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정권교체로 탄생한 대통령이 새로운 국정을 열어가고 오는 4월 9일 18대 국회의원 선거로 정계도 다시 짜이는 중요한 해이다. 정치적으로는 정권을 잡은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과반 이상을 확보해 정국을 장악하느냐, 아니면 총선에서 국민들이 대권을 잡은 한나라당을 견제해 '힘의 균형'을 줄지가 판가름나는 해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매일신문사는 여론조사기관인 에이스리서치(대표 조재목 정치심리학 박사)에 의뢰해 대구·경북민에게 새 대통령에 대한 국정 운영과 지역 발전 기대, 총선의 세대 교체 여부와 정치 판도 등을 묻는 신년 특집 정치의식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시·도민들은 고향출신인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 대해 국정 운영과 대구·경북 발전에 전폭적인 신뢰와 기대를 갖고 있고, 4월 총선에선 세대 교체 후 지역 발전에 헌신하는 국회의원을 뽑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총선
◆'이젠 바꾸자'
▷왜?=시·도민 10명 가운데 무려 8명 이상(82.6%)이 정치권 전반에 걸친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본사의 지난 17대 총선이 열렸던 2004년 신년 조사의 78.5%보다 높은 수치다. 그만큼 세대 교체 열망이 해가 갈수록 큰 것으로 분석됐다. 세대 교체는 지역으로는 경북(79.2%)보다는 대구(86.5%)가 높았고, 20대(84.8%), 30대(85.7%), 40대(84.8%) 등 청·장년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에이스리서치 조재목 대표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 대한 피해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며 "그 심리는 '말뚝만 꽂으면 된다.', '본선(선거)보다는 예선(한나라당 공천)이 더 중요하다.', '뽑아줬더니 지역에 한 게 없다.' 등의 심리로 대변된다."고 분석했다.
▷현직 국회의원 성적표는?=대구·경북 국회의원(전체 27석 중 한나라당 의원 25명)의 의정활동과 지역구 활동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특히 지역구 활동에 대해선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
대구의 경우, 의정활동을 '잘 못한다'는 평가가 48.0%로 '잘 한다.'는 평가 36.0%보다 12.0%포인트(p) 더 높았다. 지역구 활동은 '잘 못한다.'는 평가가 57.5%로 '잘 한다.'는 평가(28.2%)보다 배 이상(29.3%p) 높았다. 국회의원들이 의정 활동에 치중하는 나머지 지역구 활동을 게을리 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본사는 대구를 3개 권역별(동·수성구, 중남·서·북구, 달서·달성군)로 나눠 조사한 결과, 의정활동을 '잘 못한다.'는 평가가 가장 높은 권역은 달서·달성군으로 53.2%였다. '잘 못한다.'는 평가는 중남·서·북구 역시 51.6%로 평균치를 상회했다. 동·수성구는 38.4%로 의정활동을 '잘 한다.'는 평가(39.0%)와 비슷했다. 지역구 활동은 오히려 중남·서·북구가 68.5%로 가장 높았다. 달서구와 달성군도 59.7%나 됐다. 대구의 국회의원은 한나라당 소속의 강재섭(서구), 안택수(북을), 이명규(북갑), 박종근(달서갑), 이해봉(달서을), 김석준(달서병), 주성영(동갑), 유승민(동을), 이한구(수성갑), 주호영(수성을), 박근혜(달성군) 등이며, 중남구는 무소속의 곽성문 의원이다.
경북의 경우, 의정활동은 '잘 못한다.'(45.9%)와 '잘 한다.'(42.7%)가 비슷하나, 지역구 활동은 '잘 못한다.'(51.5%)가 '잘 한다.'(38.2%)보다 13.3%p 더 높았다. 동부권(포항·경주), 중부권(구미·김천·상주), 남서부권(경산·영천·칠곡·의성) 북부권(안동·영주·예천)으로 나눠 조사한 결과에선 의정활동의 경우 중부권과 북부권이 '잘 못한다.'는 평가가 50.0%로 가장 높았다. 지역구 활동은 중부권이 55.7%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동부권 51.6%, 북부권 51.2% 등이었다.
경북의 국회의원은 한나라당 소속의 이상득(포항남·울릉), 이병석(포항북), 정종복(경주), 임인배(김천), 권오을(안동), 김성조(구미갑), 김태환(구미을), 장윤석(영주), 정희수(영천), 이상배(상주), 최경환(경산·청도), 이인기(고령·성주·칠곡), 김재원(군위·의성·청송), 김광원(영양·영덕·봉화·울진) 등이며 문경·예천의 신국환 의원은 대통합민주신당 소속이다.
▷교체 수위와 지역은?=시·도민들은 대구·경북의 현역 국회의원들의 세대 교체를 강력히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의 현역 국회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다시 당선되는 것이 좋은지를 물은 결과, 10명 중 7명(66.3%)이 교체를 원하고 있었다. '다시 당선돼야 한다.'(24.2%)는 의견보다 3배 가까이나 높았다. 무응답은 9.5%에 불과했다. 통상 여론조사 결과의 무응답이 20%대인 것을 봤을 때 분명한 의사 표시로 해석된다. 세대 교체 수위는 본사의 15대 총선이 실시된 2000년 본사 조사 때의 교체 의사 53.7%, 17대 총선이 있은 2004년 조사 때의 65.7%보다도 높았다.
대구의 경우, 권역별 교체 수위는 중남·서·북구로 무려 71.6%나 됐다. '다시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16.3%)보다 4배 이상이었다. 성별로는 여성(64.2%)보다는 남성(68.5%), 50대 이상(63.4%) 보다는 30대(69.4%)에서 상대적으로 교체 수위가 높았다.
경북은 중부권이 가장 높아 71.3%로 '다시 당선'(21.3%)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동부권 역시 새 인물 교체가 70.5%였다. 경북은 남성(63.2%)보다는 여성(69.2%)에서 교체 의사가 높았고, 50대 이상(57.5%)보다는 특히 20대(79.4%)에서 교체 의사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새 인물상은?=시·도민 10명 중 7명 이상(71.4%)이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다. 본사의 지난 1년간 조사 이후 최고 수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후광 효과가 크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합민주신당(1.3%), 민주노동당(1.1%), 창조한국당(0.5%), 민주당과 국민중심당(각각 0.5%) 등으로 지역의 정당 정서를 반영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17대 총선에서의 한나라당 독식 구조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61.9%나 된다. 도음이 된다는 의견 36.5%보다 25.4%p 높은 수치다.
또 4월 총선에서 10명 중 7명 정도(69.1%)가 지난 대선 지지 후보와 동일한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한나라당 소속으로, 한나라당 총선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의미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69.4%, 72.6%의 득표율을 보였다.
세대 교체 기준으로는 지역공헌도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42.8%). 다음으로는 인물(27.4%), 정치성향(23.2%), 나이(5.4%) 등의 순이었다. 무응답 역시 1.2%에 불과해 역시 분명한 의사표시를 했다. 지역공헌도가 가장 많은 것은 그 만큼 전국 최악 수준의 대구·경북 경제 현주소를 대변하고, 대구·경북을 확 바꿔줄 인물을 절실히 바라는 것으로 분석됐다.
종합해 보면 상당수 시·도민들은 특정당 독식 구조를 원하고 있지 않으나, 대통령 당선자의 안정된 국정 운영 기반을 만들어 주기 위해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 후보로는 현직 국회의원들보다 새 인물이라는 대전제를 한나라당 공천의 선결과제로 던지고 있고, 새 인물의 기준은 인물보다는 지역 공헌도를 가장 중시했다.
■총선 변수
▷박근혜 행보?=시·도민 10명 중 7명 이상(76.1%)이 대선 이후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은 경북(78.4%), 여성(79.7%), 50대 이상(81.4%)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대구·경북에서 전국 최고 득표율을 기록, 대구·경북을 최대 지지기반이자 통치기반으로 삼았지만 박 전 대표 역시 대구·경북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4월 총선을 앞두고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공천에서 어떠한 영향력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BBK특검=10명 중 6명 이상(67.0%)이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BBK 특검이 더 이상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안정된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우, 4월 총선을 앞두고 당내 정풍 운동을 거치면서 BBK 특검을 어떻게 다룰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회창 신당의 파괴력은?=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대선 운동 기간 중 대선에 패배하더라도 4월 총선을 겨냥해 신당을 만들겠다고 했었다. 소위 '이회창 신당'은 연초에 창당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 기반은 충청권과 대구·경북 등 영남권이다. 이회창 신당의 영향력에 대해 시·도민들의 의견은 '영향이 없다.'(52.5%)와 '영향이 있다.'(44.9%)로 맞서 있는 양상이다. 향후 한나라당의 공천 갈등과 정계 개편 속에서 이회창 신당이 급부상할 것이라는 판단과 한나라당과의 정치이념과 총선 경쟁지역이 비슷한 이회창 신당이 한나라당의 총선 전쟁에서 패배해 생사 기로에 설 것이라는 시각이 섞여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18대 총선 구도는 한나라당 대 이회창 신당 35.3%가 가장 높았고, 다음은 한나라당 대 대통합민주신당 25.9%, 한나라당 대 무소속 23.1% 등의 순이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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