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사람들은 무뚝뚝하다고 한다. 속내를 드러내는 것을 쑥스러워한다. 그래서 쓸데없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올해가 훌쩍 떠나기 전 '올해 가기 전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었다.'라는 자유발언대를 만들어 이웃 10명의 속내를 들었다. 올해가 사흘 남았다. 전화로, 문자메시지로, 직접 말로 소중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은 어떨까.
이대현·서명수·모현철기자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고경자(49·여·웨딩숍 원장)→사랑하는 며느리에게
고향인 대구를 떠나 낯선 서울에서 사느라 많이 힘들지? 둘째 아이를 임신한 몸으로 남편 뒷바라지에, 첫째 아이 키우느라 정말로 고생이 많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처럼 오늘을 열심히 살다보면 보람 있는 내일이 오지 않겠니. 새해에도 알뜰살뜰 살림 잘하고 사랑이 가득한 가정 만들기를 바란다.
▶이미향(33·로얄관광 과장) →미래의 남자친구에게
올해는 니가 없었어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행복한 한 해가 되었지만 내년에는 따뜻한 마음으로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어. 니가 없어서 마음 한구석이 늘 허전했었거든. 하느님을 만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는 있지만 니가 있으면 더 뿌듯해질 것 같아. 꼭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렸지만 그래도 니가 빨리 나타났으면 좋겠어.
▶오준희(44·회사원) →친구 이무연에게
야, 너 정말 이럴 수가 있냐. 사람 사는데 그깟 장가 못 간 게 무슨 큰 죄라고 1년 동안 연락 한 번 안 할 수가 있냐. 내년에는 꼭 장가 갈 수 있도록 신경쓸테니 연락 좀 하고 살자. 임마! 장가 안 가도 좋으니까 전화통화라도 좀 하자. 요즘 좋은 가발 많이 나왔더라. 제대로 '분장'해서 다니면 성공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파이팅!
▶곽민정(29·여·대구시 동구 신암동)→직장 동료에게
개인적으로 회사생활에서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해도 될 만큼 뜻깊은 한 해였습니다. 낯선 업무와 때로는 힘에 부치는 일들로 좌절한 적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묵묵히 힘을 주신 한국전력 대구사업본부 과장님, 대리님, 그리고 전략경영실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내년에는 더욱 더 힘차게 일할게요.
▶노유진(26·여·직장인)→사랑하는 엄마에게
엄마! 작년 이맘때쯤 아빠 돌아가시고…. 이듬해인 올해 2월에 언니까지 시집을 가버려서 많이 섭섭하고 허전했지? 그 허전한 마음 막내딸이 다 채워주지는 못하겠지만 아빠, 언니 몫까지 잘할게. 많이 부족하겠지만 엄마한테 친구 같은 딸이 되도록 노력할게. 그리고 엄마~. 남자친구 엄마 맘에 안 들어도 만나는거 허락해 주세요!
▶최승진(49·공무원)→대학 입학을 앞둔 딸 연선에게
고등학교 3년 동안 내신 관리하랴, 수능 준비하랴 바쁘게 살아온 너에게 아빠는 고마움을 느낀다. 고생했다는 말을 가장 먼저 하고 싶다. 대학에 입학한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위풍당당하게 대학생활을 하고 사회에 늘 감사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커주기를 기원한다.
▶김정한(36·대구시 북구 침산동)→맞선 본 여자들에게
올해도 결혼을 못했다. 내년에는 완전히 노총각이 된다. 부모님은 결혼하라고 성화다. 선도 수없이 봤지만 번번이 퇴짜 맞았다. 대구 여자들은 왜 이렇게 눈이 높은 것인가. 든든한 직장에 다니는 데다 잘 생기지 않았지만 호남형인 나 같은 남자를 왜 마다 하는가. 대구 노처녀분들. 제발 남자 보는 눈 교정 좀 하세요.
▶장호병(55·수필가)→저를 아는 모든 분들에게
새로 만들어야 꼭 새 길이 아닙니다. 어제까지 걷던 길도 새로운 마음으로 걸을 때 새 길이 됩니다.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정작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소리없이 저를 도와준 이들이여! 여러분들과 저 사이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로 새 길을 내고 싶습니다.
▶이재필(43·대구경북연구원 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대구·경북에 사시는 분들에게
올해 우리 지역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지식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지역의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합치면 불가능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총 동원해야 하고, 창조적 사고가 필요하다. 다가오는 새해엔 대구·경북이 비상하기를 기원한다.
▶노수경(21·여·영남대 작곡과 2년)→힘들어하는 이웃에게
올해는 주위에 힘들어했던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던 것 같아요. 경제가 어려워져 힘들어했던 사람들, 공부가 힘들어 포기하려 했던 친구들, 일이 많아서 바쁘게 살았던 사람들…. 힘들어했던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새해에는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꼭 좋은 일만 생길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준호(29·경북 경산시 사정동)→가족들에게
언제나 나의 든든한 버팀목은 가족입니다. 아직 2세가 없는 자형과 누나는 내년에 나에게도 조카가 생길 수 있게 해 주세요. 지난달 결혼해서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는 형님과 형수님은 앞으로도 예쁜 사랑 계속 이어가세요. 아버지와 어머니도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기를 바랄게요.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최민석(59·대구시 수성구 황금동)→큰딸에게
아버지 회사일 돕느라고 바빠서인지 네가 어느새 혼기를 놓쳤구나. 회사일에 바쁜 너를 볼 때마다 안쓰러웠다. 올해에 내가 열심히 좋은 혼처를 찾아야 했는데 미안하게 생각한다. 내년에는 꼭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해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다오. 나도 빨리 손자·손녀를 보고 싶구나. 사랑한다.
▶김상원(42·대구과학대학 겸임교수)→사랑하는 아내에게
학교에서 학과커플로 졸업을 하기 전에 얼떨결에 결혼했고 금속공예를 하는 남편을 만나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보냈죠. 어려워도 힘들다고 하지 않는 당신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네요. 예민하고 날카로운 성격에 화부터 내는 남편을 몸이 안 좋다고 약까지 챙기는 것을 보면서 결혼 잘 했다고 생각해요. 여보, 사랑해요.
▶김진해(48·커피전문점)→소홀했던 주변 사람에게
주위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아쉬움이 큽니다. 안부전화도 하고 만나보고 싶었는데 먹고살기가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을 내지 못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특히 얼마전 손을 크게 다쳐 수술을 받은 김 사장님, 제대로 병문안도 못드리고 죄송합니다. 정말 올해 따뜻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제 마음 다들 잘 알고 계시죠.
▶여환욱(55·양심과일가게)→양심가게 다녀간 사람들에게
무인과일가게를 이용해 주신 대구시민과 바쁜 와중에도 수시로 찾아와서 영농일을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우리를 믿고 과일을 사가신 우리 동네 양심에 오히려 감사드리며 얼굴도 모르시면서도 '힘내세요' '고맙습니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주신 대구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권순만(33·대구원룸사랑)→내년 1월 출산 앞둔 아내에게
상은 씨. 이번 한 해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다 제쳐두고 내 생애 첫 아기를 선물해 준 당신께 너무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출산할 때까지 건강 조심하고 우리 아기 태어난 뒤에는 영원한 왕비님으로 평생 모실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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