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정의 독서일기]조화로운 삶/헬렌,스콧 니어링

입력 2008-01-03 14:15:21

삶을 존중할 줄 아는 '눈 밝은' 사람들

세상에는 크게 두 종류의 힘이 있는 것 같다. '보이는 힘'과 '보이지 않는 힘'. 즉 외적인 힘과 내적인 힘. 재력이나 권력, 지위, 학벌, 미모 이런 것들은 외적인 힘이다.

적자생존의 비정한 법칙으로 운영되는 오늘날의 시장경제는 세상을 온통 외적인 힘을 쟁취하기 위한 전쟁터로 만들어 버렸다. 모든 가치는 이런 외적인 힘의 많고 적음에 따라 매겨지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심지어 친구나 형제 사이에서부터 국가 간에까지 '피가 튀는' 경쟁이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다.

자세히 보면, 정치 경제 교육은 물론 일상생활의 미세한 부분까지 이런 외적인 힘이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바로 '눈 밝은' 이들이다. 외적인 힘에 굴복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사는 '용감한' 이들이다. 그들은 이 사회를 폭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런 외적인 힘들이며, 아무리 외적인 힘을 축적한다 해도 사람들의 불안감과 두려움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왜냐하면 진정한 힘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며, 그것은 외적인 힘으로 획득하거나 상실될 수 없는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비록 미물일지라도 저마다 의미와 가치가 있음을 알고 존중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희생이나 자연의 착취 위에서 이루어지는 사회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진 이들이다. 그들이야말로 환경과 조건에 지배당하지 않는 진정한 힘을 지닌 이들이다. 이 책은 그런 이들이 탐욕적이며 착취적인 사회구조에 과감하게 반기를 들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선 감동적이며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다.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 이들 부부는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고 힘있는 자를 더 힘세게 만들기 위해 돌아가는 무자비하고 냉혹한' 기계 속의 톱니바퀴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시골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독립적인 경제와 건강하고 조화로운 삶을 꾸려갈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인다. 집을 손수 짓고 땅을 일구고 거름을 만들어 직접 먹을거리를 생산한다.

한 해의 양식이 마련되면 더 이상 일을 하지 않고 여가 시간을 즐긴다. 그들은 '삶이 틀에 갇히고 강제되는 것 대신 삶이 존중되는 모습을 추구'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도시에 살았다면 먹고살기 위해 괴로운 노동을 하며 다 써버렸을 힘과 시간을 보존'하여 다른 보람된 일을 하며 살 수 있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희망을 갖는다.

이 책은 자신의 귀중한 시간과 세월을 오로지 '돈을 버는 데 바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돈은 외적인 힘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물론 누구나 생존에 필요한 만큼의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하지만, 단지 부의 축적을 위해서 모조리 소모해 버리는 삶이란 얼마나 허망하고 어리석은지를 알게 한다. 이처럼 눈 밝은 이들이 세상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힘으로 당당하게 살고 있음에 우리는 또한 커다란 위안과 용기를 얻는다.

사람들을 현혹하는 떠들썩한 광고, 그것을 사기 위해 정신 없이 경쟁하고 노동력을 팔도록 만드는 교묘한 유혹, 거기에 휩쓸려 미친 듯 세상을 끌고 가는 거대한 집단의식. 이 모든 것들을 알아채고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힘'이며 '조화로운 삶'을 살기 위한 지름길임을 새삼 알겠다.

bipas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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