령부와 대구지구사령부, 군 수송부, 남구 대명2동 캠프조지에는 장교숙소와 체육시설 등이 있다. 3곳의 면적은 1.08㎢로 남구 전체 주거·상업지역의 10%나 된다.
현재 반환을 추진 중인 미군기지 부지는 H-805헬기장과 A-3비행장 활주로 및 주변 지역. 남구청은 헬기장 부지에 새 남구청사를 짓고, A-3비행장 일대를 3차 순환도로와 공원 등으로 조성할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나 반환 논의는 제자리다. 2002년 '한·미 양국 간 기지재편 계획(LPP협정)'에 따라 반환하기로 한 이 일대는 당초 479억 원을 들여 2006년 말까지 이전키로 했지만, 2009년 말로 이전시기를 예상하고 있을 뿐이다. 경북 왜관으로 옮길 예정이던 H-805헬기장은 2006년 시설 설계 뒤 아직 무소식이며, 대구 3차순환도로 부지인 A-3비행장 활주로 부지는 미군 측이 병참부와 사병숙소, 유류·가스 저장시설이전 비용 부담을 한국 측에 요구하고 있다.
그 사이 재산권 침해와 환경 오염, 도시 균형 발전 저해 등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과 지자체가 떠안고 있다. 남구 전체 13개 동 가운데 11개 동이 미군기지 공여구역 주변 부지로 지정돼 주민 대부분이 미군기지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57년간 미군기지 옆에 살고 있는 차태봉(68·남구 대명5동) 씨는 "밤낮없이 뜨고 내리는 헬기 소음으로 늘 가슴이 뛰고 불안해 신경안정제가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황준성(33·남구 대명9동) 씨는 "고도제한으로 7층까지만 건축이 가능해 재개발·재건축은 꿈도 못 꾼다. 이러한 재산권 침해를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실제 기지 주변은 현재 도시계획 자체가 없을 정도로 낙후됐다. 대구시의 숙원사업인 3차 순환도로는 A-3비행장 서편 700m(영대네거리 남편~남부경찰서 건너편) 구간의 반환이 확정되지 않아 완전 개통이 어렵다. 박창수 남구청 기획관리실장은 "미군기지로 인해 연간 60여억 원의 재정수입이 줄고, 민원도 끊이지 않는다."며 "남구와 대구의 발전을 위해 국가차원에서 이전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李 당선인 공약 기대…지자체·주민도 합심
주한 미군기지 이전 문제는 미국의 대외 정책과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또한 대체 이전지 확보와 수조 원에 이르는 이전 비용 마련 등으로 중앙정부의 지원과 추진 의지가 필수적이다. 지자체와 주민들은 'K-2 비행장과 남구 미군기지를 이전해 미래지식산업의 혁신기지로 개발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기초단체와 주민들도 미군기지 이전 당위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동옥 도시공동체 사무국장은 "단순히 정치적인 보여주기나 지역 주민 여론화 작업 등은 한계가 뚜렷하다."며 "지자체와 시민단체 등이 이전추진위를 구성, 각종 공청회나 지역 발전 주민 토론회 등을 개최해 이전 필요성과 관련 정책에 대해 홍보하는 등 정부와 미국에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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