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고집 버리고 그들도 따뜻하게 품을때
'피부가 검든, 희든….'
새해를 맞으면 누구나 미래에 대한 얘기를 끄집어냅니다. 우리 사회에 여러 현안이 있겠지만 그 중 시급하게 대비해야 하는 것은 '다민족, 다인종 사회'입니다. 전문가들은 30년 후쯤에는 외국 출신이나 그 2세가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면서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환경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습니다. 동남아 출신 근로자를 우리 이웃, 가족이라고 여기지 않고 외국에서 시집온 새댁을 백안시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백인이라고 우대하는 듯한 이중적인 모습도 보입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다민족, 다문화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고 우리의 자세를 가다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어릴 적 가끔 한 번씩 마주치는 외국인들을 보면 마냥 신기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들이 어떻게 걷고, 어떤 사람과 동행하는지를 주시하곤 했다. 어떤 때는 친구들과 함께 그들 뒤를 따라가면서 "희한하게 생겼네…." "피부색깔이 왜 저래."라며 키득거리기도 했다. 우리와 좀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 때문이리라.
성인이 된 요즘에도 거리에서 외국인과 마주치면 무심코 바라보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가까이 관찰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10여 년 거주한 다글라스 쿡(66) 씨는 "한국 어느 곳에 가더라도 쳐다보는 시선들이 많아 당황할 때가 여러 번 있었다."고 했다.
◆언제까지 '우리끼리'일까=국제화 시대에 살면서 외국에 숱하게 다녀본 한국인들도 거리에서 외국인과 마주치면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게 보통이다.
한국인들의 정서 밑바닥에는 '우리끼리'라는 의식이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집단 중심의 사회관계에 묶여 살아온 한국인들은 '우리'와 '그들'을 분리하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을지 모른다. 학자들은 '단일민족주의'와 '혈통주의' 탓이라고 진단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타인을 제대로 배려하지 못하고 진정으로 따뜻하게 품어주는 자세가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
홍덕률(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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