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세상] 기업도 정부도 '2.0'시대 안간힘

입력 2008-01-11 07:59:13

'쇼'를 하게 하라, 아니면 망한다

이제는 흔한 시사 용어가 된 '웹 2.0'은 2000년대 이후 불어닥친 웹의 극적인 변화상을 일컫는 말이다. 개방과 공유, 확산을 절대 가치로 삼는 웹 2.0은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웹에서 시작된 2.0 바람은 이제 인터넷 공간을 넘어 사회 각 분야로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독불장군은 미래가 없다

어느 전직 대통령은 "독불장군은 미래가 없다."는 어록을 남겼다. 비유하자면 기존의 웹은 독불장군이다. 북 치고 장구까지 치는 공급자의 콘텐츠를 사용자들은 소비하기만 했다. '효자' 1등 상품이 기업을 먹여 살렸다. 표준화된 제품의 대량 생산, 대량 마케팅, 대량 소비가 통했다.

2000년대 이후 웹에 혁명적 변화가 생겼다. 네티즌이 콘텐츠 생산에 참여하고 소비하기 시작했고, 웹은 중개할 뿐이다. 변화의 중심축은 집단 지성이었다. 네이버 지식iN과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는 새로운 형태의 지식 창고를 탄생시켰고, 유튜브(Youtube)와 판도라TV는 UCC 열풍을 일으켰다.

웹 2.0시대를 맞으면서 대중을 소비자로만 보고 참여의 물꼬를 터주지 않는 독불장군 사업자는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

◆2.0의 다양한 변주

웹에서 시작된 2.0 바람은 다른 분야로 변주돼 미디어 2.0, 엔터프라이즈 2.0, 정부 2.0 등의 용어를 낳았다.

웹 2.0의 철학은 미디어와 만나 '미디어 2.0'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미디어 2.0은 지난 2006년 미국의 IT 칼럼니스트 트로이 영에 의해 주창된 신조어다.

1인 미디어로 각광받고 있는 '블로그'는 미디어 2.0 시대의 대표 주자로서,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 간 경계를 허물고 있다. 블로그 탄생으로 매스 미디어들은 이제 네티즌과도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지난해 9월 3일 '방송의 날'을 맞아 언론계 인사들은 'TV 2.0 선언'을 내놔 이목을 끌었다. 생산자 위주의 정보 전달에서 탈피해 시청자가 적극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고 공유·소통하는 오픈 플랫폼으로서 '열린TV'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HDTV 2.0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인터넷과의 결합을 통해 TV를 정보 기기로 변신시키겠다며 가전업계가 들고 나온 화두다. 삼성전자·소니 등 가전업체들은 디지털 고화질TV에 랜 단자 등을 부착, 네트워크에 연결해 인터넷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인터넷 레디형' TV를 잇따라 출시했다. HDTV 2.0은 PC와의 홈네트워크 경쟁에서 한판 싸움을 벌이겠다는 가전업계의 선언인 셈이다.

◆기업과 정부에도 2.0 바람

웹 2.0이 지닌 공유·확산의 철학을 경영에 도입하자는 시도는 '엔터프라이즈(Enterprise) 2.0'이라는 개념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내 그룹웨어나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들의 노하우와 기술·지식 등을 공유하고 협업 체제를 구축, 경영 효율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IMB는 세컨드라이프(www.secondlife.com)라는 3D 가상세계에 회사를 만들어 놓고 임·직원 회의를 한다. 블루페이지라는 사이트를 통해 30여만 명의 직원들이 정보·지식을 공유하고 있는데 여기의 조회 건수는 하루 700만 건에 이른다고 한다.

공공 부문에서는 '정부(Government) 2.0'이라는 개념이 제시됐다. Government 2.0은 정부 및 공공 부문에 웹 2.0 문화와 기술을 적용해 구현하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지칭한다. 웹 2.0 기술을 활용해 대국민 서비스를 강화하고 내부적으로는 정보 공유 및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통해 부처·부서간 협업을 구축,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지향점을 갖고 있다.

◆거침없이 웹 3.0

IT 컬럼니스트 김중태 씨는 '웹 2.0의 철학'이라는 글을 통해 "웹은 계속 쉬워지고 확장될 것이며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공유할 것이다. 공개와 공유·참여라는 웹 2.0 철학의 최종 목적지는 개인의 행복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웹 3.0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웹 3.0은 웹 2.0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으로, '똑똑한 웹' 또는 '시맨틱 웹'(Semantic)이라고 불린다. 웹에 담긴 데이터 간의 의미를 컴퓨터가 이해하고 분석해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에 따라 시맨틱 웹을 웹 2.0 범주에 포함시키는 이도 있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 '웹 2.0 기업' 돈 될까

지난 2006년 11월 구글은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16억 5천만 달러(1조 5천억 원)에 인수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UCC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고 국내외에서 투자 붐이 일어났다.

사회 현상과 패러다임으로서의 웹 2.0은 확고한 지위를 획득했다. 그러나 적어도 비즈니스로서 웹 2.0의 지위에는 아직 의문 부호가 따라다니며, 투자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미국의 경제잡지 비즈니스 위크는 올해 초 '2008년에 반드시 일어나는 10대 사건'이라는 기사를 내면서 '웹 2.0 붕괴'를 그 첫머리에 올렸다.

비즈니스 위크는 2000년 초 닷컴 붕괴라는 1차 버블의 늪에서 벗어나 화려한 재기에 성공했던 닷컴 업계가 두 번째 극심한 침체 즉 '버블 2.0'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후죽순처럼 나타난 웹 2.0 기업의 적자생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며 웹 2.0 기업에 광고를 의뢰하는 광고주들도 없어져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잡지는 또한 웹 2.0 비즈니스로서 미국에서 지난해 크게 성공한 인맥 구축 사이트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도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예상을 10대 사건 두 번째 순위에 올렸다. 페이스북과 같은 류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웹 2.0 서비스가 전체 온라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성장 궤적을 그리고는 있지만 아직 높지 않다는 통계도 있다. 인터넷 마케팅 조사업체인 힛와이즈가 지난해 4월 첫째주 미국 인터넷 사용자 1천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웹 2.0 기반 서비스와 관련된 트래픽이 미국 전체 인터넷 사용량에서 차지한 비중은 12%에 불과했다.

버블 2.0 논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UCC 또는 사용자 참여(집단 지성)를 이용한 사이트들의 수익 모델로 광고 이외에 뚜렷이 제시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웹 2.0 기업이 확실하게 돈을 번 사례는 성장성을 기대하고 거액을 투자한 메이저 업체의 M&A(기업 인수·합병) 뿐이라는 냉소 섞인 지적도 있다.

김해용기자

♠ 키워드

▨ 웹 2.0(Web 2.0)

웹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다양한 변화를 일컫는 말. 미국 실리콘 밸리의 인터넷 전문가 팀 오라일리(Tim O'Reilly) 주도로 2004년 10월 개최된 '웹 2.0 컨퍼런스'에서 그 개념이 정립됐다. 소프트웨어의 버전이 1.0, 2.0, 3.0 따위로 올라가는 것을 빗대어 종전의 웹과 다른 웹이라는 의미에서 2.0이라는 용어가 채택된 것이다. 참여와 개방, 확산이라는 모토 속에 사용자 중심의 편리하고 쉬운 웹으로 변해가는 웹의 모습을 의미한다.

▨ 시맨틱 웹(Semantic Web)

시맨틱 웹은 컴퓨터가 데이터의 뜻을 이해하고 논리적 추론까지 할 수 있는 지능형 웹을 말한다. 시맨틱 웹이 실현되면 사람의 인위적인 개입 없이도 컴퓨터가 정보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어 정보 시스템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시맨틱 웹은 웹 2.0 또는 웹 3.0 시대를 열기 위한 기술적 기반이자 핵심 도구이며, 차세대 웹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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