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이 버셨나요?" 전문가가 본 올해 재테크 결산

입력 2007-12-28 09:06:33

펀드에 눈 뜬 당신이 '2007년 부자'

한해를 떠나보내야하는 때. '올해 무엇이 가장 아쉬웠는지?' 사람들은 스스로 물을지 모른다.

성현군자(聖賢君子)가 아니라면, 열사람 중의 아홉은 '돈을 많이 못 벌어 가장 아쉽다."고 대답할 것이다. 특히 올해 그 문을 활짝 연 '투자의 시대'. 사람들은 "투자의 시대에 나 혼자 뒤떨어진 것 아니냐?"며 걱정이 태산이다.

기자는 매일신문 독자들의 재무상담을 해주고 있는 계명대 재무상담클리닉센터(센터장 배미경 계명대 교수) 실무 자문위원들(허수복 부센터장·최창집 한국투자증권 대구지점장·배재수 진강건설 대표·심진오 미래에셋생명 SFC)이 만난 자리(26일 오후 한국투자증권 대구지점)를 찾아 '현장 사람들이 본' 올해 재테크 시장의 흐름을 들어봤다.

올해 많이 못 벌었다고 실망하지 말자. 2007년의 흐름을 잘 읽고, 2008년엔 '모두 모두' 부자가 되자.

◆사람들이 달라졌다

"올해는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이행된 원년이었다. 금융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나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음을 올해 피부로 느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입한 펀드 수탁액이 300조 원에 이르렀다. 불과 1년새 펀드 규모가 3배나 늘어난 셈이다. 특히 가장 빨리 세상의 변화를 읽는 젊은세대들이 엄청나게 밀려왔다. 젊은 세대들은 자산이 많이 없지만 적립식펀드를 통해 꾸준히 '투자'하는 법을 익힌 것 같다. 그들이 불과 몇년 뒤 사회의 중추로 자라날 때쯤 되면 우리 투자시장은 혁명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최창집)

"투자자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종전엔 특정 상품에 대한 수익률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자신의 전체 자산에 대한 재무관리 수립에 대한 욕구가 많아졌다. 한푼이라도 더 불리고, 한 푼이라도 세는 것을 막아야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허수복)

"가장 안정적이고 비교적 고급여 봉급생활자들인 공무원·교사·대기업 직원들의 재테크는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파트였다. 그들은 목돈 몇 억 원을 갖고 아파트를 통해 부(富)를 조금씩 만들었다. 하지만 세금에다 대출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이런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결국 과거와 같은 형태의 아파트 투자는 올해 거의 사라지게됐다." (배재수)

"얼마전 상담한 25세의 직장 여성은 '결혼자금보다 노후자금이 더 중요하다'며 이를 토대로 재무설계를 해줄 것을 부탁했다. 한 50대 주부도 노후 자금을 걱정했다. 예전에 없던 현상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멀리 보고, 길게 보는' 투자를 하고 있다. 시대가 변한만큼 이제 수십년 앞을 내다보는 자금획득 방안을 찾는 것 같다. 그래서 보험시장도 펀드형태 보험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심진오)

◆누가누가 많이 벌었나?

"뭐니뭐니해도 차이나펀드의 수익률이 대단했다. 평균적으로 88~90% 정도의 수익률을 냈다. 국내주식형펀드에 들어왔던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28%정도의 수익률은 나왔다. 주식 직접투자자들, 특히 개미들 중 올해 많은 수익을 낸 사람이 있다. '개미는 안된다'라는 통념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개미들도 이제 기업분석을 하고 들어온다. 온라인시대라 정보의 경계가 붕괴, 개미들도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결국 '선수급 개미'는 기관과 외국인을 뛰어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창집)

"펀드 투자자들은 상품 선택도 중요했지만 '투자원칙' 준수 여부도 작용했다. 국내주식형펀드나 중국·인도펀드 등은 좋았지만 일본펀드나 리츠펀드는 수익률이 저조했다. 때문에 일본펀드나 리츠펀드에 '몰빵'을 한 사람은 큰 손해를 봤다. 골고루 나눠담은 사람들은 올해 '짭짤한' 수익을 냈다. 나눠담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한 한 해였다." (허수복)

"큰 부자들은 아직 금융 투자시장으로 본격 진입하지 않은듯하다. 특히 보수적인 대구·경북의 큰 부자들은 올해도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리 부동산 거래가 죽었다고 하지만 '큰 땅'의 경기는 여전히 좋았고 부자들은 이 부분에 관심을 계속 두고 있다. 특히 큰 부자들, 즉 수백억 원의 자산을 가진 부자들은 사채시장에서 24~36%의 고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큰 부자들은 아직은 '과거처럼' 부를 쌓고 있다." (배재수)

"올해 펀드 등을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린 사람들이 많지만 지나친 기대수익은 금물이다. 최근 만난 한 고객은 '100% 수익률을 내달라'는 요구를 했다. 깜짝 놀랐다. 투자상품을 통해 얻는 수익률을 지나치게 높이 잡아서는 안된다. 15%안팎이 적당하다." (심진오)

◆내년엔 어찌 될까?

"내년 코스피지수는 2,300~2,400정도를 오르내릴 것이다. 상반기가 하반기보다는 나을 것이다. 우리 증시가 내년 15~20%정도 상승할 걸로 본다. 중국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차이나펀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국 증시는 30~40%정도 오를 것이다. 해외주식형펀드는 올해보다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다. 올해 전체 주식형펀드 수탁액(110조 원) 가운데 20%정도가 해외주식형이었으나 내년에는 40%정도로 확대될 것이다. 이제 투자자들이 '글로벌한 시각'을 갖출 수 있어야 돈을 벌 수 있다." (최창집)

"내년엔 올해보다 기대수준을 낮추는 것이 좋다. 특정 섹터나 특정 국가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자산배분형 펀드'가 인기를 끌 것이다. 투자의 기본원칙만 잘 지키면 펀드 투자자들은 정기예금 금리의 2, 3배에 이르는 수익률을 챙길 수 있다. 또 내년엔 금리가 안정세를 보일 것이다. 올 하반기와 같은 급등세는 없을 전망이다." (허수복)

"내년 초·중순은 아파트를 살 시점이다. 현재 건설사들이 내놓고 있는 조건(발코니 무료 확장·중도금 무이자)을 보면 109m²(33평)의 경우, 3천500만 원 정도의 이득을 볼 수 있다. 소수가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했던 일본과 달리 우리는 다수가 분산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급격한 부동산 가격 하락은 없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가 집을 살 수 있는 적기다." (배재수)

"고령화사회로 달려가고 있다. 은퇴 이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현금을 확보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노후를 대비한 투자상품에 가입해야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가올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심진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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