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하늘길 열려야 지역 미래도 열린다
무자년(戊子年) 새해. 새 정부를 맞는 대구경북인들은 그 어느때보다 기대가 남다르다. 지역의 낙후성과 지역민들의 열패감을 씻어줄 수 있길 바라서다. 새 정부가 지역 경제를 회생시키고 풍요로운 미래를 이끌어 주길 지역민 모두가 간절히 바라고 있다. 본지는 새 정부가 '잃어버린 10년'의 사슬을 끊고 '다가오는 10년', 희망을 준비하기 위해 챙겨야할 지역 과제와 현안들을 '신정부 시대, 대구·경북 날개를 달자'는 주제로 7차례에 나눠 살펴 본다. 편집자
일본 제3의 도시로 불리는 나고야. '중앙집중현상이 심각하다.'는 일본에서 나고야는 수도 도쿄와 제2의 도시 오사카의 중간에 끼인 곳이다. 그래서 많은 대구 학자들이 "중간에 낀 도시 나고야가 어떻게 생존해 나가는지를 배워야 대구도 살 수 있다."며 주목했던 도시.
그런데 나고야는 "나고야권에 허브공항이 있어야한다."며 지난 2005년 '주부(中部) 국제공항'을 개항했다. 도쿄에는 나리타, 오사카에는 간사이 국제공항이라는 양대 허브 공항이 있는데도 불구, 나고야는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독자적인 하늘길이 있어야한다."는 이유로 공항을 만들어낸 것이다.
일본 내부에서는 공항 개설 논의가 나올 때부터 말이 많았다. "도쿄와 오사카에 있는데 나고야에 무슨 허브공항이냐."고.
그러나 나고야권의 입장은 강경했다. 도요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이 밀집한 중부지역은 일본 최대의 제조업 기지인 만큼 공항이 있어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논리를 나고야는 세웠고, 마침내 세계로 향하는 관문을 만들어냈다.
주부 국제공항을 바라보는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대구경북이 부산경남과 힘을 합쳐 '영남권 신공항' 개항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지난해 건설교통부 용역을 통해 "가능하다."는 긍정적 입장이 나왔다. 2008년부터 본격적 타당성 및 입지조사가 시작될 예정으로 약 10년 후 인천국제공항에 이은 또 하나의 '제2관문공항'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도해도 너무한다
대구 성서공단에서 섬유제조업을 하는 L씨는 올해 유난히 해외출장이 잦았다. 올해부터 직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한 달에 두 번씩, 많을때는 세 번씩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는데 그때마다 비행기 타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장거리 노선이 가장 큰 고통이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하지 않고는 갈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인천공항까지 바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가 많지 않아 리무진을 타고 가는 때가 많은데 무려 4시간이 걸립니다. 왕복 8시간이죠. 요즘 중소기업은 원가경쟁력 때문에 직원숫자를 최대한 축소, 제품개발부터 생산, 회계, 시장개척 등 모든 업무를 CEO가 책임지고 해야하는데 비행기 타러 가기 위해 꼬박 하루를 허비한다는 것은 해외출장 한 번에 수백만 원을 고스란히 날리는 겁니다. 이제 한미FTA 등 여러 국가를 상대로 한 FTA가 발효되면 모든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 승부를 해야하는데 영남권 기업들이 이래서는 경쟁할 수 없습니다." L씨는 제2관문공항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했다.
국제공항이 없어 인천공항으로 가고 있는 영남권 사람들은 연간 243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조사결과, 동남권 지역의 국제선이용자는 지난 2006년 기준으로 461만 8천 명으로 전국 대비 14%를 차지하는데 이들 중 52.5%가 인천공항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
부산발전연구원은 동남권 사람들이 '멀고 먼' 인천공항으로 감으로써 들어가는 추가 접근비(시간가치 포함)가 2001년부터 2006년까지만 1조 3천 12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2007년에서 2025년까지는 9조 8천326억 원이 들 것으로 추정됐다. 이 돈이면 새로운 공항을 만드는 비용과 엇비슷하다는 것이다.
◆이제 무엇을 해야하나?
건설교통부는 지난해 11월 '제2관문공항(남부권신공항) 건설여건 검토 연구' 용역과 관련, 1단계 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남부권 신공항 항공수요 및 영남권 기존 공항시설 포화시기 등을 감안한 결과 신공항 건설시기 등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건교부는 올해 입지 및 타당성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2단계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건교부는 일단 1단계 용역 진행 결과는 타당성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며, 실제 신공항 건설 여부는 2단계 용역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으나 이미 첫단추를 꿴 만큼 '추진'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2관문공항은 한시가 급한 것인 만큼 속도를 더 빨리 해야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이인중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등 영남권 5개 지역 상의회장단과 이들 지역의 학계 및 시민단체 관계자로 구성된 동남권 신공항 추진협의회는 지난해 11월 포항상의에서 회의를 갖고 "신공항이 국책사업으로 추진돼 2020년까지는 개항되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특히 지역 상공인들은 이 회의에서 "제2관문공항 입지 선정과 공항규모 검토를 위한 정부의 2단계 용역이 조속히 시작돼야 하며 연구용역 기간도 현재 정부안인 2년이 아닌 1년으로 단축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다.
홍석진(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 대다수 나라들이 국제항공노선을 '1국 1허브공항' 체제로 유지해오다 최근 들어서는 국제화 진전과 항공기를 통한 여행의 증가로 '1국 다핵 공항 체제'로 변환시키고 있다."며 "국제적 흐름은 한 나라에서 복수의 거점공항을 육성하는 것이며 더 늦기 전에 우리도 이에 동참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2관문공항의 입지와 관련, 대구경북 및 부산·경남 상공회의소 관계자들은 "큰 문제가 없다."며 "현재는 제2관문공항 건설이 중요하며 최선의 입지가 정해지면 대승적으로 수용할 것"이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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