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아잔 브라흐마 지음/류시화 옮김/이레 펴냄
흙을 반죽한 벽돌로 집을 지었다.
그러나 다 짓고 나니 벽돌 2개가 튀어나와 눈에 거슬린다. 볼 때마다 밉다. 그렇다고 집을 허물 수도 없고, 벽돌 2개만 빼낼 수도 없다. 미운 벽돌은 마음속에 자리 잡아 점점 커져갔다. 어느 날 누가 와서 "집이 아름답다."고 했다. "아니 당신 눈에는 저 벽돌 2장이 보이지 않습니까? 어째서 이게 아름답습니까?" "물론 보이지요. 그러나 나머지 998장의 벽돌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미운 놈이 커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미운 놈 때문에 예쁜 놈이 있다. 삶이 그렇다. 998개의 아름다움을 보지 않고, 미운 2개만 보고 서로 마음의 벽을 쌓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백인 승려가 전해주는 몸과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이다. 삶, 고통, 사랑, 두려움 등 마음속에 존재하는 108마리의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를 실어 두었다.
코끼리를 갖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나 깨나 코끼리 생각뿐이었다. 코끼리만 있으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았다. 그러나 코끼리를 키울 공간이 없었다. 거기다 코끼리를 배불리 먹일 사료도 문제다. 그는 돈을 벌어야 했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일을 해도 코끼리를 살 수가 없었다. 이제 코끼리는 마음속에서 요동을 친다.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다. 술 취한 코끼리는 어느덧 마음의 주인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누구나 한 마리쯤의 코끼리를 키우고 있다. 간절히 갈구하면 언젠가는 그것을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세상은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일 뿐이다. 왜냐하면 언제나 더 멋지고 아름다운 코끼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코끼리를 포기할 수 있는 마음이다.
스님들의 명상집은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생활 속에서 얻은 지혜와 에피소드들을 통해 마음의 짐을 놓고, 삶을 관조하며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백인승려의 눈을 통하다 보니 훨씬 실생활적인 측면이 강하다.
지은이는 태국의 고승 아잔 차의 수제자다. 런던의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17세 때 불교 서적을 읽고 불교에 심취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했으나 인생에서 폭탄 만드는 일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을 위해 태국으로 건너가 스스로 삭발하고 수행승의 길을 걸었다.
지금은 호주에서 사찰을 운영하며 사람들에게 법문을 강론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리는 법문 동영상은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접속해 들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책은 지난 30년 동안 수행승으로 지내면서 겪은 경험과 스승 아잔 차와 함께 보낸 일화, 고대 경전에 실린 이야기, 절에서 행한 법문 에피소드 등을 엮은 것이다. 279쪽. 1만 1천 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