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새해' 2080법칙을 뒤집자

입력 2007-12-31 10:37:47

어느 국어학자는 우리말 중에서 소중하고 중요한 것일수록 긴 단어가 아닌 짧은 單(단) 단어로 된 말이 많다는 주장을 했다. 빛, 쌀, 피, 물, 불, 집, 눈, 귀, 뇌, 혀, 뼈, 일, 꿈…. 이말 저말 꼽아보면 그럴듯하다는 생각도 든다. 새 정부가 들어서는 2008년 새해에 모두에게 가장 필요하고 새겨야할 단어는 무엇일까.

넉넉한 의식주를 위한 쌀, 물, 불, 집도 중요하고 건강한 눈, 귀, 피, 뼈도 중요하지만 경제를 되살리자는 새 시대의 구호는 아무래도 '일'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올 새해는 속칭 '2080법칙'을 뒤집어 보자. 다른 말로 파레토의 법칙이라고도 하는 2080법칙은 이태리 경제학자 V. 파레토가 발견해냈다는 소득분포의 불평등 度(도)에 관한 법칙이라고 말한다.

개미들의 20%만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80%의 개미들은 제대로 일을 하지 않더라는 관찰결과를 놓고 개미들의 노동 습성이 인간 사회에도 같이 적용되더라고 주장한 법칙이다. 기업이나 조직 속에서 2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전체 회사나 조직 일의 80%를 해내고 경제소비에서도 상위 20%의 소비자들이 전체 상품 매상의 80%를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우리 사회도 딱히 20%만 열심히 일하고 80%는 어영부영 놀고 먹다시피 하는 후진국형인지는 정확히 '그렇다'고 할 만한 수치를 갖다 대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일자리를 못 얻는 실업 탓이든 굶더라도 3D업종은 싫다는 게으름 탓이든 이래저래 무노동 계층이나 철밥통형 근로자, 더 투자하고 더 많이 일하기 싫다는 기업이 지난 5년 새 늘어난 것만은 사실이다.

2080비율에 가까운 근로의식구조와 노동시장'경제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정치적 시스템만 새로운 정권으로 바꾸고서는 진정한 경제혁명은 불가능하다. 거꾸로 80%가 일하고 20%가 어영부영하는 시스템과 의식으로의 변화 없이 이명박 정부의 등장만으로 신화를 이뤄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일자리에 앉아있는 계층은 정말 열심히 그리고 더 많이 일하고 기업은 정권에 대한 불신을 털고 일자리 투자를 시작하고 근로계층은 50여만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떠넘겨놓은 3D 일자리까지도 되찾아 맡겠다는 총체적 의식 전환이 있어야한다.

대기업 총수들은 이 당선자와의 회동에서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더 투자하고 더 많이 '일'하겠다는 변화는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자는 바닷물을 갈라주는 모세가 아니다. 빵 일곱 개와 물고기 몇 마리로 4천 명 넘는 광야의 군중을 먹이는 기적의 선지자는 더더욱 아니다. 단지 2080의 법칙을 8020의 비율로 바꾸도록 국민과 근로자와 기업인의 마음에 새로운 도전의식과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끌어내는 지도자 역할을 할 뿐이다. 둥지 속에 편히 앉아 당선자가 먹이 물어다 주기만 입 벌리고 기다리는 새처럼 돼서는 안 된다.

이제 2080법칙의 논리도 21세기에 들어서면서는 거꾸로 롱테일(Long Tail)의 법칙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20% 엘리트가 아닌 80%의 대중소비자(롱테일=긴 꼬리)들이 더 큰 사회경제적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구글(Google)이 동네 꽃 배달 업체나 작은 빵집 같은 소규모 상가의 작은 광고주를 끌어 모아 큰 이익을 올리고 있고 아마존닷컴의 서적판매 비율에서 소수 20%의 베스트셀러보다 80%의 허접한 책들의 판매에서 절반 이상 큰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다.

경제가치창출의 조역으로 밀려나있던 80%의 계층의 파워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운 좋게 2080이 8020의 롱테일 법칙 사회로 전환되는 시대에 우리는 정치적으로도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새해 모두의 마인드를 2080법칙 뒤집기에 모아 보자. 열심히 '일'하자. 소득이 없으면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버리자. 태안반도처럼 소득 없는 봉사나 일거리는 널려있다. 공동체를 위해 각자 위치에서 뭐든 함께 움직여 주는 것, 그 자체가 이미 값진 '일'이다. 오늘 당장 소득 없는 '일'도 함께 하다 보면 언젠가 쌀, 집, 피가 나눠지고 모두의 '꿈'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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