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40년] ②글로벌 포스코로

입력 2008-01-03 07:29:02

'포스코웨이' 실현…철강 최후의 승자 우뚝

2일 오전 10시 20분, 포스코 이구택 회장은 포항제철소 제강부 제3연주공장을 찾았다. 일하던 현장 직원 20여 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새해 인사를 나누면서 이 회장은 직원들보다 허리를 더 깊이 숙였다.

같은 시각 윤석만 사장은 광양제철소에서, 정준양·이윤 사장은 포항제철소 조업현장 곳곳을 돌았고, 나머지 30여 명의 임원들도 모두 산하 현장을 돌며 직원들과 새해 첫날 첫 근무를 시작했다.

이날 포스코는 별도의 시무식을 하지 않았다. '식(式)' 대신 현장에서 일을 시작하는 '시무(始務)'를 했다. 최고 경영진은 이날 정오 포항 본사 국제회의장에서 본·계열사 및 협력·하청사 임원 등 200여 명과 오찬을 함께하는 것으로 첫날 오전 일정을 마쳤다. 지난해까지의 '1월 1일'과는 크게 달랐다.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현장제일주의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서번트(섬김)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최근 50여 명의 직원들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과거 우리는 의지할 데 없이 허허벌판에 공장을 지어야 했고, 배경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한 울타리 안에서 일해야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 맞는 보스형 리더십이 요구됐고, 그것이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포스코는 이제 과거의 보스형 리더십이 아니라 서번트형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처럼 대변혁을 예고하는 포스코의 잇단 움직임에 대해 현대제철 오춘환 상무는 "전 세계 철강업계가 오는 4월 1일 창립 40주년 기념식을 통해 탄생할 '포스코의 새로운 성공신화'를 위한 시나리오가 어떤 형태와 내용으로 나올지를 궁금해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시무행사가 과거와 달라진 것은, 형식을 버리고 실질을 택하겠다는, 그리고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제일 우선시하겠다는 서번트 리더십의 전형이었다.

◆세계를 경영한다-글로벌 포스코웨이

이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에는 파이넥스 기술 상용화 등을 계기로 생산능력 3천500만t 시대를 열었고, 중국과 인도를 넘어 베트남, 멕시코, 저 멀리 동유럽까지 사업무대를 넓혀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기반을 닦았다."고 말했다. 또 "해외발전설비 수주, 포스코가 개발한 와이브로 기술의 세계표준 채택, 발전용 연료전지 공장 착공 등 출자사들의 노력이 더해져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액 31조 원, 영업이익 5조 원, 포스코 시가총액 50조 원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창립 40주년을 맞는 올해 고객지향, 도전추구, 실행중시, 인간존중, 윤리준수라는 5가지 가치개념으로 무장하고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되겠다는 이른바 '포스코웨이'를 제시했다. 그리고 "지난 40년간이 국가가 우리에게 부여한 소명(제철보국)을 완수한 기간이었다면 오늘, 이제부터는 우리 스스로 도전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성공신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새해에는 5천만t 생산체제를 갖추기로 했고 그 실천방안으로 ▷인도제철소 착공 ▷멕시코 CGL과 베트남 냉연공장 조기정착 ▷베트남 등 해외 가공기지 확충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새해 목표를 제시하며 이 회장이 본·계열사 임직원들에게 던진 한마디는 "불황기를 견뎌내는 '최후의 생존자'가 다음 사이클에는 '최대의 승자'가 된다는 믿음으로 제로성장시대에도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을 기르자."는 것이었다. 이는 창업 초기의 우향우(右向右) 정신이 2008년형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제철보국에서 식스시그마까지-중단 없는 업그레이드

포항제철소를 착공한 지 25년 만인 1992년 10월 3일 포스코 박태준 회장은 서울 동작동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각하의 명을 받아 25년 만에 제철입국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음을 영전에 보고합니다." 박 회장은 이를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한 뒤 사의를 표명, 그 해 10월 8일 일선에서 물러났다.

박 회장의 뒤를 이어 황경로 회장과 정명식 부회장, 박득표 사장 체제가 출범했고(1992년 10월 10일) 이듬해 3월 주총에서 정명식 회장, 조말수 사장이 취임했다. 1994년 3월 주총에서 김만제 회장, 김종진 사장 체제가 출범, 포스코는 '녹색경영' 개념을 도입하면서 세계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녹색경영은 기존의 성장논리에 '유연한 조직' '민주적 관리' '투명한 경영' '환경보호'라는 사회적 책임을 더한 신개념이었다. 이를 계기로 포스코는 국내 기업 최초로 1994년 10월 14일 뉴욕증시에 상장됐다.

1998년 3월 주총에서는 김만제 회장이 퇴진하고 유상부 회장-이구택 사장 체제가 등장했다. 유-이 체제에서 가장 강조된 경영가치는 PI(Process Innovation)였다. 민영화 이후에도 남아있던 관료주의적 업무관행을 떨쳐버리자는 것이었다. 이 같은 체질개선은 2008년 현재에도 가열하게 추진하고 있는 식스시그마로 연결되면서 글로벌 포스코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제철보국→녹색경영→PI→식스시그마'로 이어지는 포스코의 경영개념 변화는 포스코의 기업가치를 더욱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2007년 포스코 글로벌 경영일지

포스코 '그룹' 표방(1.2)

포스코-세아제강 전략적 제휴(2.6) 중부발전과 환경에너지사업 추진 MOU체결(2.14)

멕시코 가공공장 준공(3.8) 대한전선 스테인리스 주식 양수(3.28) 글로벌 포스코웨이 실현 위한 비전선포(3.31)

현대중공업과 전략적 제휴(4.27)

슬로베니아 물류센터 가동(5.28) 파이넥스 상용화설비 준공(5.30)

베트남·중국 가공센터 착공(6.15, 19) 오사카 냉연가공센터 준공(6.28)

중국 쑤저우 자동차강판 가공센터 준공(7.12) 중국 번시 냉연공장 준공(7.24) 순천 마그네슘 판재공장 준공(7.27)

베트남 냉연공장 착공(8.1) 인도 세일사와 전략적 제휴(8.16) 한전과 연료전지개발 MOU(8.20)

이구택 회장 국제철강협회장 피선(10.7) 포항 연료전지공장 착공(10.16) 신일본제철과 부산물 재활용합작법인 설립(10.23) 폴란드 가공센터 준공(10.31)

부산 생활폐기물 발전사업 MOU(11.12) 중국 광둥성 자동차강판 가공센터 준공(11.22)

인도가공센터 준공(12.12) 미국 몰리브덴광산개발(12.18) 말레이시아 MEGS 인수(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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