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4천만 년 전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우포늪에 겨울이 찾아왔다. 이맘때쯤 우포늪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 철새들은 매년 늦지도 이르지도 않게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다. 거울 같은 수면에 제 모습을 비춰보고 먹이를 찾아 기다란 목을 물속에 처박고 자맥질에 바쁘다. 무엇에 놀랐는지 푸드덕 하는 소리와 함께 한 놈이 공중으로 치솟아 오른다. 고요하던 늪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다. 사계절 다양한 매력을 뿜어내는 우포늪의 겨울은 고요하지만 생동감이 넘친다. 내년 열리는 환경올림픽 '람사르총회'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경남 창녕 우포늪을 찾았다.
▶우포늪(소벌)
혹독한 추위를 피해 시베리아와 북만주 등지에서 3천km 이상을 날아온 큰기러기들이 늪지로 숨어들어 고단한 날개를 접고 쉴 공간을 찾는다. 여름내내 입고 있던 녹색옷을 벗어버린 습지식물들은 한 해를 마감한다. 누렇게 바랜 채 스스로 몸을 부스러뜨리며 물속으로 녹아든다. 이곳은 늪 가장자리로 육지화가 많이 진행된 곳으로 다양한 식물들이 살아가고 노랑부리저어새, 황새, 두루미 등 천연기념물 감상과 가창오리의 군무를 볼 수 있다. 한번 쑥 둘러보고 떠나기는 아까운 곳이 우포늪이다.
▶사지포(모래벌)
세진주창을 벗어나 대대제방 둑을 걷다 보면 어느새 인적이 끊긴다. 사지포 뒤쪽이 철새들을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이다. 기러기 몇 마리가 인기척에 놀랐는지 튀어오르듯 날아오른다. 기러기는 청각이 아주 예민하다. 떼를 지어 날아가 버리는 듯하더니 다시 물 위로 내려앉는다. 네 개의 늪 모두가 모래나 뻘이 있었지만 사지포늪은 모래가 많이 있어서 모래벌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주매마을 방면으로 발길을 옮겼다. 불현듯 겨울비가 내린다. 우포늪이 구름에 휩싸여 시야가 흐려진다. 멀리 수면 위를 오가며 고기를 잡는 한 척의 쪽배가 한가롭기만 하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다.
▶목포(나무벌)
사지포를 지나 목포로 옮겼다. 이곳은 수심이 깊어 수중식물이 많이 서식한다. 나무벌을 둘러싼 장재마을, 노동마을, 토평마을 일대에는 예부터 소나무가 많았으며, 한국전쟁 전에는 배를 타고 건너가서 땔감으로 쓸 나무를 가져오는 지역이었다. 입구에 우거진 왕버들 군락은 늪을 찾는 다양한 철새들의 안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잎의 지름이 2m에 이르는 가시연을 관찰할 수 있다.
▶쪽지벌
쪽지벌은 다른 곳에 비해 길이 좋아 진입이 쉽다. 그래서 탐방객들이 진면목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기 쉬운 곳이다. 네 개의 늪 중에서 크기가 가장 작기 때문에 쪽지벌이라고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겨울 오리류들이 소음을 피해 휴식공간으로 이용한다.
노구호 우포생태문화학교 교사는 "늪의 가장자리를 따라 새를 관찰하되 큰소리를 내거나 너무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금물"이라면서 "우포늪 지도와 쌍안경, 망원경, 조류도감 등을 준비하면 더 생생하게 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는 길=구마고속국도 창녕IC에서 나온 뒤 우회전해서 우포늪생태학습원을 지나 우포방향으로 가면 유어면 세진리에 있는 주차장이 나온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 우포늪 탐방코스
우포늪은 4개면에 걸쳐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으므로 접근하는 길도 다양하다. 시간별로 갈 수 있는 탐방코스를 알아봤다.
▷1코스=짧은 시간에 우포늪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코스(왕복 1시간 소요)
세진주차장→우포늪 대대제방→우포늪전망대→쪽지벌과 우포늪 사이로 이동
▷2코스=우포늪의 이모저모를 알 수 있는 코스(3시간 소요)
세진주차장→대대제방→배수장 뒤편→토평천을 건너 사지포늪과 우포늪의 사잇길인 제방길을 따라간다
▷3코스=늪과 더불어 살아온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코스(2시간 소요)
창녕읍에서 이방·대지 방면 마을버스를 타고 장재마을에 하차해 늪을 따라 들어온다.
▷4코스=늪의 역사와 형성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코스(2시간 소요)
창녕읍에서 이방·대지 방면 마을버스를 타고 우만마을에 하차해 들길을 따라 가다 가마골 마을 앞에서 수로를 따라 들어간다.
▷일주코스=우포늪의 전체를 일주 관찰할 수 있는 코스(4시간 소요)
세진주차장에서 우포늪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동. 대대제방을 지나며 우포늪 전경과 갈대, 억새군락을 감상하며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 우포늪 제대로 알려면 생태관에 들르자
광활한 우포늪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우포늪 생태관을 찾는 것이 좋다. 우포늪 생태관은 우포늪을 가장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지난 8월 문을 열었다. 평일 1천 명, 주말과 휴일에는 3천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이곳에는 우포늪의 사계절과 우포늪의 동식물, 우포늪의 지역 주민과 고기 잡는 배, 우포늪 영상실 등이 마련돼 있다. 시청각실에는 3D 입체 영상과 우포늪 홍보영상물을 볼 수 있다.
생태환경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우포늪의 이해, 우포늪의 사계, 살아있는 우포늪, 우포늪의 가족들, 생태환경의 이해 등 생태체험과 학습에 도움이 되도록 구성됐다. 우포늪 생태관에서 학습효과와 재미있는 관람을 위해 입체적인 디오라마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생태관은 우포늪의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계절별마다 다른 우포의 사계와 자신의 생일에 우포늪의 식물과 동물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비교해 볼 수 있다. 또 우포늪에서 고기를 잡던 주민들이 사용한 장대 배(일명 쪽배)와 손으로 고기를 잡는데 사용한 가래 등을 볼 수 있다.
우포늪 생태관의 노용호 관장은 "우포늪을 탐방하기 전에 생태관을 찾으면 우포늪을 가장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면서 "연말과 겨울방학 동안 가족끼리의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연말까지는 무료이지만 새해부터 어린이 1천 원, 어른 2천 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055)530-2690.
모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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