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프로구단 감독들, 2008 희망은?

입력 2007-12-31 07:43:03

2008년 새해가 밝았다.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 프로축구 대구FC와 포항 스틸러스, 프로농구 대구 오리온스의 지난해는 포항의 K리그 우승이 있었으나 다른 구단들은 큰 성과가 없거나 참담한 실패를 겪었다. 이를 알기에 대구·경북지역 연고의 프로팀 감독들은 새해를 맞아 더욱 강한 결의를 다지며 소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 대구FC 변병주 감독

프로축구 대구FC의 변병주 감독은 새해 2년차 감독으로서 더욱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해 프로팀 감독으로 데뷔, 인상적인 공격 축구로 눈길을 모았으나 하반기에 연패를 당하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수비를 보강하고 공격을 다변화시켜 올해는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격 축구가 성공적이었으나 공격 방식이 일정해 막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브라질 선수 중에 파워를 갖춘 스트라이커를 물색 중이다. 또 지난해의 루이지뉴처럼 빠른 선수도 영입해달라고 구단에 요청해 놓았다. 이들이 보강된다면 공격 형태가 다양해 질 것으로 기대한다.

-수비 보강도 시급한 과제다.

▷신인이지만 중앙 수비수 양승원의 기량이 좋고 수비형 미드필더와 다른 수비수의 영입 작업도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 멤버인 이근호와 문주원, 하대성, 진경선, 황선필 등의 기량도 한 단계 발전하고 있어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래도 대구FC의 전력이 6강에 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쉽지 않은 목표이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마지막 네 경기에서 성남 일화 등 강호들과 대등한 경기를 벌이는 등 가능성을 보여줬다. 열심히 준비해 좋은 경기를 펼칠 자신이 있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화려하지만 스트레스도 엄청날텐데 어떻게 다스리나.

▷지난해 첫 승을 거둔 후 '물 폭탄' 세례를 받았을 때 기분이 짜릿했다. 후반기에는 연패로 인해 잠을 설쳤고 하루 한갑 피우던 담배가 두갑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결국 감독의 숙명이니 만큼 승패를 모두 받아들이고 즐겨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경기장에 변 감독의 짙은 눈썹을 빗대 '검은 눈썹'이라는 말이 들어간 응원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별명으로 굳어지는 것 같은데 마음에 드는가.

▷현역 시절 때는 빠른 스피드를 지녔다 해서 '총알'이라고 불렸다. '검은 눈썹'이라는 말에는 팬들의 애정이 담긴 것 같아 싫지 않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아 미안할 것 같다.

▷조용히 내조하는 스타일인 집사람(김순화 씨)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경기에 지고 집에 들어가면 집사람도 기분이 가라앉아 늙게 만드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웃음) 얼마 전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K리그가 더 발전해야 할텐데.

▷선수층이 두터운 강팀이 좋은 선수들을 벤치에 앉아있게 하지 말고 전력이 약한 팀에 임대해줘야 한다. 그래야 선수의 경기력도 유지하고 강팀과 약팀 간의 전력 차를 줄여 팬들에게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다.

-대구FC 서포터스와 팬들의 열성적인 성원도 큰 힘이 될 것 같다.

▷식당에 가거나 택시를 타면 알아보시고 성원해주시는 시민들이 많다. 서포터스들의 응원도 당연히 큰 힘이 된다. 서포터스들이 함께 뭉쳐서 더욱 큰 응원을 보내준다면 선수들이 더 신명나게 경기할 수 있을 것이다. 팬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겠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 삼성 라이온즈 선동열 감독

"몇 년 하지 않았는데도 힘겨운데 20년 넘게 감독 생활을 하신 걸 보면 역시 김응용 감독님(현 삼성 라이온즈 사장)은 대단하세요." 선동열(44)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연말 가족 여행 등으로 지친 몸을 추스른 뒤 올 시즌 젊은 세대를 활용, 보다 공격적인 야구를 펼치기 위한 구상에 들어갔다.

-감독은 정신적으로 피곤한 자리다. 게다가 개인적인 시간 여유도 갖기 힘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다.

▷참기 힘들 때도 있지만 2년째 금연 중이다. 며칠 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다행히 큰 이상이 없었다. 가족들에게는 미안하고 고맙다는 것 외엔 할 말이 없다. 집에 있는 시간은 1년에 많아야 50일 정도 뿐이니까. 그나마 연말 가족여행을 다녀오는 것으로 면피하는 것 아닐까(웃음).

-한국시리즈 2연패 뒤 올 시즌 4위에 그쳤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에이스 배영수가 수술로 빠지는 등 전력 보강이 없는 상태에서 시즌을 시작한 뒤 시즌 초반 7명이 부상을 당해 힘든 레이스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시즌 전반기에 5할 승부를 목표로 세운 이유다. 감독 생활 3년 중 가장 힘든 시즌이었다.

-올림픽대표팀에서 중도하차한 마무리 오승환의 상태는 어떤가.

▷현재 컨디션이 좋지 않아 3월 열리는 2차 예선 명단에 포함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3년째 정규 시즌과 여러 대회에 나서며 제대로 쉬지 못한 탓이 크다. 올 시즌 구위가 떨어진 것도 그 때문이다. 쉴 시간이 필요하다.

-2007 시즌에 타선 침체가 두드러졌다. 2008년에는 막강 화력을 자랑했던 삼성의 본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제이콥 크루즈가 와서 공격력이 강화될 것이다.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 등 젊은 선수들에게 기대를 건다. 수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공격적인 야구를 위해 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겠다. 올림픽대표팀 일정 때문에 직접 보진 못했지만 신인들의 실력도 괜찮다고 들었다. 다만 마땅한 1번 타자감이 없다는 것이 고민거리다.

-불펜은 강하지만 선발 투수 부족으로 고전했다. 내년 투수진 운용은.

▷배영수, 외국인 투수와 전병호가 선발 투수로 나가고 윤성환, 정현욱, 차우찬이 4, 5선발 자리를 메워준다면 선발 투수난은 해결되리라 본다. 불펜은 권오준, 권혁, 안지만, 권오원이 있어 괜찮을 것이다. 새로 영입한 베테랑 이상목, 조진호 중 한 명이라도 가세한다면 선발, 불펜 양쪽에 모두 여유가 생길 전망이다.

-올 시즌 우승팀 SK와 전력을 보강한 KIA 등으로 인해 2008 시즌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시즌 전망은.

▷힘든 가운데서도 이만한 성적이 난 것도 팬들이 성원해준 덕분이다. 보다 젊어지고 공격적인 야구를 펼쳐 보일 테니 야구장을 많이 찾아 달라. 선수들에게 홈팬들의 사랑은 가장 큰 힘이 된다. 단기전 승부에 자신감을 갖고 있어 한국시리즈까지만 가면 팬들과 우승의 기쁨을 다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 포항 스틸러스 파리야스 감독

"2007년의 영광은 이미 지나간 역사(歷史)입니다. 올해 새 역사를 쓰기 위해 우리는 또 달릴 뿐입니다." 세르지오 파리야스(41) 포항스틸러스 감독. 지난해 '파리야스의 마법'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플레이오프 5연승으로 K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그는 "올해는 더욱 재미있는 축구,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 들이는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새해 설계를 밝혔다.

-올시즌 목표부터 밝혀달라.

▷당연히 우승이다. K리그 2연패는 물론이고 AFC(아시아 챔피언스리그·아시아 각국 프로리그 우승팀이 참가하는 대회)도 포항으로 가져오는 것을 올시즌 목표에 추가했다. '팬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팀'이란 말도 듣고 싶다.

-동계훈련을 통해 특히 중점을 두는 분야가 있다면?

▷체력 훈련이다. 모든 기술과 전술은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통할 수 없다. 특히 새로 영입하는 선수들의 경우 코칭스태프가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을 만들어야 한다. 1월 초순 선수 구성이 완료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전술훈련에 들어갈 계획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공격적인 축구를 한다는 계획인데, 훈련도 당연히 이런 부분에 맞춰 진행될 것이다.

-지난 시즌 마감 이후 트레이드 등 선수 교체 폭이 매우 크다. 이 같은 대폭적인 물갈이가 의도하는 것은 무엇인가? (스틸러스는 지난 시즌 맹활약했던 따바레즈와 오범석을 내보냈고 브라질에서 파비아노를 영입했다. 또 전남에서 남궁도를 데려오고 고기구를 내줬으며, 전북과는 최태욱·김성근을 주고 권집·김정겸을 영입하는 트레이드도 잇따라 단행했다.)

▷감독 입장에서 지난 시즌을 함께 했던 선수 모두를 붙잡아 두고 싶다. 하지만 프로 무대는 냉정한 곳이다. 새로 영입하는 선수들이 나가는 선수보다 낫다고 판단했다. 박진감있고 다이내믹한 경기를 하겠다는 의지로 봐주면 좋겠다.

-2008시즌 스틸러스 경기의 관전 포인트를 어디에 두면 더욱 재미있게 경기를 볼 수 있을까?

▷우선적으로 스틸러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이기기 위해'(특히 이 부분을 강조했다) 뛰고 있다는 사실을 팬들은 지켜보게 될 것이다. 공격 축구를 하겠다는 말도 이기겠다는 뜻이다. '이기기 위해 공격 축구를 하겠다.'는 말은 결국 재미있는 경기를 펼쳐 보이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동계훈련은 어떻게 진행하는가?

▷개인훈련을 거쳐 10일부터 포항에서 팀 훈련을 재개한다. 일단 체력 훈련으로 컨디션을 끌어 올린 뒤 기술·전술 훈련은 터키 안탈리아에서 20일가량 실시할 계획이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브라질 고향집에서 가족과 함께 꿀맛 같은 휴식을 즐기고 있는 파리야스 감독은 "몸은 브라질에 있지만 내 가슴과 머리는 포항 송라면 스틸러스 클럽에 남겨두고 왔다."며 쉬는 동안에도 선수단 운영 계획을 챙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스틸러스를 믿고, 응원해주고, 항상 그라운드에서 함께 해달라."고 팬들에게 주문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 농구 대구 오리온스 김상식 감독대행

시즌이 중반을 넘어서며 새해를 맞았지만 대구 오리온스의 앞길은 여전히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오리온스의 성적은 4승24패로 최하위. 남은 26경기에서 23번을 이겨야 겨우 5할 승률에 맞출 수 있다. 부상병동인 데다 조직력 마저 흐트러진 오리온스로선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다. 때문에 시즌 성적보다 팀을 재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코치로 이충희 감독을 보좌하다 이 감독이 자진 사퇴한 뒤 지휘봉을 잡은 김상식 감독대행은 "일단 수비와 체력을 바탕으로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많이 기용되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주겠다. 그래야 서로 뭉칠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태까지 오리온스는 김승현과 외국인 선수의 플레이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한데 올 시즌 김승현과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부상에 발목이 잡히자 성적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 이들로 인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화려한 공격 농구로 인기를 모았지만 그것이 결국 독이 된 셈이다.

코칭 스태프의 지적대로 선수들이 스스로 공격 기회를 만드는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공격 작업은 툭하면 실타래처럼 엉켰고 덩달아 원래 약점이었던 허술한 수비도 더욱 눈에 띄게 됐다. 연패에 빠지면서 자신감까지 떨어졌다.

남은 시즌 눈여겨볼 선수는 이동준과 오용준, 정재호. 이동준은 외국인 선수 부상으로 출장 시간이 늘어나면서 프로 무대 적응도 빨라지고 있는 상태다. 아직 자세가 높고 경험이 부족,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출장 시간을 꾸준히 보장해 준다면 한층 발전된 기량을 보여줄 전망이다.

3점 슈터 오용준은 기대와 달리 아직까지 제대로 보여준 것이 없다. 김승현이 있을 때처럼 노마크 찬스를 기대해선 안 된다. 스스로 찬스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올 시즌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다음 시즌 그가 설 자리는 없다.

가드 정재호는 경기 운영을 못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구단이 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혀 놓고 손가락질을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정재호의 적역은 주전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 김병철을 받쳐주는 역할. 현재로선 주전 포인트가드 자리에 김영수가 서는 것이 낫다.

김상식 감독대행은 일단 몸상태를 장담하기 힘든 김승현의 복귀를 염두에 두지 말고 나머지 선수들로 팀 전력을 정비하는 데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리온 트리밍햄을 퇴출시키기로 했기에 높이를 택할 것인지 경기 운영 속도를 높일 것인지 기준을 정하고 외국인 선수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

이 감독이 사퇴한 뒤 가진 두 경기에서 오리온스는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김 감독대행의 능력을 속단하긴 이르다. 그는 지난 시즌 중 안양 KT&G의 감독대행을 맡아 안정적인 팀플레이로 남은 시즌 10승9패로 선전한 적이 있다.

남은 경기는 26경기. 김 감독대행이 오리온스를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