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60세이상 어르신들 한글 깨치는 향학열 후끈

입력 2008-01-11 07:42:09

"배움에 나이가 없잖아요"

▲ 경산 남산면 인흥리 마을회관에 마련된
▲ 경산 남산면 인흥리 마을회관에 마련된 '찾아가는 어르신 문해교육'에 참석해 수업을 받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진지하다.

8일 오전 경산 남산면 인흥리 마을회관에서는 오전 10시 이전부터 막내인 70세 김춘자 할머니에서 85세 최고참 문실근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연로하신 할머니 학생 12명이 숙제를 하거나 글 읽기와 쓰기 연습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경산시가 마련한 '찾아가는 어르신 문해교육'에 참가한 비 문해자(非文解者·글을 전혀 읽고 쓰지 못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들.

경산시는 시민의 19% 정도인 3만 800여 명이 비 문해자이고, 이 중 68%가 60세 이상 어르신들인 점을 감안해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오는 3월 중순까지 4개월(16주간) 과정으로 이 프로그램을 가동중이다.

주 2회 4시간씩 강사 6명이 농촌지역 8개 마을 회관이나 경로당을 찾아가 초등학교 1, 2학년 수준의 읽기와 쓰기 등의 기초과정을 교육하고 있다.

이날 인흥 마을회관에선 손녀뻘되는 선생님 지도 아래 수업이 시작되자 할머니 학생들은 늦깎기 공부라 힘들 법도 한데, 연필로 콕콕 짚어가며 찬찬히 글을 읽어 내려가는 목소리에는 진지함에 가득 배어 있었다. 공책에 서툴지만 삐뚤삐뚤 쓴 글자, 손에 힘이 없어 쓰기 힘들 때도 있지만 한 글자마다 담긴 정성은 백점.

김말남(71) 할머니는 "까막눈에게 한글을 깨우쳐 주신 처녀 선생님께 너무 고마워 감사의 편지를 써 가져오려고 했으나 부끄러워서 가져 오지 못했다."고 수줍어 했다.

인흥리 마을회관을 찾아와 강의를 하는 강사는 임혜영(25·여·경산대안교육센터 교사) 씨와 장미(23·여·영남대 사회학과3년) 씨 는 "귀가 어둡거나 눈이 어두침침한 상황에서도 너무나 열심히 진지하게 글을 배워 실력이 향상된 할머니들을 보면 가슴 찡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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