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 대구·경북 기상도는?

입력 2007-12-31 07:35:17

대선때 보여준 '뜨거운 애정' 총선까지 이어질까?

총선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번 18대 총선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자신의 구상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대구·경북 민심의 향배는 최대 관심사의 하나이다. 일단 대구·경북 민심은 지난 대선에서 이 당선자에게 최다 득표율이라는 선물을 안겨준 만큼 이번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에 큰 지지를 보낼 것이란 예상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향후 당·청 관계가 어떻게 정립될지, 공천권 행사를 둘러싼 이 당선자와 박근혜 전 대표간의 갈등 여부 등 변수도 만만치 않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중심이 되는 소위 '이회창 신당'이 얼마나 파괴력을 보일지도 총선의 양상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하나이다.

이번 총선에서 대구·경북의 최대 관심사는 국회의원의 교체폭. 총선 때마다 현역 의원의 30~40% 가량 교체돼 왔던 전례에 비춰 이번에도 이 정도 교체는 불가피하며 더 많은 의원들이 교체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석권 가능할까?=한나라당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대구의 12석 모두를, 경북의 15석 가운데 14석을 '싹쓸이' 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 당선자가 전국 최고득표율을 올렸다. 이는 정권교체에 대한 지역 유권자들의 갈망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투표 성향은 이번 총선에서도 반복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한나라당도 지난 총선에서 거둔 싹쓸이의 재연에 대한 희망에 부풀어있다.

박종근 한나라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새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과반수 의석 확보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유권자들이 잘 이해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압승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정치적인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천 과정에서 최대 맹주인 박 전 대표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와 이를 통해 당력의 분산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회창 신단의 바람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박근혜파, 어느 정도 살아 남을까=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대구·경북의 많은 의원들이 박 전 대표를 지지했다.(대구=박종근·이해봉·곽성문·주성영·유승민 의원, 경북=이인기·김성조·김태환·정희수·최경환·김재원 의원)

이중 경선 후 박종근·이해봉 의원은 대구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 나섰고 최경환 의원은 경제살리기특위 총괄간사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를 맡는 등 대부분이 이 당선자 도움이로 변신했다.

하지만 탈당후 이회창 후보를 도운 곽성문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끝까지 비(非) 이명박 행보를 계속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공천 여부는 이번 총선에서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들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을까. 차기 대권후보 1순위로 거론되는 박 전 대표가 자파 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정치생명을 건 결단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당 안팎의 분석이다. 박 전 대표가 '결단'을 실행에 옮긴 후 '이회창당'과 정치적 보폭을 맞출 경우 친박 의원들이 대거 당을 뛰쳐나갈 가능성이 크다.

◆강재섭, 세(勢) 형성 가능할까=강재섭 대표의 활약도 관심있게 지켜볼 대목. 강 대표는 일찍부터 대구·경북의 차기 대표 주자로 거론됐지만 그에 걸맞은 정치적 비중을 얻지 못했다. 지난 대선에서 대권 후보를 노렸지만 이 당선자와 박 전 대표의 위력 때문에 당권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선과 본선에서의 관리형 대표로 원만하게 당을 이끌며 잠재권 대권후보로 자리매김했다. 강 대표 주변에서도 "강 대표가 앞으로 할 일은 되든 안 되든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번 총선은 강 대표에게 '의미있는' 정치적 앞날을 기약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는 이번 총선에서 자신의 세력을 확고히 구축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이 당선자가 강 대표에게 7월까지인 임기보장 등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이 같은 기회를 얼마나 살리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대표가 자신의 독자적인 힘보다는 당선자 측에서 양해를 해줘야 가능한 부분이다. 이 부분이 강 대표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회창당 약진할까=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총선에서 충청도와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지에서 지지를 얻어 원내교섭단체를 만드는데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6대 총선에서 전국 최고 득표율을 선물한 대구·경북에 대한 이 전 총재의 기대는 매우 크다.

대구·경북에서의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 이 전 총재는 당 간판보다는 인물로 승부를 할 전망이다. 그 일환으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전·현직 의원들을 대거 영입, 후보를 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의원들 중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을 선거전에 내보낼 경우 한나라당과 인물대결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박 전 대표와 손을 잡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곽성문 의원을 중심으로 대구·경북에서 다양한 인사들을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이 전 총재가 대구·경북에서 올린 예상 외의 저조한 득표율과 한나라당 텃밭 정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숙제다.

◆범여권 기반 만들까=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범여권에게는 대구·경북이 워낙 취약한 지역인데다 대선 직후 치러지는 총선이라는 점 때문에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양한 변수들이 있어 낙담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지역내 범여권 인사들의 판단이다. 우선'이명박 특검법'에 따라 당선자에게 법적, 도덕적 문제가 불거질 경우 견제심리가 작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회창당'이 지역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내에서 이 당선자 측과 갈등을 일으킬 경우,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대통합민주신당의 대구·경북 총선 구상의 핵심은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인사들을 전략 지역에 출마시키는 '선택과 집중'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구에 출마, 바람을 일으키고 신국환 의원이 경북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다. 또 참여정부에서 요직을 거치며 지역 발전에 일정한 역할을 했던 인사들도 대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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