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사이드] 최고 무대에서 살아남기

입력 2008-01-11 09:30:43

세계 최고의 축구 무대인 잉글랜드 축구 프리미어리그는 부와 명예가 뒤따르지만 그만큼 살아남기도 쉽지 않은 곳이다. 1월 이적시장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디미타르 베르바토프(토튼햄 핫스퍼), 니콜라스 아넬카(볼튼 원더러스), 스튜어트 다우닝(미들즈브러) 등은 구애하는 팀들이 많아 만족감을 느끼고 있지만 방출설에 시달리면서 씁쓸함을 맛보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토튼햄 핫스퍼의 이영표와 미들즈브러의 이동국도 씁쓸함을 달래고 있다. 이영표는 체력 부담을 무릅쓰고 최근 10연속 경기에 선발 출전, 헌신적인 플레이를 보이고 있으나 현지 언론에 따르면 후안 데 라모스 감독은 팀 개편을 구상하면서 이영표를 '방출자 명단'에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라이커로 나서면서 리그 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해 심적 부담이 큰 이동국도 올 시즌 종료 때까지 남은 계약 기간 동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주로 교체 멤버로 출전해 온 이동국은 팀이 새로운 스트라이커를 영입할 것으로 알려져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그마나 2부리그 일부 상위팀들이 이동국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유럽 무대에서 버틸 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는 상태이다.

풀햄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설기현도 올 시즌 초 계약,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있어 방출될 위험은 없지만 암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부상에서 회복,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있는 박지성 역시 명문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살아남기 위해 죽기 살기로 뛰는 모습이 느껴질 정도다.

축구 선수들이라면 꿈꾸는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빅 리그 무대에 서게 되더라도 그 무대에 계속 남아있기란 쉽지 않다.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 한 단계 아래의 리그에서 탁월한 실력을 지닌 선수들이 치고 올라올 때 최고 기량을 보여줄 수 없다면 밀려날 수밖에 없다. 최고 수준의 선수라도 나이가 들어 기량을 유지하기 힘들면 짐을 싸야 한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 있다가 터키 페네르바체로 떠난 호베르투 카를로스(35), 스페인 FC바르셀로나와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을 거쳐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알 자지라 클럽까지 흘러들어간 필립 코쿠(38) 등이 그 예이다.

명장으로 평가받는 지도자들도 최고 무대에서 버티기가 힘겹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0개 팀 중 8개 팀의 감독이 벌써 옷을 벗었다. 첼시의 조제 무리뉴, 볼튼의 새미 리, 토튼햄의 마틴 욜 감독에 이어 크리스 허칭스(위건 어슬레틱), 스티브 브루스(버멍햄 시티), 빌리 데이비스(더비 카운티), 로리 산체스(풀햄) 감독이 차례로 지휘봉을 놓았고 10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샘 알라다이스 감독이 8개월 만에 전격 경질됐다.

명문 리버풀을 이끌고 있는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도 구단에 요구사항은 많고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치는 5위에 처져 있어 언제 경질될 지 모르는 신세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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