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출신 일색의 새 野黨대표

입력 2008-01-11 10:53:38

대통합민주신당이 어제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새 대표로 선출했다. 한나라당 출신인 손 전 지사를 간판으로 내세워 4월 총선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정체성 혼란을 겪으면서도 이 길을 택한 신당의 처지가 애처롭기 그지없다. 같은 날 창당 발기인 대회를 가진 가칭 자유신당 또한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이회창 씨가 주도하고 있다. 본인들도 '한나라당 2중대' '짝퉁 한나라당'이란 비난조차 대꾸하기가 난감할 것이다.

통합신당은 대선 3개월 전 '노무현 털어내기'용으로 급조한 것이지만 통하지 않았다. 국민은 현란한 창당 쇼에 넘어가지 않았고 혹독한 심판을 내렸다. 손 전 지사 카드는 그런 참패의 충격을 벗어나려는 궁여지책에서 나온 것이다. 체면 불구하고 노 정부 실정에서 자유로운 인물을 앞장세워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다. 당명을 바꾸어도 냉담했던 민심이 한나라당 출신이 대표로 앉았다 해서 달라질지 의문이다.

국민은 새로운 야당의 출현을 바란다. 통합신당이 그런 민심에 다가갈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뼈를 깎는 자기쇄신에 달렸다. 손 신임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반성과 쇄신, 변화"라며 "새로운 진보세력을 자임할 것"이라 했다. 지난 대선처럼 입으로만 읊조리는 반성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구체성 있는 변화를 통해 무능좌파의 이미지를 털어야 한다. 국민에게 먹히는 진보적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인적 쇄신과 체질 변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손 대표 체제의 성공 여부는 여기에 있다.

총선을 앞두고 서두르는 자유신당 또한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받아들이기가 힘이 든다. 현재 같은 정치지형에서 신보수주의라는 게 한나라당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국민이 납득할 창당 명분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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