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혼이 없다"는 홍보처 廢止가 옳다

입력 2008-01-04 10:55:38

어제 대통령직인수위 업무 보고에서 국정홍보처 관료는 "우리는 영혼이 없는 공무원들"이라고 했다. 정부 부처 기자실에 대못을 치고 기자들을 내쫓은 것은 '위에서 시켜 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공화국은 바뀌어도 관료는 영원하다"고 했다. 참으로 딱하고 가당찮은 모습이다. 세계가 비웃든 말든 언론을 죽이겠다고 날뛰던 사람들이 이제 와 살아남겠다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국정홍보처는 말 그대로 국가의 정책을 국민에 알리는 게 본연의 존재 이유다. 정권의 하수인이나 권력의 주구 노릇을 하라고 한 해 600억, 700억 예산을 쓰도록 만든 게 아닌 것이다. 그런데 지난 5년 동안 무슨 짓을 했는가. 오직 노무현 대통령의 천박하고 뒤틀린 언론관 하나만 바라보며 충실하게 복무한 게 다 아닌가. 대통령의 지원사격을 업고 정부 부처의 모든 홍보 활동을 통제하고 입맛대로 요리하는 게 일과였다. 각 부처가 '코드 홍보' 외에는 언론을 접촉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사사건건 언론 보도에 대들도록 들쑤신 게 눈만 뜨면 하는 일이었다.

정권 말년에 밀어붙인 이른바 취재선진화방안은 홍보처가 더 이상 이성적 조직이 아니라는 자기입증이었다. 홍보처는 이 방안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것이라고 어제도 변명했다.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돼먹지 않은 소리다. 쫓겨난 기자들이 '땅바닥 기자실'을 차리고, 커피숍과 PC방을 전전하는 것이 취재 선진화인가. 국제언론단체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몰라서 경고를 보내고 개선을 촉구하는가. 따질 가치도 없는 헛소리로 자신들의 행패를 가리려 하고 있다.

별별 수단을 동원해 언론은 틀어막고 '국정브리핑'이니 '한국정책방송'이니 하는 관제 언론 따위나 만들어 정권홍보에 광분하는 조직이 과연 필요한가. 모든 분야가 선진화로 나가는 이 시점에서 정작 폐지할 것은 기자실이 아니라 홍보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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