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다] 어울림에 대해…

입력 2007-12-29 07:37:48

둘 어우름/박준금 지음/601 비상 펴냄

개인적으로 '문명과 인간을 화해'시키는 방식이라며 하는 책 '읽는' 버릇이 있다. 아니 어쩌면 '보는' 시지각의 타성이라 해도 무관하다. 표지 판형이나 책 등을 손바닥으로 문질러 손끝으로 지질의 촉감을 느끼는 것이 그것이고, 코끝에서 희석되지 않은 잉크 냄새를 킁킁거리며 심지어 서체를 훑어 자간과 행간까지도 비주얼로 접근하는 습관 또한 그것이다.

오래전, 오롯이 활자와 종이 뿐인 삼중당 문고나 범우사에서 출간했던 포켓용 책이 지루했던 시절이 있다. 시집처럼 담백해 상상을 증폭하긴 수월했지만 어쨌든, 삽화 없는 책이 따분했던 것만은 분명했다. 따라서 그 책들을 두고 내가 '읽는' 책인지 '보는' 책인지 늘 궁금해 한 적이 있다.

"모여 사는 것이 어찌 사람뿐이겠는가. 사물과 사물, 자연과 자연, 그리고 그들과 다시 사람, 둘은 어울림의 시작이다. 둘은 세상과의 관계 맺기다. '둘 어우름'(2006년)은 사람 사는 얘기며 이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둘'의 갈등구도를 일상의 '어울림' 구도로 바꾸어 놓는다. 4글자의 의성어와 의태어는 사진과 관계하면서 짧지만 흡입력이 강하고 무엇보다 따뜻하다. 함께하는 그림과 그에 따른 카피들이 절묘하다. 옮기자면 이렇다.

"으밀아밀(너만 알고 나만 아는 남모르는 이야기), 달싹달싹(마음을 들었다 놓고 엉덩이를 들었다 놓고), 어슷비슷, 쑥덕쑥덕, 머슬머슬, 본숭만숭(오는지 가는지 본건지 못 본건지), 일긋얄긋, 또강또강, 쓰렁쓰렁, 하늘하늘."

앞서 얘기했지만 '보는'책으로 주목한 '둘 어우름' 책의 획기적인 파격은 편집디자인이다. 글씨는 그림이고 그림은 곧 글이다. 캘리그라피는 펄펄뛰어 살아 움직인다. 중간 중간 지질을 얇게 바꿔, 뒤 페이지의 비침을 통해 '관계'를 설정한다. 꽃 배경과 함께 마젠타색 타이포들이 춤춘다. 놀랍도록 황홀하다. '둘 어우름'은 이 시대 우리가 잊고 살았던 특별한 어울림의 의미다.

밥벌이의 고달픔이나 주관적 망상이 외로울 때 펼쳐보라. 섬뜩할만큼 세상이 무관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확실한 아트 북의 진화!

권기철(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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