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때 보여준 '뜨거운 애정' 총선까지 이어질까?
총선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번 18대 총선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자신의 구상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대구·경북 민심의 향배는 최대 관심사의 하나이다. 일단 대구·경북 민심은 지난 대선에서 이 당선자에게 최다 득표율이라는 선물을 안겨준 만큼 이번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에 큰 지지를 보낼 것이란 예상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향후 당·청 관계가 어떻게 정립될지, 공천권 행사를 둘러싼 이 당선자와 박근혜 전 대표간의 갈등 여부 등 변수도 만만치 않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중심이 되는 소위 '이회창 신당'이 얼마나 파괴력을 보일지도 총선의 양상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하나이다.
이번 총선에서 대구·경북의 최대 관심사는 국회의원의 교체폭. 총선 때마다 현역 의원의 30~40% 가량 교체돼 왔던 전례에 비춰 이번에도 이 정도 교체는 불가피하며 더 많은 의원들이 교체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석권 가능할까?=한나라당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대구의 12석 모두를, 경북의 15석 가운데 14석을 '싹쓸이' 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 당선자가 전국 최고득표율을 올렸다. 이는 정권교체에 대한 지역 유권자들의 갈망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투표 성향은 이번 총선에서도 반복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한나라당도 지난 총선에서 거둔 싹쓸이의 재연에 대한 희망에 부풀어있다.
박종근 한나라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새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과반수 의석 확보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유권자들이 잘 이해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압승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정치적인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천 과정에서 최대 맹주인 박 전 대표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와 이를 통해 당력의 분산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회창 신단의 바람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박근혜파, 어느 정도 살아 남을까=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대구·경북의 많은 의원들이 박 전 대표를 지지했다.(대구=박종근·이해봉·곽성문·주성영·유승민 의원, 경북=이인기·김성조·김태환·정희수·최경환·김재원 의원)
이중 경선 후 박종근·이해봉 의원은 대구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 나섰고 최경환 의원은 경제살리기특위 총괄간사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를 맡는 등 대부분이 이 당선자 도움이로 변신했다.
하지만 탈당후 이회창 후보를 도운 곽성문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끝까지 비(非) 이명박 행보를 계속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공천 여부는 이번 총선에서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들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을까. 차기 대권후보 1순위로 거론되는 박 전 대표가 자파 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정치생명을 건 결단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당 안팎의 분석이다. 박 전 대표가 '결단'을 실행에 옮긴 후 '이회창당'과 정치적 보폭을 맞출 경우 친박 의원들이 대거 당을 뛰쳐나갈 가능성이 크다.
◆강재섭, 세(勢) 형성 가능할까=강재섭 대표의 활약도 관심있게 지켜볼 대목. 강 대표는 일찍부터 대구·경북의 차기 대표 주자로 거론됐지만 그에 걸맞은 정치적 비중을 얻지 못했다. 지난 대선에서 대권 후보를 노렸지만 이 당선자와 박 전 대표의 위력 때문에 당권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선과 본선에서의 관리형 대표로 원만하게 당을 이끌며 잠재권 대권후보로 자리매김했다. 강 대표 주변에서도 "강 대표가 앞으로 할 일은 되든 안 되든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번 총선은 강 대표에게 '의미있는' 정치적 앞날을 기약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는 이번 총선에서 자신의 세력을 확고히 구축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이 당선자가 강 대표에게 7월까지인 임기보장 등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이 같은 기회를 얼마나 살리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대표가 자신의 독자적인 힘보다는 당선자 측에서 양해를 해줘야 가능한 부분이다. 이 부분이 강 대표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회창당 약진할까=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총선에서 충청도와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지에서 지지를 얻어 원내교섭단체를 만드는데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6대 총선에서 전국 최고 득표율을 선물한 대구·경북에 대한 이 전 총재의 기대는 매우 크다.
대구·경북에서의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 이 전 총재는 당 간판보다는 인물로 승부를 할 전망이다. 그 일환으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전·현직 의원들을 대거 영입, 후보를 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의원들 중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을 선거전에 내보낼 경우 한나라당과 인물대결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박 전 대표와 손을 잡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곽성문 의원을 중심으로 대구·경북에서 다양한 인사들을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이 전 총재가 대구·경북에서 올린 예상 외의 저조한 득표율과 한나라당 텃밭 정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숙제다.
◆범여권 기반 만들까=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범여권에게는 대구·경북이 워낙 취약한 지역인데다 대선 직후 치러지는 총선이라는 점 때문에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양한 변수들이 있어 낙담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지역내 범여권 인사들의 판단이다. 우선'이명박 특검법'에 따라 당선자에게 법적, 도덕적 문제가 불거질 경우 견제심리가 작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회창당'이 지역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내에서 이 당선자 측과 갈등을 일으킬 경우,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대통합민주신당의 대구·경북 총선 구상의 핵심은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인사들을 전략 지역에 출마시키는 '선택과 집중'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구에 출마, 바람을 일으키고 신국환 의원이 경북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다. 또 참여정부에서 요직을 거치며 지역 발전에 일정한 역할을 했던 인사들도 대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