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이 가고 있다. 선수들의 땀방울이 마른 그라운드와 거친 숨소리가 뜨거운 코트에 2007년이 저물고 있다. 승리의 포효와 감동, 패배의 아픔과 눈물, 아름다운 승부, 정정당당의 뒤에서 사악한 고개를 치든 폭력과 부정, 이 모든 것이 올해 스포츠의 현장에서 일어났다.
돌이켜 볼 때 김연아, 박태환이 인기 절정의 프로 스포츠 스타들을 제치고 걸출한 '스포츠 영웅'으로 2년 연속 위세를 떨쳤다. 17세의 피겨 스타 김연아는 그랑프리 파이널대회에서 일본의 라이벌 아사다 마오를 누르고 우승, 최고를 향한 여정을 이어왔다. 수영의 기린아 박태환도 3월 호주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최강자였던 그랜트 해켓(호주)을 누른 뒤 경영 월드컵에서 세 대회 연속 3관왕에 올랐다. 두 선수 모두 오랫동안 불모의 종목이었던 피겨와 수영에서 세계 정상에 올라 국내 팬들을 더욱 열광시켰다. 여자 역도의 장미란도 세계역도선수권대회를 3연패, 아마추어 스타로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내륙의 웅크린 도시인 대구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하는 데 성공, 세계로 나아갈 준비에 들어갔다. 도시의 발전과 국제화를 위해 열정을 불살랐던 대구의 대표단은 국제육상경기연맹 집행이사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대구는 세계로 향해 한 발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인천도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에 성공했다. 하지만 강원도 평창은 재차 나섰던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 눈물을 흩뿌려야 했다.
골프에서 '세계 무대의 개척자' 박세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됐고 최경주는 미국프로골프 투어에서 2승, 세계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박세리를 동경하던 신지애는 독기 없는 표정으로 국내 무대 시즌 9승을 따내는 괴력을 뽐냈다.
축구와 야구는 짧은 즐거움을 주는 데 그쳤다. 유럽 축구 무대의 한국인 선수들은 부상 중이거나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미국 야구 메이저리그에선 한국인 선수들이 꿈을 펴지 못하고 속속 짐을 싸 귀국했다. 한국 축구는 아시안컵대회에서 4강에 머무르며 핌 베어벡 감독이 물러났고 이운재 등 대표 선수들의 음주 파동으로 홍역을 앓았다.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는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의 뛰어난 용병술로 관문 넘기 식 플레이오프를 통과, 정상에 올라 화제를 낳았으나 K리그 그라운드는 잇따른 폭력과 추태로 얼룩졌다.
프로야구 SK와이번스는 창단 후 처음으로 우승, 최고의 환희를 누렸으나 재정난에 빠진 현대 유니콘스는 가까스로 KT에 인수되게 됐다. 일본 무대의 이승엽과 이병규는 괜찮은 활약을 펼치는 정도였고 국내 무대에선 외국인 선수 리오스가 다승왕과 최우수 선수에 오르며 화제의 중심이 됐다. 롯데 자이언츠는 사상 처음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 메이저리그에선 배리 본즈, 로저 클레멘스 등 특급 스타들이 약물 복용 파문에 휘말려 스포츠 정신을 더럽혔다.
박용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유럽의 텃세에 밀려 자리에서 물러났고 한국 핸드볼은 쿠웨이트 심판의 편파 판정에 울었으나 한동안 멈추었던 스포츠의 정의가 숨쉬면서 재경기를 하게 됐다.
숨가쁘게 이어온 2007년의 스포츠 현장, 그 뜨거웠던 순간들이 시간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