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띠 해에 다시 볼만한 '쥐들의 영화'

입력 2008-01-02 07:00:00

재빠르게 때론 재치있게…그는 인간의 친구였다

'쥐'는 현실에서 혐오스러운 짐승으로 취급받는 것과 달리 영화 속에선 한없이 영리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동물로 등장한다. 쥐띠 해를 맞아 쥐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되돌아본다. 그곳에는 고난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쥐의 형상과 함께 영악하고 혐오스러운 쥐의 이미지가 공존한다.

가장 오래된 영화 캐릭터는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에서의 '제리'. 1938년 만들어진 후 1940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자신을 괴롭히는 고양이 톰에 맞서 여유롭고 재치있게 위기를 빠져나간다.

쥐가 '박멸해야 하는 동물'에서 가족 구성원으로 격상되는 영화도 있다. 쥐가 인간 가정에 입양돼 사랑스러운 가족으로 성장한다는 애니메이션 '스튜어트 리틀'은 쥐와 인간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뉴욕에 사는 리틀 부부는 조그맣고 귀여운 생쥐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의 아들 조지는 동생이 쥐라는 사실이 영 못마땅하고 그 집의 고양이 스노우벨은 사랑을 빼앗기기 싫어 스튜어트를 괴롭힌다. 하지만 스튜어트는 요트 경기에 출전하고 여름 캠프에도 참가하는 등 리틀가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 잡는다. 영화 '스튜어트 리틀'은 작은 몸집의 쥐가 가족구성원이 되면서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동물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낸다.

최근 인기리에 상영된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는 '요리하는 쥐'가 등장한다. '라따뚜이'는 타고난 후각, 미각을 가진 생쥐 레미가 인간 요리사 링귀니와 힘을 합쳐 최고의 요리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쥐가 인간이 먹을 요리를 만든다니 어울리지 않는 황당한 내용이지만, '라따뚜이'에는 '어린이용'으로만 치부되기 힘든 성찰과 감동이 담겨 있다.

영화 속에서 쥐 레미는 요리를 향한 열정으로 빛난다. 비록 애니메이션이지만 레미가 진두지휘해 만든 요리들은 미각을 자극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중하는 레미의 열정은 가족과 함께 감상하기에 손색이 없다.

애니메이션 속의 쥐는 귀엽고 앙증맞은 캐릭터를 극대화시켰다면, 실사영화는 쥐의 본래 이미지를 강조한다. 실사 영화 '마우스 헌트'는 쥐와 인간의 본격적인 대결을 다루고 있다. 어니와 랄스 형제는 구두쇠 아버지가 남긴 유산 중 쓸만한 것은 낡은 집 한 채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알고 보니 집은 건축학상 수백 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고가(古家). 두 형제는 이 저택을 개조해 경매에 부치려고 하지만 이 집의 터줏대감인 생쥐 한 마리 때문에 일은 쉽지 않다. 생쥐를 잡기 위해 수천 개의 덫을 복잡하게 깔아보고, 청소기로 쥐구멍을 빨아들이고, 심지어는 독종 고양이를 풀어놓지만 생쥐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 영화는 '톰과 제리'를 보는 듯 영악한 쥐와 어리숙한 인간의 대결을 코믹하게 보여준다.

쥐가 영화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로 등장하는 것은 1972년작 '벤'을 통해서다. 외롭게 살고 있던 청년 윌라드는 쥐들의 두목 벤을 길들여 심복으로 데리고 있었다. 어느날 윌라드가 배신하자 벤의 지휘로 쥐들이 윌라드를 죽여버린다.

윌라드의 집을 순찰하던 한 경찰관이 누군가에 살해당하자 조용하던 마을은 갑자기 공포 속에 빠지고, 사람들은 속속 마을을 떠난다. 벤은 부하들의 식량 공급을 위해 슈퍼마켓과 곡식을 실은 트럭 등을 공격하고, 카트랜드 수사부장은 마을 전체를 불지르며 쥐 소탕작전을 개시한다. 이 영화는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쥐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가장 잘 표현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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