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하이만~황해 연결 '중국판 스웨즈 운하'
2)반도를 가르는 물길-중국판 수에즈운하 논란
징항대운하 재건으로 '운하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는 중국은 또 하나의 야심찬 물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산둥(山東)반도를 에워싸고 있는 보하이만(渤海灣)과 황해를 대규모 운하(중국어 표기는 人工海河)로 연결시키겠다는 것.
산둥반도 북쪽의 라이저우(萊州)와 남쪽의 자오저우(膠州)를 잇는 자오라이(膠萊)운하는 1천억 위안(한화 약 13조 원)의 비용을 들여 길이 150㎞, 폭 최대 1000m, 깊이 최대 12m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다. 구상대로 물길이 다 만들어지면 수에즈운하(168㎞)에 이어 세계 2위의 운하가 된다.
산둥반도를 섬으로 만들려는 이 거대한 계획은 사실 중국 역사에 있어 두 번째다. 13세기 원나라 때 쿠빌라이칸이 야오옌(姚演)을 총감독으로 임명하고 산둥반도 남북을 관통하는 대운하 건설에 나섰던 것. 하지만 당시 운하는 중간지점의 수량이 크게 부족,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
700년이 흐른 뒤 중국이 다시 자오라이운하에 매달리는 이유는 우선 지역개발 기능을 꼽을 수 있다. 운하를 통해 내륙의 수로교통과 경제를 개발, 환황해권의 지속적 발전을 촉진하고 중국 경제의 양대 축인 베이징·톈진(天津)~상하이(上海) 간 수로를 약 300㎞ 단축시켜 물류비를 절감하겠다는 것.
원나라 때와 차별화되는 또 하나의 목적은 생태환경 개선 기능이다. 환경오염으로 '죽음의 바다'로 변해 가는 보하이만을 상대적으로 깨끗한 황해와 연결시켜 수질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미 전체 면적의 4분의 1이 썩어버린 보하이만에는 매년 57억t의 오수(汚水)와 216만t의 오염물질이 계속 유입되고 있어 현지 전문가들은 10년만 더 지나면 생명체가 살기 힘든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2월 28일에 찾은 자오저우만도 내륙물길로서의 기능은 거의 상실한 상태였다. 자오저우시가 대대적인 수변 신도시 개발을 진행 중인 다구허(大沽河) 하구는 폭이 1㎞ 가까이에 이르렀지만 모래가 두텁게 쌓여있어 커다란 습지에 불과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2004년 첫 제기된 자오라이운하 건설 안은 최근 사업추진에 탄력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운하건설 계획이 11개 관련 기관 가운데 10개 기관의 동의를 얻었으며 운하 건설을 포함한 '보하이만 환경보호계획'을 2010년까지 이어지는 11차 5개년 발전계획의 전략프로젝트로 편입시킬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운하 반대 목소리도 높다. 일부 네티즌들은 '국민을 혹사시키고 생태계 재앙을 유발하는 물자 낭비'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학계에서도 투자 대비 낮은 효과와 운하 주변 토양의 염분화가 우려된다며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운하를 개통하더라도 동서남북 300㎞가 넘는 보하이만이 깨끗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과 운하 건설비용으로 차라리 유입 오염원을 차단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인공운하를 처음 제안했던 왕스청(王詩成) 산둥성 해양어업청 부청장은 "오염정화처리 효과는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 힘들지만 수로 양안의 알칼리화와 생태계 파괴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칭다오(靑島) 등 자오저우만 인근 도시들의 주장강(珠江)삼각주·양쯔강삼각주(揚子江)경제권 및 한국·일본 항구와의 교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오라이운하의 현실화는 좀 더 두고볼 일이다. 우리의 서해뿐 아니라 중국 내 해역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자연환경, 생태환경, 경제구도, 사회환경에도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대규모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갈 길이 더욱 멀어보인다.
고구려를 침략하기 위한 물자 운송을 위해 징항대운하를 건설했던 수나라는 무리한 토목공사와 패전으로 결국 중원의 패권을 당나라에 내어주고 말았다. 그러나 징항대운하는 중국 남북의 교통 및 운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주었고 중국 발전의 기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1세기 다시 '운하의 시대'를 열고 있는 중국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비슷한 시기에 운하를 추진하려는 우리나라로서는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중국 칭다오에서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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