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제 '골목길 관리' 치중할 때 됐다

입력 2008-01-26 10:40:38

대구 도심 골목길의 일방통행화 요구가 번번이 가로막힌다는 보도가 있었다. 근래의 사례로 제시된 것은 수성구의 범어'만촌 등 2개 동 주택가였다. 일부 주민들이 먼저 나서서 제도 시행을 요구한 곳이다. 마구잡이 주차까지 겹쳐 자동차 교행은 물론 걷기조차 위험'불편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구청은 이 민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골목 상인들의 반대가 만만찮은 등 찬성 의견이 50%도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 이런 식이다 보니 작년 한 해 동안 신규 지정에 성공한 일방통행 골목길은 시내 전체 다해야 겨우 세 구간에 불과하다고 했다.

대구 몇몇 지역에서는 몇 년 전부터 골목길 우선주차제 도입이 시도됐었다. 골목길을 방치해 아무나 차를 세우게 놔 둘 것이 아니라 주차면을 설정해 일정 요금을 받고 희망자에게 우선주차권을 부여한 뒤 관리도 해 주겠다는 제도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泰山鳴動(태산명동)에 鼠一匹(서일필)' 꼴이 됐는가 싶다. 그 후 이 제도가 뿌리를 제대로 내렸다는 소식은 들려 온 적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당국이 관리에 중점을 둬 온 도로는 말할 것 없이 도심의 큰길이다. 여전히 부실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인도를 갖춘 너비 10m 이상의 도시계획 도로들에서는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반면 골목길들은 큰길에서 벗어나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대부분 관리 없이 방치됨으로써 무질서 정도가 심각하다. 너비 6∼8m 골목길이 상시 양편 주차로 막히는가 하면 일방통행 실시 등 대처 노력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목길 교통 정비는 단순히 교통 원활만을 위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 못지않게, 혹은 그보다 오히려 더 주목해 봐야 할 게 바로 질서와 사회 안정성의 측면이 아닐까 생각된다. 일본의 여러 도시들이 안정되고 질서 있어 보이는 데는 주택가 골목길의 철저한 관리가 작잖은 몫을 하리라 싶기도 하다.

이제 우리도 도로 관리의 범위를 골목길로까지 확장해 수준을 높여 나갈 때가 충분히 됐다고 믿는다. 누구보다도 구청과 시'군청들이 태도를 바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주민들 또한 질서만이 우리를 안전하고 안심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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