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冬將軍(동장군)

입력 2008-01-26 10:42:36

최근 며칠 새 한파가 몰아치면서 '장군'이 아니라 '졸개'로 전락했던 동장군이 모처럼 威勢(위세)를 떨쳤다. 서민들에겐 따뜻한 겨울이 한결 낫다. 특히 올겨울엔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난방비를 절약하려고 연탄을 쓰는 사람이 더욱 늘었다는 소식이다. 연탄가스 중독사고도 심심찮게 들린다.

포근한 겨울은 난방비를 아껴야 하는 서민들에겐 희소식이나 겨울 '한 철' 사업자에겐 가혹한 시련이다. 알프스 산자락에 있는 스위스 남부의 '에르넨'이라는 스키 리조트는 단돈 1스위스프랑(US달러 90센트)에 팔렸다. 총 19㎞ 길이의 스키 슬로프와 4대의 리프트, 레스토랑을 갖춘 이 스키장의 헐값 매각은 지구 온난화로 눈이 내리지 않아 제설기 가동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반면 스키어들은 대형 리조트만 찾아 운영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알프스의 소규모 스키 리조트 수백 곳이 이 스키장과 비슷한 처지다. 소규모 스키리조트들의 경영난은 스키장에서 일하던 젊은이들의 出鄕(출향)을 부추겼고, 이로 인해 알프스 산자락의 많은 초등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어쨌든 겨울은 코끝이 시리도록 추워야 제 맛이다. 코를 '쨍'하고 자극하는 기온은 영하 20℃ 정도라고 한다. 콧속 습기가 얼면서 차가운 공기로 인해 기침이 터져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영하 35℃쯤 되면 노출된 피부가 감각을 잃는다. 한반도의 남쪽에선 휴전선 부근 최전방 고지에서나 체감할 수 있는 기온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 시베리아 동부의 야쿠츠크에선 영하 20~30℃는 추위도 아니다. 인구 20만 명의 이 외딴 도시 시민들은 영하 40℃에서도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거리를 활보한단다. 이 도시의 학교가 임시 휴교에 들어가는 기온도 영하 55℃는 돼야 한다.

모처럼 강추위가 찾아오면서 전국의 눈꽃'얼음축제가 활기를 띠고 있다. 지역에서도 다양한 '동장군 축제'가 열린다. 청송에선 이번 주말부터 이틀간 빙벽등반대회와 함께 다양한 전통 겨울놀이로 구성된 '2008 겨울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울릉도에선 25일부터 사흘간 눈 축제가 열린다. 많은 시'도민들이 참석해 성대한 축제가 되고 지역 주민들의 관광 수입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조영창 북부본부장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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