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진화론으로 해석한 연애·질투·간통은?

입력 2008-01-19 07:23:45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데이비드 바래시, 나넬 바래시 지음/박중서 옮김/사이언스북스 펴냄

'간통의 생물학'(?)

간통도 생물학적 연구대상이었나? 일부일처제는 인류가 만든 지순지고한 사랑의 결정체이고, 그 자체가 하나의 신화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영속적인 신화는 바로 혼외정사이다.

고대 영국에서 아서 왕의 눈을 피해 기니비어 왕비와 랜슬롯 경이 숲 속에서 벌인 불륜을 생각해 보라. 우람한 은제 갑옷과 찰랑거리는 왕비의 옷을 포개 놓고 알몸으로 벌인 욕망을 변주곡. 1천여 대의 함선을 트로이로 출범시킨 것도 간통에서 잉태된 비극이었다.

권태로운 남편과의 관계에 실증을 느낀 나머지 야성적인 젊은 남자와 불장난을 일삼는 바람난 부인, 어리고 예쁜 아내가 자기 친구와 또 외간 남자와 바람이 날까 전전긍긍하는 그 바람난 부인의 남편 등은 제인 오스틴이나 브론테 자매, D.H. 로렌스, 플로베르, 셰익스피어 등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뿐 아니라 21세기 트렌디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시공을 초월해 다뤄지는 소설이다.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가 된 이런 이야기가 시대와 지역, 인종을 벗어나 현재까지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다.

1980년대 출간된 '할리퀸 로맨스' 시리즈는 매력적인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이야기로 20, 30대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매 권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아름다운 여주인공과 힘센 근육질의 남자가 벌이는 탐미적인 러브신은 젊은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여주인공은 주위의 갖은 방해 공작에도 끝내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자신에게 충실한 한 사람의 배우자를 원하는 여성의 성적 욕망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남성의 욕망을 잘 나타내 주는 작품이 바로 이언 플레밍의 007시리즈이다. 매 권마다 새로운 남녀 주인공이 등장하는 '할리퀸' 시리즈와 달리 007시리즈는 제임스 본드 혼자서 매 회마다 새로운 미녀를 섭렵한다.

사랑을 할 때마다 남자는 이 여자의 첫 남자이기를 바라고, 여자는 이 남자가 마지막 남자이기를 바란다. 사랑의 관점 차이일까? 그러나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라는 종의 번식 성공도를 높이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임신 및 그에 따르는 양육 등으로 인해 시간적, 육체적 소모가 많기 때문에 자신에게 끊임없이 관심과 자원을 투자해 줄 배우자를 기대한다. 반면 남성의 경우 한 명의 여성보다는 여러 명의 여성을 만나는 것이 훨씬 번식적으로 이득이 된다고 지은이는 말하고 있다. 결국 제임스 본다는 다수의 성적 상대를 바라는 남성의 성적 욕망의 철저한 대변자인 셈이다.

진화심리학자인 아버지와 대학에서 생물학과 문학을 전공한 딸인 부녀 지은이는 오셀로의 질투가, 마담 보바리의 간통이, 삼총사의 우정이, 엠마의 연애가 시대를 넘어 보편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인간 모두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본성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구스타브 플로베르의 우아한 섹시 소설 '마담 보바리'가 처음 출간됐을 때 독자들은 경악했다. 주인공은 지체 있는 중산층 여성으로 애인을, 그것도 여러 명을 둔다. 이미 결혼한 몸으로 말이다.

그로부터 150년 뒤 동물행동학자들은 자연상태에서 상당수의 새끼들이 친아버지가 아니라 그저 자기 어머니의 배우자인 수컷에 의해 양육된다는 사실을 밝혀내곤 또 한번 놀랐다. 마담 보바리는 단순한 방탕 이상으로 동물행동학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직업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수컷의 '부성 불확실성'에서 파생된 성적 질투와 불안을 '오셀로'와 '안나 카레리나'를 통해, 여성과 남성의 서로 다른 기대치, '성모/창녀 콤플렉스'에 대해서는 '테스'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을 통해 설명한다.

그리고 '오셀로', '마담 보바리', '카라마조프의 형제', '분노의 포도',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 번 울린다' 등 수많은 문학 작품을 넘나들며 진화심리학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통해 인간 본성의 생물학적 실체를 밝혀낸다.

생물학을 문학평론에 응용시킨, 놀랍도록 색다른 시각임에는 틀림없으나, 우리가 쫓아온 숱한 사랑의 실체와 근원이 유전자 속 생물학적 근원에서 출발했다니, 그게 더 놀랍지 않은가?

456쪽. 1만 8천 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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